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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겠는데 버핏 따라 살까? 그 전에 꼭 알아야 할 투자 원칙

2025.10.06.유해강

적자생존 주식시장. 행간을 읽는 자가 게임을 지배한다.

사회적 관계 속 말에는 숨은 의도가 있다. 누군가가 들을 것임을 상정하고 말할 때, 우리는 대개 그 말이 불러올 파급효과까지 염두에 둔다. 가령 사무실에서 “좀 춥지 않아요?”라고 묻는 것은 ‘에어컨 좀 끄자’고 요청하는 것이며, 이에 “저는 괜찮은데요?”라고 답하는 것은 ‘아직 더우니 조금만 더 켜고 있자’는 완곡한 거절이다. 이처럼 말은 그냥 말이 아니다. 메시지고, 사인이다. 주식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행간을 파악하고 숨은 의도를 읽는 자가, 그러지 못한 자를 앞서간다.

‘현자’ 버핏의 말, 노림수라고?

19살에 처음 주식에 뛰어들어 아흔이 된 현재까지 220억 원의 자산을 축적한 ‘현역 트레이더’ 후지모토 시게루. 그는 자신의 투자 인생과 철학을 담은 저서 ‘주식 투자의 기쁨’에서, 유명 기업 대표들의 ‘말’에 대한 생각을 밝혔는데. 이를 세 글자로 요약하면 이렇다. ‘노림수’.

투자 귀재 버핏의 별명은 다들 알 거다. ‘오마하의 현인’. 이 별명이 주는 인상은 이렇다. ‘현명한 버핏이 사는 종목을 따라 사면 최소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높은 확률로 이익을 본다.’ 그렇게 버핏의 말은 일명 ‘개미’들 사이서 권위를 얻는다.

‘버핏 따라 살까’ 고민하기 전에

실제로 지난 2023년 6월 버핏은 자신의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가 일본 5대 상사의 주식을 새롭게 매수했다며 ‘지분을 최대 9.9%까지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고, 뒤따라 종합상사주와 다른 대형주의 주가가 상승했다. 시게루가 브레이크를 거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하지만 저는 버핏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펀드를 경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왜 종목에 관해 이야기했을까요?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발언으로 해당 종목의 주가가 오르고, 그 시점에 주식을 팔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게 버핏의 노림수죠.” 시게루가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딱히 버핏에게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펀드에서는 모두가 하고 있는 일이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도, 구 무라카미 펀드의 무라카미 요시아키도 마찬가지다.

주가 상승 후 1조 1,000억 엔 순매도

실제로 약 2달 뒤인 2023년 8월, 버크셔 해서웨이가 약 1조 1,000억 엔(한화로 약 11조 원)을 순매도한 사실이 결산에서 드러났다. 구체적인 종목은 미상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까지 반복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2025년 8월, 일본 5대 종합상사 주식 보유 비율을 늘렸다고 밝혔다. 이후 일본 증시 주가지수 니케이225는 9월 말까지 연일 우상향했다. 버핏은 “앞으로 50년간은 매각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해당 종목에 대한 신뢰를 표명한 바 있는데. 역시, 시게루의 조언을 다시금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다들 ‘얼마나 싸게 사서 얼마나 비싸게 팔지’를 고민합니다. 사람들은 버핏의 말을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만, ‘그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