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시계 수집가들에게 지금보다 좋은 시대는 없다.

인스타그램 계정 Dimepiece로 유명한 브린 월너와 뉴욕 기반 엔터테이너 카림 라흐마, GQ의 시계 기자 캠 울프의 대화를 정리해 작성한 기사다. 라흐마는 얼마 전, 웨스트빌리지의 립 식당에서 값비싼 시계를 찬 부유한 남자들과 앉아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다들 엄청난 걸 차고 있었어요. 7천 만원짜리 시계를 아무렇지 않게 차고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지샥을 차고 있었고요. 문득 제가 진짜 멋지다고 느꼈어요.” 라흐마의 말은 내가 시계에 빠진 이후로 늘 머릿속에 맴돌던 생각을 정확히 표현한 말이었다. 가장 멋진 플렉스는 ‘안 하는 플렉스, 즉 안티 플렉스’다.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레이커스를 관전하던 잭 니콜슨이 7만 원짜리 타이맥스를 찬 모습처럼 말이다. 경기 셀럽 좌석이 오데마피게 로열 오크와 롤렉스 데이토나로 빛나는 가운데 이날 가장 시크한 물고기는 타이맥스였다.
“저렴한 시계를 찬다는 건… 거의 ‘조용한 럭셔리’ 같은 거죠.” 라흐마는 최근 우리 모두를 사로잡았던 로로 피아나풍 미니멀리즘 미학을 떠올리며 말했다. 혹은 사무엘 하인이 이번 뉴욕 패션위크에서 썼던 표현처럼, “테슬라로 가득 찬 주차장에서 범퍼 스티커가 잔뜩 붙은 오래된 볼보 왜건을 고르는 것”일 수도 있다.
이상적인 형태의 시계는 런웨이의 트렌드나 틱톡 알고리즘을 초월해, 세대를 잇는 물건으로 설계된다. “파텍 필립은 당신의 것이 아니다. 당신은 단지 다음 세대를 위해 그것을 맡아두는 것일 뿐이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진짜로 파텍 필립을 살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냥 싼 시계를 차면 된다. 그리고 그건 나름의 멋이 있다. 롤스로이스 대신 볼보나, 혹은 겸손하고 믿음직한 혼다 어코드 같은 느낌 말이다.
나는 명품 시계를 다루는 일을 하기에 이런 말을 해선 안 된다는 걸 안다. 물론 장인정신과 전통에 경의를 표한다. 실제로 집을 나서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는 일은 롤렉스를 차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5천만 원~1억 원대 시계 프레젠테이션에 놀라지 않게 된 지금, 가끔 카시오를 보고 놀라는 게 즐겁다.
몇 주 전, 토드 스나이더의 2026년 봄/여름 컬렉션 쇼가 시작되기 직전, 나는 친구이자 스타일리스트인 이언 브래들리를 만났다. 그의 손목엔… 카시오가 있었다! 몇 주 뒤에 그에게 이유를 물었다. “저는 이렇게 로우파이한 게 좋아요. 카시오는 단순하지만 세련됐죠. 그냥 컨버스 올스타를 신는 것처럼요. 프라다 룩을 입고 카시오를 차면, 그게 오히려 저를 현실로 끌어내려줘요. ‘너무 디자이너스러운 것들’을 잔뜩 걸치는 게 싫어요.”
브래들리의 말은 라흐마의 이야기와 닿아 있다. 고급 식사 자리에서 지샥를 차거나, 치킨 너겟에 캐비어를 얹는 것 같은 ‘하이/로우 믹스’ 감성 말이다. 진부하다고 해도, 그 두 세계가 섞일 때 생기는 대조의 미학에는 묘한 쾌감이 있다. 프라다 룩이 30달러짜리 시계를 중화시켜주는 것이다.

몇 년 전, 나는 게티 이미지에서 존 F. 케네디 주니어가 90년대 뉴욕 출근길에 타이맥스를 차고 있는 사진을 우연히 보았다. 수트에 타이맥스를 매치한 그의 모습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나는 곧바로 타이맥스에 연락해, 그의 시계를 복각해 나만의 축소판 버전을 출시했다.
이 프로젝트는 내 친구이자 빈티지 시계 딜러 앨런 베드웰 @Foundwell의 협업으로 진행됐다. 그의 어머니는 런던의 그레이스 앤틱 마켓에서 명품 시계부터 에르메스 은 트레이까지 팔았고, 그 속에서 베드웰은 자연스럽게 고급 취향을 익혔다.그럼에도 그는 타이맥스 프로젝트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이유는, 우리 모두가 가격표를 보고 즉각적으로 내리는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비싸다고 다 좋은 건 아니에요.” 베드웰은 말한다. 그는 고객들에게 ‘진짜 가치 있는’ 시계를 가르쳐주는 일을 한다. “시계를 사고, 소유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은 가격에 달려 있지 않아요. 진짜 즐거움은 시계와 당신 사이에 생기는 유대감이에요. 계속 차고, 바라보고, 그 움직임을 느끼는 것. 제가 가장 즐겨 차는 시계들이 늘 가장 비싼 건 아니에요. 예를 들어 레마니아 TG195나 호이어 몬자는 10배 비싼 시계만큼 매력적이죠. 수십 년 전 JFK 주니어가 그런 시계를 선택했다는 건 그가 자기 스타일에 대해 얼마나 자신감 있고 편안했는지를 보여줘요.”
물론, 우리 모두는 JFK 주니어가 단지 100달러 이하의 시계를 차서 자신감이 넘쳤던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잭 니콜슨이나 그 역시 평범한 사람의 롤모델은 아니다. “진짜 부자라면, 굳이 비싼 장신구로 자신을 보상할 필요가 없어요.” GQ 칼럼니스트 크리스 블랙은 말한다. 그래서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가 카시오를 차거나, 스티브 잡스가 블랙 터틀넥과 뉴발란스를 입고 세이코를 찬 모습이 그렇게 멋진 거다.
이제 누구도 시간을 보기 위해 시계를 찰 필요가 없는 시대에, 우리는 그냥 즐기기 위해 시계를 찬다. 그리고 최근 등장한 합리적인 가격의 신제품들이 그걸 증명한다. 예를 들어 노아 × 타이맥스 협업, 혹은 나의 타이맥스 협업도 그렇다. 세이코 5도, 500달러 이하의 어떤 시계도 마찬가지다. 눈에 띄지 않는 선택을 하고, 럭셔리 시계가 주는 내장된 지위 대신 자신의 개성과 매력으로 그것을 소화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이긴 것이다.
이 기사를 다 읽고도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흥. 그래도 난 내 노틸러스를 찰 거야.” — 괜찮다, 아무 말 하지 않겠다. 하지만 기억하라. “시계는 남자가 플렉스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 중 하나예요. 그런데 그게 너무 빠르게 유치하거나 시시해질 수도 있죠.” 크리스 블랙이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