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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고 다시 향하고 싶은 해외 호텔 추천 10

2025.12.02.김은희

여행가가 꼽는 훌륭한 호텔의 기준.

강화송, <트래비> 편집장

객관적 기준
① 공간의 논리적 구성 호텔의 공간적 구조가 논리적이라면, 구태여 어떤 방법을 설명하지 않아도 투숙이 자연스러워진다. 단순히 고급 자재나 화려한 디자인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조망과 사생활, 채광과 동선 등의 균형을 얼마만큼 치밀하게 설계해 구현했는가, 그 논리적인 구조가 편안함을 결정한다.
② 서비스의 일관성 호텔 서비스의 본질은 어느 누구나 예측 가능한 안정감이다. 개개인의 경험이 아닌, 투숙객이 느끼는 경험의 결이 일정하게 유지될 때 비로소 호텔의 서비스는 신뢰를 얻는다. 브랜드의 철학에 따라 훈련된 매뉴얼이 인위적인 방식으로 투숙객에게 노출되지 않는, 그 지점의 조율도 중요하다.
③ 호텔 브랜드와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 호텔 브랜드에서 추구하는 정체성이 여행지 고유의 맥락과 얼마만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브랜드의 자가복제와 호텔의 개성을 가르는 결정적 경계다.

주관적 기준
① 지역을 전시하지 않는 태도 개성이랍시고, 그 지역의 껍데기를 중구난방으로 전시해둔 호텔은 정말이지 봐주기 힘들다. 적어도 지역을 해석하려는 시도, 그러니까 설명되어야만 하는 로컬리티가 아닌 투숙 과정 속에서 자연스러운 맥락으로 지역이 있는 호텔.
②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욕망 내게 여행은 타인의 세계관을 잠시나마 살아보기 위함인지라, 단 며칠의 투숙만으로도 ‘이런 식으로 살아볼 수 있겠구나’ 하며 낯선 가능성을 경험하게 만들어주는 곳.
③ 잠들기 전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야 하는 횟수 투숙객의 숙면을 돕기 위해 호텔이 고민한 모든 디테일. 에어컨 바람이 귓가를 스치지 않고, 냉장고 소리가 귀에 걸리지 않으며, 커튼 버튼을 누르고 불을 끄면 진짜로 어두워지는 곳. 화장실 환풍기 소리가 문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고, 어찌 뻗은 손에 물병 하나가 이따금 잡히는 곳.

🏆 내 마음속 1, 2, 3등

① 타오시촨 호텔 디 언바운드 컬렉션 바이 하얏트

공간의 논리적 구성 ★★★★☆
서비스의 일관성 ★★★☆☆
호텔과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 ★★★★★
지역을 전시하지 않는 태도 ★★★★★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욕망 ★★★★☆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는 횟수(높은 별점일수록 적은 횟수) ★★★★★

징더전은 중국 도예 산업의 중심지다. 중국 황실 전용 자기를 전문적으로 생산해온 징더전의 청화백자와 오채자기는 과거 전 세계 왕족과 유럽 귀족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징더전의 역사적 가치를 되살려, 1958년에 설립된 징더전 국영 우주 宇宙 자기 공장을 타오시촨 문화 창작 거리 구역으로 탈바꿈시켰고, 그 중심에 타오시촨 호텔이 있다. 과거 도자 생산 공장 옛터를 데이비드 치퍼필드의 설계로 재탄생시킨 호텔. 외관을 붉은 벽돌로 뒤덮어 산업적 질감을 구현했으며, 로비 라운지는 옛 가마터를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객실과 로비 곳곳에 놓인 도자기와 타일은 모두 징더전 출신 도예가들의 작품이다. 창밖으로는 1백 년 넘게 도자기를 구워온 거대한 붉은 벽돌 굴뚝이 여전히 서 있다. 징더전이라는 도시의 특성과 세월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압축한 호텔이자 박물관이다.


② 호텔 골드너 옥스

공간의 논리적 구성 ★★★☆☆
서비스의 일관성 ★★★★★
호텔과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 ★★★★☆
지역을 전시하지 않는 태도 ★★★★☆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욕망 ★★★★★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는 횟수 ★★★☆☆

오스트리아 바트 이슐은 잘츠캄머구트에 위치한 소도시다. 바트 Bad는 온천, 이슐 Ischl은 마을을 관통하는 강의 이름이다. 약 1만4천 명의 주민이 살아가는 아담한 마을이지만 황실의 기품과 강단이 있다. 바트 이슐은 예로부터 황실의 휴양 도시였다. 골드너 옥스는 바트 이슐의 정중앙을 가르는 강변에 자리한 호텔인데, 무려 1791년부터 그 역사를 이어왔다. 아주 작은 정육점에서 시작해 마차 운전사들에게 객실을 제공하며 지금의 모습으로 변모했다. 세월만큼 낡은 본관 옆에 최근 강변뷰의 트라운 빌라 Traun Villa 별관을 새롭게 오픈했다. 양 건물 가운데 중정을 두고 수영장과 독서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했다. 스팀 사우나 등 스파 시설도 잘 갖췄다. 비록 객실 마룻바닥이 유난히 삐걱거리지만 문득 이 시골에선 그런 불편함조차 편안한 감정으로 다가오는 곳, 그러니까 이곳 골드너 옥스는 낡음이 곧 안심이 되는 호텔이다.


