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art

지큐 에디터 9인이 사랑해 마지않는 아홉 가지

2025.09.06.최태경

지큐 에디터들이 가볍고 무겁게 사랑하는 것들에 대하여.

반려견 ‘장금이’와 함께하는 삶

최태경 <지큐> 패션 에디터
① 내 우주를 채우고 있는 장금이는 이런저런 테리어가 뒤섞인 ‘스페셜 테리어’. 귀가 후 갓 벗은 양말을 제일 좋아하는 취향마저 꼬질꼬질한 망원동 최고 맹꽁이. ② 엘리어트 어윗의 사진집 <Dogs>. 그가 포착한 반려견들의 시트콤 같은 순간들은 일상에서 매일같이 일어난다. ③ 스탠리와 부기를 바라보는 데이비드 호크니의 시선이 꼭 내가 장금이를 보는 것과 같아서, <Dog Days>의 그림들은 어쩐지 뭉클하다. ④ 목욕을 자주 시켜주는 편이 아닌데, 산타마리아노벨라 데오도란트 덕분에 티가 잘 안 난다. ⑤ <더 비틀즈> 사이드2에 수록된 ‘Martha My Dear’는 폴 매카트니가 반려견 마사를 위해 쓴 곡. 반복되는 단어 ‘My Love’, ‘My dear’, ‘Silly Girl’은 내가 하루에도 백 번씩 장금이에게 하는 말. ⑥ 루이 비통의 펫 컬렉션엔 실용성 뛰어난 하네스도 있지만, 굳이 예쁘기만 한 베렛을 사주고 싶다. 3초 만에 벗어 젖힌대도 A컷 하나만 나오면 그걸로 충분하다. ⑦ 내 침대 옆에 나란히 놓인 반려견 전용 시몬스 매트리스. 저 좁은 데 같이 쪼그려 눕는 불편한 행복을 몹시 사랑한다. ⑧ 호텔, 식당 어디든 반려견이 들어가도 되냐고 물으면 “Why not!”이라고 답하는 나라. 언젠가 꼭 장금이와 스위스에 가야겠다. 무어텐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뛰뛰’하는 호사! ⑨ 셀린느 트리옹프 펫 토이라니. 저 귀한 걸 화끈하게 물어뜯는 네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데.

마시고, 마시고, 마시고

전희란 <지큐> 피처 에디터
① 일본 바 신의 현재, SG CLUB의 신고 고칸의 새로운 바가 등장했다. ‘3층’이라는 뜻의 바 ‘Sangai’에서 일본 전국 각지의 제철 재료를 활용한 칵테일을 선보인다. 1만5천 엔의 코스로 일본 전역을 꿀꺽 삼킬 수 있다. ② 빛으로 만든 조각을 몸으로 입으면 절로 술이 당긴다. 그 체험이 가능한 안소니 맥콜의 전시가 푸투라 서울에서 9월 7일까지 열린다. ③ 전세계 술꾼들이 일년 중 가장 주목하는 컴피티션, 디아지오의 월드 클래스를 주목하면 바로 지금, 그리고 이다음의 칵테일 트렌드를 살펴볼 수 있다. 올해 글로벌 파이널은 토론토에서 열린다. ④ 지금 에디터를 가장 흥분시키는 칵테일은 홍콩 바 레오네의 필시 마티니. 이 탁월한 올리브의 맛은 셰프들도 무릎을 탁 치게 한다. ⑤ 웨이팅을 위한 바를 만든다면? 많은 후보가 있지만 가장 상위에 둔 곳은 신당동 금돼지식당. 이곳에서 만들어 맛보면 좋을 칵테일은 이번 달 드링크 칼럼을 주목하시길. ⑥ 류이치 사카모토의 ‘Rain’을 재생하며 긴자 바에서 홀짝이고 싶은 칵테일은 M-30 Rain. ⑦ 에디터가 월드 50 베스트 바의 우승자로 예상하는 주인공, 핸드 셰이크의 에릭 반 페이크. ⑧ 버킷 리스트에 오래 담아둔 맥캘란 증류소의 바. ⑨ 홍콩 포시즌스 호텔의 아르고 바에서는 풍경을 넘어선 뛰어난 기교의 칵테일을 맛볼 수 있다.

