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별, 무슨 별.

GQ 다른 계절보다 가을과 겨울이 별을 관측하기에는 특히 좋다고요.
DH 대기의 투명도가 높아서 그래요. 가을과 겨울은 대기가 건조하고 습도가 낮거든요. 반면 봄과 여름엔 미세먼지와 장마, 높은 습도 등의 이유로 대기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죠. 물론 여름에도 맑은 날은 별을 관측할 수 있지만 제한적이긴 합니다.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가을, 겨울엔 해가 일찍 지니까요. 여름엔 저녁 9시 이후나 돼야 충분히 어두워지는데, 동지 무렵이면 저녁 6시 반만 돼도 관측이 가능해요. 덕분에 별을 더 오래, 선명하게 볼 수 있죠.
DO 밝은 별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도 이유일 수 있고요. 한국에서 관측할 수 있는 1등성이 16개 정도인데, 그중 무려 7개가 겨울에 몰려 있거든요. 겨울 밤하늘이 유난히 화려하게 느껴졌다면 이런 이유라서 그래요. 마치 보석을 뿌려놓은 것처럼 굉장히 아름답죠.
GQ 1등성은 어떤 별을 말하나요?
DH 과거에는 맨 눈으로 봤을 때 가장 밝아 보이는 별을 1등성으로 불렀어요. 그러다 현대에 들어와 명확한 기준이 생겼고, 1등성, 1.5등성, 0등성, -1등성 등 그 구분을 세분화해서 등급을 매기고 있습니다. 마이너스에 가까울수록 밝은 별이고요. DO 예를 들어 가장 밝은 별은 시리우스로, -1.46등급이에요. 두 번째로 밝은 별은 카노푸스로 -0.74 등급이고요.
GQ 북극성을 가장 밝은 별로 알고 있었는데 아니었군요.
DO 많은 분이 그렇게 알고 있는데 사실은 아닙니다. 북극성은 2등성으로 분류돼요. 광해가 많은 도시에서는 희미하게 보일 정도예요. 시력이 약하면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북극성이 중요한 이유는 밝기보다는 북쪽 하늘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죠.
GQ 그럼 지금 볼 수 있는 가장 밝은 별은 어떤 건가요?
DH 가을밤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은 남쪽 물고기자리의 포말하우트예요. 밝기는 1.2등급이고요. 겨울밤에는 시리우스가 대표적인데 청백색으로 발하는 빛이 굉장히 아름답습니다. 여름에는 견우성으로 불리는 알타이르와 직녀성인 베가가 대표적인 1등성이고요.
GQ 포말하우트 외에 가을밤에 볼 수 있는 별들은 또 어떤 것이 있어요?
DH 가을 밤하늘이 재밌는 건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족’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신하 속 왕이자 아버지인 세페우스, 왕비이자 어머니인 카시오페아, 이들의 딸인 안드로메다, 그리고 그의 남편인 페르세우스까지 모두 볼 수 있죠. 여기에 페르세우스가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할 때 타고 나타났던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도 있고요. 가을 밤하늘에는 이렇게 하나의 왕가 이야기가 펼쳐지니 꼭 한번 올려다 보세요.

GQ 자연스럽게 겨울 밤하늘도 궁금해지네요.
DH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겨울로 갈수록 1등성이 많아지죠. 오리온자리, 큰개자리, 작은개자리, 황소자리 같은. 그래서 겨울 밤하늘은 화려함의 절정을 보여주죠.
GQ 이토록 아름다운 별들을 더 잘 보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DO 당연히 어두워야겠죠. 그래서 자정 무렵이 가장 좋아요. 이때가 지구와 태양이 달의 반대편에 머물기 때문에 하늘이 가장 어둡거든요.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건 기상 조건이 좋아야 돼요. 구름이나 안개가 많으면 소용없거든요.(웃음) 그리고 관측 전에 무엇을 보고 싶은지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넓게는 계절, 좁게는 시간에 따라 관측할 수 있는 별들의 위치가 달라지거든요. 한 예로 매일 떠 있는 저 달도 한 달에 일주일 정도밖에 볼 수 없어요.
