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리그 선두에 있는 아스널은 올 시즌에만 5차례 세트피스 득점으로 승부를 갈랐다. 미켈 아르테타 감독은 다른 팀의 축구가 아닌 아예 다른 종목 경기를 참고해 전술을 짠다.

현대 축구의 특징 중 하나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는 점일 것이다. 세계 축구의 중심인 프리미어리그, PL의 데이터를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시즌 리그 득점의 28.4%가 세트피스에서 나왔기 때문. 지난 10년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스로인에서 나온 골 역시 3.2%에 달해 역시 지난 10시즌 중 가장 높았다. 이에 프리미어리그의 전술이 미국프로풋볼, NFL의 전술과 유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식축구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비유라면, 축구에서 매 순간의 플레이가 모두 세트피스인 경우일 겁니다. 미식축구에서는 모든 플레이가 세트피스를 의미하거든요.” NFL LA 램스의 숀 맥베이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축구와 미식축구를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변이다.
현재 PL에서 세트피스를 가장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는 팀은 아스널이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지난 시즌부터 19일까지, 아스널은 14차례의 코너킥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같은 기간 유럽 5대 리그 전체에서 최다 기록이다. 올 시즌 아스널은 5차례 세트피스 득점으로 승부를 갈랐고, 현재 PL 선두 질주 중이다.
‘BBC’는 아스널의 세트피스 전술이 NFL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 분석했다. 아스널 감독 미켈 아르테타는 맥베이와 가까운 사이로, 자주 의견을 공유해 왔다. 두 사람 모두 전술 트렌드를 선도하는 젊은 감독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실제 아스널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NFL 선수들의 움직임과 유사한 지점이 있다. 아스널의 가브리엘이 지난 9월 뉴캐슬 원정 경기에서 넣은 결승골이 그 예다. 이 골은 수비수 윌리엄 살리바가 상대팀 골키퍼 닉 포프의 경로를 간접적으로 차단한 덕분에 탄생했다. 공격수가 의도적으로 상대 수비의 동선을 간접 차단해 동료의 공간을 만드는 NFL의 ‘러브 루트(rub route)’ 전술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일부 축구 팬들은 세트피스 득점이 증가하는 것을 아쉽게 여기기도 한다. 세트피스가 늘면서 축구 특유의 ‘오픈 플레이’가 옅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축구는 변수가 많은 스포츠다. 감독이 모든 상황에 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라운드 위에서는 선수들이 순간순간 스스로 판단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아르테타는 이런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공 점유를 통해 위험을 줄이고,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경기를 운영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 아르테타의 방식이다. 경기 자체가 일련의 ‘미니게임’으로 구성돼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인 NFL과 유사하다. 그러나 NFL과 달리 축구에서는 언제든 계획에 없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아르테타는 선수단에게 자신의 전술을 매우 체계적으로 이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제가 아르테타에게 감탄하는 건, 우리가 감독으로서 그린 경기의 비전을 선수들이 스스로 이해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선수들은 주도권과 자율성을 갖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감독이 뜻한 대로 경기를 풀어 나가죠.” 멕베이의 말이다.
세밀한 데이터 분석과 반복 훈련으로 만들어지는 세트피스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은 축구 전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픈 플레이 특유의 돌발 상황은 최소화하고, 세트피스 준비와 훈련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된다면 앞으로 축구에서 감독의 영향력은 NFL만큼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픈 플레이에서 벌어지는 즉흥적인 이벤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이야기일 테지만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