꿈은 곱게 늙기

정유진 <지큐> 패션 에디터
① 오리진스 메가 버섯 트리트먼트 로션 탈탈탈, 바닥까지 아낌없이 털어 쓰는 제품. 피부 장벽이 무너지면 어김없이 찾는 신비의 묘약이다. ② 조 말론 런던 피오니 앤 블러쉬 스웨이드 코롱 친구에게 선물 받은 생애 첫 럭셔리 향수. 그땐 그랬지, 회상하게 되는 향이다. 순수한 플로럴 향이 지금 맡아도 매력적. ③ 셀린느 퍼퓸드 솝 본래 쓰임은 비누인데, 방향제도 되고 인테리어 소품도 된다. 2년째 은은한 발향을 유지하는 중. 차에 두어도 좋다. ④ 유시몰 퍼플 코렉터 치약 화한 기운이 독보적인 치약. 양치할 때마다 스스로를 독한 인간이라 생각한다. ⑤ 메이슨 피어슨 핸디 브리스틀 나일론 헤어 브러시 빗만 바꿔도 머리에 윤기가 돈다는 소문을 듣고 장만했다. 오래 쓸 것을 감안하면 후회 없는 선택. ⑥ 메디 큐브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 피부 노화를 실감하고 구매한 디바이스. 슬로, 그리고 웰 에이징을 위해! ⑦ 디올 뷰티 루주 디올 밤 가벼운 선물은 언제나 루주 디올 밤. 매트한 피니시가 돋보이는 립밤으로, 취향을 타지 않아 선물용으로 좋다. ⑧ 엄마의 목욕탕 레시피 보디 필링 패드 자고로 한국인이라면 때타월을 거부할 수 없을 터. 일회용이라 출장지에서도, 여행지에서도 애용하고 있다. ⑨ 모노하 인센스 세트 ‘젠’에 빠진 한 선배가 선물로 준 인센스 세트.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태우니, 벌써 재만 남아버렸다.

가을 서재 위시 리스트

임채원<지큐> 디지털 에디터
① 기억의 서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속 인물, 책벌레 멘델의 뇌처럼 방대한 모겐스 코크의 모듈러 책장. 정확하고, 질서정연하다. ② 가을 독서 전주곡 에디 히긴스 트리오의 <a lovely way to spend an evening> 1번 트랙은 ‘I Could Write a Book’. 책 한 권이 될 만큼 크고 깊은 사랑을 듣거나, 쓰거나. ③ 새벽의 독서등 밤 늦도록 곁을 지키는 애완 기린 한 마리, 킬지의 더 지라프 램프. ④ 밤과 시와 잔 쓴다는 것은 가장 고독한 삶. 헤밍웨이와 샤블리와 율리스 세비지의 빙산 같은 잔. ⑤ 해 질 녘 꺼내보는 레어북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를 장식한 데카당스 화가 오브리 비어즐리가 1894년 만든 문예지 <The Yellow Book>. ⑥ 생각하는 의자 생제르맹 거리에서 마주친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에이브리 쿤리 플레이하우스 체어. 한눈에 읽히는 구조와 조화로운 비례는 사유의 군더더기를 덜어낸다. 오크와 틸 벨벳 디자인은 데이비드 소로도 사랑했을 법하다. ⑦ 러브레터 옆 차 한 잔 피어나는 감정을 번역해줄 델픽의 아르테미스 장미 백차. 존 키츠의 낭만적인 시들과 함께 해도 좋고. ⑧ 비 오는 날의 향 오가타 파리의 인센스 호린 니조 향. 오후의 소나기를 닮은 신선한 백단향은 종이 냄새를 해치지 않는다. ⑨ 맨드라미를 품은 화병 주름진 꽃봉오리를 머금자 생각의 회로가 켜진 질베르 발랑탱의 화병은 입을 열었다. “사유하라!”