GQ 왜 그런 거예요?
DH 달은 매일매일, 뜨는 시간이 달라요. 음력 1일을 ‘초하루’라고 부르는데, 이날은 달이 태양하고 비슷한 시간에 떠오르거든요? 그러면 태양빛이 밝으니 당연히 달은 잘 안 보이겠죠. 그렇게 하루가 지날수록 달은 점점 천천히 올라오는데, 그러다 상현달 정도가 되면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90도 각도를 이루는 시점이 돼요. 딱 절반. 그럼 그림자가 생기면서 반달로 보이는데, 바로 이런 대비 덕분에 달의 표면을 관측하기가 매우 좋아지게 되는 거죠. 다시 상현달 이후로는 매일 50분씩 뜨는 시간이 늦어져요. 그렇게 또 하루하루가 지나서 상현달이 보름달이 되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의 달 각도는 180도가 돼요. 달을 오롯이 볼 수 있죠.
GQ 180도로 태양과 정반대에 있으니까.
DO 맞아요. 태양이 질 때 정반대편에선 달이 떠오르니까, 태양빛이 없는 어두운 환경이 되죠. 그래서 달을 관측하기엔 좋고요. 반대로 별을 보기엔 좋지 않고요. 달빛이 너무 밝으니까.
GQ 달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하나 더요, 지난 9월 8일 새벽에 3년 만의 개기월식이 있었죠. 이 ‘3년 만’이라는 주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예요?
DO 개기월식이 어떻게 일어나는 현상인지를 먼저 알면 주기에 대한 이해가 훨씬 쉬울 거예요.
DH 월식은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상에 놓였을 때, 달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현상을 말해요. 중요한 건 이때 태양 빛에 의해서 지구 그림자가 생기는데, 반그림자(반영)와 본그림자(본영) 이렇게 만들어져요. 어쨌든 월식은 달이 이 지구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말하는데, 이걸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반영월식과 부분월식, 그리고 개기월식, 이렇게 다시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어요. 반영월식은 반그림자로 달이 들어갔을 때를 말하고, 부분월식은 본그림자로 달이 들어가긴 했지만 일부만 들어간 경우, 그리고 완전히 들어가면 이걸 바로 개기월식이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되면 달은 태양 바로 뒤에 있으니 당연히 붉게 빛나는 거고요. Blood Moon.
GQ 월식에도 종류가 있고, 월식 중에서도 완전한 개기월식이 만들어지려면 일정 주기가 필요하다, 그 주기가 3년이다?
DO 아니요. 월식 주기는 사실 6개월이에요.
GQ 에, 그럼 왜 3년 만이라고 하는 거예요?
DH 그 이유는 지구와 달의 궤도가 5도 정도 차이가 나서 그래요. 5도 정도의 이 작은 차이 때문에 늘 완벽한 개기월식이 만들어질 수 없는 거죠.
GQ 월식은 6개월마다 만들어지긴 하지만, 그 모습이 온전한 개기월식은 아니다. 그게 반영월식일 수도, 부분월식일 수도 있다?
DH 맞아요. 또 개기월식이 일어났을 때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가 없는가의 시점도 중요하고요. 지난 3월 14일에도 개기월식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아시아에서는 볼 수 없었죠. 당연히 저 반대편인 미국에서는 볼 수 있었고요. 이런 주기로 계산해보면 내년 3월 3일, 대한민국에서 볼 수 있는 개기월식이 또 한 차례 예정되어 있긴 해요.

GQ 달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그런데 우리가 관측하는 별은 이미 죽은 별이라는 말이 있던데.
