여름은 계절이자 기분이고, 때로는 기억의 이름이다. 한낮의 열기와 저녁의 습기, 그리고 그 속에서 흘러가는 사람과 사건들이 우리에게 남긴 감정은 종종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진다. 올해 여름을 그냥 흘려보내기 아쉽다면, 계절과 꼭 맞아떨어지는 책 한 권으로 기록을 남겨보는 건 어떨까.

사랑을 기억하는 여름
– 최지은 『우리의 여름에게』

우리의 여름에게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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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늘 같은 듯 돌아오지만, 그 안에 담긴 기억은 매번 다르다. 최지은의 에세이 『우리의 여름에게』는 매년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 우리가 받아온 사랑을 다시 불러낸다. 친구의 웃음, 연인의 손길, 가족의 식탁 위에서 느껴지는 온기 같은 작은 사랑의 순간들이 여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충만한 사랑 속에 머무르게 된다.
여름밤의 공포
– 조이스 캐럴 오츠 『좀비』

좀비조이스 캐럴 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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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은 종종 더워서 잠들기 어렵다. 그럴 때 조이스 캐럴 오츠의 『좀비』를 펼치면, 등골까지 서늘해져 잠이 아예 달아날 것이다. 이 작품은 흔한 연쇄살인마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내면으로 들어가 어두운 욕망과 광기를 체험해 보는 잔혹한 심리소설이다. 인간은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는가. 뜨거운 여름에도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에어컨 바람 대신 책 한 권으로 한기를 맞아보길 권한다. 덥고도 서늘한 모순이야말로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의 묘미다.
찐득한 감정의 계절
– 성해나 『두고 온 여름』

두고 온 여름성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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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해나의 『두고 온 여름』은 제목만으로도 이미 계절의 공기를 전한다. 여름이 남기는 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오래 끈적이는 감정의 잔여물이다. 이 소설은 관계 속에서 남겨진 마음,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감정을 탁월하게 포착한다. 폭염 속에서 쉽게 마르지 않는 땀처럼, 혹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름 특유의 습기처럼, 소설은 읽는 이의 마음에 오래 달라붙어 우리를 다시금 미숙하고 축축했던 한 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잊히지 않는 여름
– 에밀리 댄포스 『사라지지 않는 여름』

사라지지 않는 여름에밀리 댄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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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 댄포스의 『사라지지 않는 여름』은 한 개인의 정체성과 여름이라는 계절을 정교하게 엮어낸다. 청춘의 격렬한 사랑, 사회와 가족 속에서 겪는 충돌, 그리고 끝내 잊히지 않는 기억들이 소설 속 여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든다. 독자는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며, 사라지지 않는다는 말이 단순히 기억을 넘어 정체성의 근간이 됨을 깨닫게 된다. 여름은 반드시 끝나지만, 그 여름에 마주한 나 자신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 작품은 보여준다.
단어로 수놓은 여름
– 아침달 『여름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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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단어로 기록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침달의 『여름어 사전』은 계절을 구성하는 단어 하나하나를 낯설게 들여다본다. ‘매미’, ‘열대야’, ‘파라솔’, ‘휴가’ 같은 익숙한 언어들이 새로운 의미를 입으며, 독자에게 또 다른 여름의 풍경을 펼쳐 보인다. 이 책의 매력은 단순히 단어를 모은 데 그치지 않고, 각 단어가 자기만의 이야기와 감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 있다. 독자는 책장을 넘기며 저마다의 경험을 덧붙이고, 그렇게 자신만의 ‘여름어 사전’을 다시 쓰게 된다. 단어와 기억이 교차하는 순간, 여름은 오히려 더 풍부해진다.
열기처럼 뜨거운 고백
– 조서형 『여름이 너무해』

여름이 너무해조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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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서형의 『여름이 너무해』는 저자가 살아온 열아홉 개의 여름을 여행과 함께 엮어낸다. 폭염주의보 속에 태어나 거침없이 자라난 아이는 필리핀, 베트남, 과테말라, 도쿄 등지에서 경험한 장면들을 영화처럼 기록한다. 번아웃을 피하듯 훌쩍 떠난 여정, 해외에서 보낸 시절과 귀국을 경정하게 될 때까지, 인생의 전환점마다 여름은 배경이자 무대였다. 뜨거운 햇볕 아래서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길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의 모습을 보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이 가졌던 가장 뜨거운 계절을 떠올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