나를 채우는 아홉 개의 목소리

김성지 <지큐> 패션 에디터
①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레만호를 배경으로 울리는 선율과 관객의 목소리는 지금까지 가본 페스티벌 중 단연 으뜸! ②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만난 새로운 목소리. 프랑스 DJ 클로에 카이예는 앞으로 더 유명해질 이름이다. ③ 새벽을 채우는 목소리. 제이슨 피어스는 연인이던 케이트 래들리가 버브의 리처드 애시크로프트와 결혼하자 자신의 감정을 한 장의 앨범으로 정리했다. 슬픔을 내재한 섬세한 사운드가 우주를 떠돌게 한다. ④ 나만 알고 싶은 프랑스 밴드 랭페라트리스. 12월 첫 내한 공연을 발표하며 더 이상 나만 아는 밴드가 아니게 될 예정. ⑤ 이제는 못 보는 프린스의 공연. 오늘도 ‘Purple Rain’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잠을 청한다. ⑥ 케빈 파커가 일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7분짜리 곡을! 시작부터 쿵쿵 울리는 비트가 마음에 쏙 들어왔다. ⑦ 영화 <슬픔의 삼각형>을 보고 난 후 엔딩곡 ‘Marea’를 만든 프레드 어게인의 보일러룸 공연을 매일같이 봤다. 지난달 내한 공연에 곧장 달려갔고, 직접 들은 ‘Marea’의 여운은 길었다. ⑧ 보고 또 보는 다큐멘터리 <This is Pop>. 보이즈 투 맨과 오토튠의 탄생, 스웨덴 음악 등을 다루지만 내게 최고의 에피소드는 영국 음악 편이다. 브릿팝에 경배를! ⑨ 최애 밴드 오아시스가 연달아 내한한다. 티케팅도 의외로 쉽게 성공! 하반기 가장 기대되는 목소리다.

F1 버킷 리스트

박지윤 <지큐> 디지털 에디터
① 언젠가 가보고 싶은 드림 서킷, 아부다비 GP 야스 마리나 서킷. F1 그랑프리 캘린더의 마침표를 찍는 곳으로 의미가 깊다. 화려한 조명과 아름다운 야경이 감싸는 궁극의 서킷. ② 내 마음대로 팀을 만들어본다면 하스의 올리버 베어먼과 메르세데스 AMG의 키미 안토넬리가 좋겠다. 실력도 얼굴도 인재다. 둘이 함께라면 팀은 페라리가 좋겠다. ③ 2023년 에이셉 라키를 F1 공식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정했다. 그해에 나온 F1 굿즈의 미감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④ “SIMPLY LOVELY.” 맥스 페르스타펜의 우승콜이다. 2017년 멕시코 그랑프리에서 제바스티안 페텔을 추월했을 때 낭만 넘치는 멘트가 탄생했다. 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 될 맥스 페르스타펜. 클래스 있는 4회 연속 월드 챔피언에 빛나는 이 남자. 화끈한 성격마저도 챔피언이다. ⑥ 직관을 위해 필수인 아이템. 체리 LA와 협업한 레드불 레이싱 재킷. 지난 오스틴 그랑프리 시즌에 출시됐다. 아저씨미 넘친다는 레드불팀 굿즈에서 귀한 매물이 등장했다. ⑦ 맥라렌 F1 LM-스펙시케이션. 집에 들이지 않고 길에 세워둬도 상관없습니다. 모형이라도 가지고 싶은 차. ⑧ 나만의 레이싱 투어를 만든다면 몬자 그랑프리 기간에 경기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엔초 페라리 뮤지엄에 가는 것. ⑨ N번째 보고 있는 레이싱 근본 영화 <분노의 질주>. 그중에서도 2006년 도쿄 드리프트를 가장 많이 봤다. 주황색 마쓰다 RX-7의 드리프트 신은 타이어가 터질 정도.

말이 없는 것들

김은희 <지큐> 피처 에디터
① ‘그 말을 할 걸 그랬어’,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어’ 사이 매번 잃는 길을 이달 여러분께 물었습니다. 역시 저는 그 말을 할 걸 그랬고,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어요. 우문현답을 <지큐> 곳곳에 새겨두었습니다. ② 감응하는 건축이 있다는 사실을 십수 년 전 정기용 건축가 회고전을 보며 체화했다. 다큐멘터리 <정기용, 감응의 건축>이 9월 서울국제건축영화제에서 공개된다. ③ 오늘밤 홀로 마셔도 좋은 와인으로 어젯밤 혼자 마신 이가 추천한 캐논볼. ④ 음표만이 흐르는 자신의 피아노곡에 멘델스존은 굳이 ‘Lieder Ohne Worte’, 무언가 無言歌라는 제목을 붙였다. 기꺼이 입을 다물고 듣는다. ⑤ 멘델스존은 크리스토프 에센바흐 연주로, 모차르트는 백건우 연주로. 뭉툭한 손, 담백한 짓누름. 백건우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10월 25일 고양에서 열린다. ⑥ 말을 아끼고 싶은 이유. 1995년 소설 ‘여수의 사랑’이 진즉에 알려준 공허. “한꺼번에 너무 많은 말을 지껄였다는 것이 쓸쓸하다는 듯이.” ⑦ 9월 2일부터 화이트 큐브에서 열리는 안토니 곰리 서울 첫 개인전 <Inextricable>에 가봐야 할 이유. Inextricable; 풀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는. 뒤얽힌. 떼려고 해도 뗄 수 없는. ⑧ 그로밋, 솔직히 지난겨울 20년 만에 돌아온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는 월레스가 말이 너무 많아서 보다 말았어. 올겨울에 다시 보러 갈게. ⑨ 아무 꼬리표 없는 설명서는 무한한 용기를 북돋우는 법. 요기이자 일러스트레이터 김영채 작가가 만든 요가 북.