DO 이건 맞는 말일 수도, 또 틀린 말일 수도 있어요. 별의 수명이 굉장히 길기 때문에 그래요. 약 수억 년 이상이기 때문에 죽은 별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되죠. 물론 과거의 별인 건 맞고요. 빛의 속도를 기준으로, 그러니까 저 빛이 우리 눈까지 오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아주아주 멀리 있는 별은 그만큼 과거의 모습이겠죠. ‘광년’이라는 단위는 빛이 1년 동안 날아가는 거리를 말하는데, 아까 가장 밝은 별이라고 이야기했던 시리우스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지구와 약 8광년 정도 떨어져 있어요. 그럼 청백색의 시리우스 빛이 지구까지 오는 데 8년이 걸리는 셈이니까, 우린 그만큼의 간극을 지나온 빛을 보는 거죠. 안드로메다는 2백50만 광년이에요.(웃음) 무려 2백50만년이 걸려서 오는 거죠.
DH 반대로 가까이 있는 태양빛은 약 8분 30초가 걸려요. 더 가까이 있는 달은 지구랑 약 38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거든요? 빛이 초당 30만 킬로미터를 가니까 지금 우리가 보는 달빛은 한 1.1초 정도 전의 빛이 되겠네요.
GQ 이런 궁금증도 들었어요. 내가 보고 있는 이 별을 저 옛날, 이를테면 삼국시대 사람들도 똑같이 봤을까?, 지금의 별자리와 그때의 별자리는 같았을까? 같은.
DH 이건 다를 수 있어요. 지구의 자전축이 조금씩 기울면서 변하는 걸 지구의 세차 운동이라고 하는데, 이 때문에 보이는 게 다를 순 있죠. 또 별들도 고유의 운동을 하기 때문에 별자리가 지금과는 다를 수 있고요. 다만 이런 운동들은 수천 년, 수만 년에 걸쳐서 아주 조금씩 일어나기 때문에 우린 못 느끼죠.
GQ 그럼 지금의 북극성도 언젠가는 움직이게 되겠네요? 그렇게 되면 다른 별이 북극성의 이름을 가져가게 될 수도 있겠고요.
DO 그렇죠. 우리가 폴라리스를 북극성으로 정의한 이유는 지구의 자천축이 향하고 있는 쪽에 떠 있어서 그렇거든요? 남극성도 있긴 하지만 그 별은 굉장히 어두워서 하늘의 기준점으로 삼기엔 무리가 있고요. 아무튼, 그래서 지구의 세차 운동과 폴라리스 고유의 운동으로 조금씩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면 나중에는 직녀성이 북극성이 될 수도 있죠.
GQ 그 시기를 언제쯤으로 예상하세요?
DH 1만 2천 년 뒤요.(웃음)
GQ 올해도 벌써 10·11·12월. 이렇게 세 달 정도 남았어요. 이 기간 안에 대한민국의 밤하늘에서 볼 수 있는 이벤트가 있다면요?
DH 10월 초에 ‘레몬혜성’이 지나갈 예정이에요. 그런데 혜성은 오다가 부서지기도 하고, 밝기 변화도 심해서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예요. 11월에는 올해 가장 큰 보름달인 슈퍼문이 뜰 거고, 운이 좋다면 12월 14일에는 쌍둥이자리 유성우를 볼 수도 있겠네요. 아쉬운 건 유성우 극대 시간이 낮 시간이라 최상의 관측 조건은 아니라는 거죠.
GQ 그런데 이름이 왜 ‘레몬혜성’이에요? 귀엽습니다.
DH 큰 의미는 없어요. 미국 애리조나에 있는 ‘레몬산 천문대’에서 혜성을 처음 발견해서 ‘레몬’이에요. 지큐가 발견하면 ‘지큐혜성’이 되겠죠?(웃음)
EXPERT

김동현 대장
∙ 중미산 천문대 천문 대장
∙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석사 과정
류동오 팀장
∙ 중미산 천문대 천문 강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