뿌리기만 하면 요리가 되는 마법의 소스와 시즈닝

하예진 <지큐> 디지털 에디터
① 포트넘 메이슨 레몬 커드 상큼한 영국인도 아닌데 영국 할머니 손맛을 알 것 같은 레몬 잼. 홍차와 스콘이 없다면 구운 식빵에 발라 먹어도 근사한 티타임 시작. ② 엘 라시디 엘 미잔 타히나 집에서 만든 후무스가 뭔가 ‘그 맛’이 안 난다면, 이 고소하고 걸쭉한 참깨 소스를 빼먹어서다. ③ 트레이더 조 알리오 올리오 마늘과 페페론치노의 풍미가 어디에 뿌려도 부족한 맛을 꽉 채워주는 신통방통 조미료. ④ 하이디라오 마라샹궈 소스 방망이로 내려친 오이와 닭 가슴살, 고수, 다진 마늘과 버무려 먹어보시길. ⑤ 홍영의 붉은대게 백간장 음식의 색을 맑게 유지하면서 감칠 맛을 더하는 만능 간장. 어간장 특유의 비린내도 없다. 달걀찜에 넣으면 극락. ⑥ 촐룰라 핫소스 타바스코보다 되직하고 스리라차보다 묽은 핫소스를 찾고 있는 이들의 매운맛 종착지. ⑦ 소미 시오다래 천일염, 흑후추, 참기름을 배합한 소금 양념. 숭덩 썬 양배추나 오이 위에 쪼르르 부으면 이자카야 안주 완성. ⑧ 위토스 피스타치오 스프레드 초콜릿 회사에서 만든 피스타치오 크림. 빵이나 바닐라 아이스크림, 무화과에 곁들이면 입안 가득 두바이가 펼쳐진다. 굵은소금 살짝 뿌리는 게 치트키. ⑨ 유니레버 크노르 똠얌 큐브 얼큰 새콤한 똠냥꿍 국물을 완성하는 마법의 스톡. 한국 라면에 넣어도 톡 쏘는 감칠맛이 폭발한다.

WELCOME CHANGE!

신기호 <지큐> 피처 에디터
① 동료인 김은희 에디터가 아기의 탄생을 축하하며 건넨 따뜻한 선물. 포근한 이불엔 조선 중기의 문신, 황정욱의 시가 자수로 새겨져 있다. “하얗기는 구름이요 따숩기는 비단이라. 덮고 자면 꿈결도 달콤하네.” 덕분에 밤이는 언제나 꿀잠 중! ② 밤이의 첫 가족관계증명서. 이날 밤이는 주민등록번호를 받았고, 우린 진짜 부모가 됐다. ③ 밤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즐겨 듣던 노래. 콰메 아두 Kwame Adu가 부른 ‘지니 Jeanine!’ 가사와는 무관하게 평화로워 아름다운 멜로디가 참 좋다. ④ 이건 패밀리 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들이대며 굳건히 타고 있는 내 친구. 지프 JK 사하라. ⑤ 첫 번째 가족 앨범. 밤이가 콩알만 하던 때부터 모아온 시간이, 사랑이, 걱정이, 기쁨이 차곡차곡 들어 있다. ⑥ 사진집 <윤미네 집>(전몽각). 윤미네 가족의 기록을 보고 있노라면 모호해 알 수 없었던, 무심해 알려하지 않았던 삶의 이유들이 조금씩, 조금씩 보이는 것만 같다. ⑦ 작가 하이케 팔러가 엮은 그림책, <Hundred : What you learn in a lifetime>. 일생의 모습을 그림으로 기록해두었고, 거기엔 슬픔과 기쁨이 꼭 절반씩 들어 있다. ⑧ 밤이의 예쁜 모습을 폰카로만 찍는 것이 덜컥 미안해진 어느 날 장만한 SONY RX100 IV 카메라. ⑨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엔 이토록 많은 가족애가 들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