③ 아바니 빅토리아 폴스 리조트

공간의 논리적 구성 ★★★★☆
서비스의 일관성 ★★☆☆☆
호텔과 여행지의 절묘한 조화 ★★★★☆
지역을 전시하지 않는 태도 ★★★★★
다른 삶의 가능성에 대한 욕망 ★★★★☆
이불을 들추고 일어나는 횟수 ★★☆☆☆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빅토리아 폭포 주변에는 두 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짐바브웨의 빅토리아 폭포 국립공원과 잠비아의 모시 오야 툰야 Mosi Oa Tunya 국립공원. 잠비아의 모시 오야 툰야 국립공원 내에서 빅토리아 폭포와 가장 가까운 리조트가 바로 이곳이다. 아바니 빅토리아 폴스 리조트의 부지는 46만 제곱미터에 달하는데, 이 모든 공간이 국립공원과 별다른 경계를 두지 않고 있어 사방이 야생동물 천지다. 얼룩말, 기린, 몽구스, 임팔라, 바분, 원숭이 등등 호텔 직원보다 야생동물이 많다. 야생의 시선이 머무는 외부 공간은 잠비아 리빙스턴의 토양 색으로 마감해 자연 속에 묻힌 듯 존재한다. 리조트 후문으로 5분 정도 걸어 나서면 빅토리아 폭포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펼쳐진다. 빅토리아 폭포 곁에 머물고 싶다면, 유일한 답은 이곳.

📍 이 호텔에서 이건 꼭 하세요
타오시촨 호텔 디 언바운드 컬렉션 바이 하얏트 |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밤. 호텔 건너편 타오시촨 문화 창작 거리에서 펼쳐지는 도자기 야시장을 절대 놓치지 말 것. 징더전 도자대학교 학생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징더전의 진짜 보물은 아직 자신의 이름을 빚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있는 법.
호텔 골드너 옥스 | 아침 7시에 일어나 조식당에 들러 커피 한 잔과 치즈 몇 조각을 챙기자. 그대로 중정에 있는 수영장 선베드로 가져가 아무렇게나 누워 기다리면 그 어디서도 듣기 힘든, 수다스러운 새들의 지저귐이 선명하다.
아바니 빅토리아 폴스 리조트 | 늦잠을 자도 좋으니, 새벽 4시에는 알람을 꼭 맞춰놓자. 내성적인 기린 2마리가 객실 앞 나무를 질겅질겅 씹기 위해 호텔을 순회한다.

김은아, 한경매거진&북 콘텐츠 디자인본부 여행팀 차장

객관적 기준
① 로비의 모든 것 호텔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모든 것이 이곳에 있다. 도어맨과의 인사, 널찍한 층고와 향, 리듬감 있게 이어지는 서비스. 좋은 호텔 로비는 불과 몇 초 전 내가 속했던 세계, 인파로 번잡한 거리를 잊게 만드는 힘이 있다.
② 자재 호텔은 건축물이다. 어떤 자재를 매끄럽게 마감했는지, 건축적인 완성도가 공간의 기운을 좌우한다. 질 좋은 돌과 나무를 사용하면, 혹은 그렇지 않으면 반드시 티가 난다. 카피 제품이 아무리 감쪽같이 디자인 가구를 카피해도 오리지널의 아우라가 풍기지 않는 것처럼.
③ 서비스 호텔은 단지 ‘매끈한 건물’이 아니다. 살아 숨 쉬는 무언가로 만드는 것이 바로 그곳의 사람들과 서비스다. 모든 호텔의 지향점 ‘홈어웨이 프롬 홈’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서비스다.

주관적 기준
① 글라스 브랜드 객실 어메니티는 많은 것을 말해준다. 샴푸 등 보디 제품뿐 아니라 머그, 와인 잔의 브랜드까지 신경 쓴 호텔은 객실에서 보내는 시간의 격을 올려준다. 참고로 시그니엘 호텔은 객실에 샴페인, 화이트·레드 와인, 위스키 잔을 모두 구비해두었다.
② 피트니스 시설의 뷰 피트니스 시설을 지하에 처박아둔 호텔이 있다. ‘있어야 하니 만들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풍긴다. 반면 탁 트인 바다나 열대 숲처럼, 호텔이 가진 가장 좋은 뷰를 피트니스 센터에 할애한 곳도 있다. 우리는 손님의 건강한 삶을 응원한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에 보답하고 싶어진다.
③ 영감을 주는 바이브 좋은 호텔은 좋은 일상에 대한 영감을 준다. 객실을 채우는 것은 어느 집에나 있는 가구인데, 조금의 변주만으로 삶의 모습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나의 일상도 ‘이렇게’ 꾸리고 싶다는 영감을 주는 바이브가 얼마나 느껴지는지를 본다.

🏆 내 마음속 1, 2, 3등

① 호시노야 도쿄

로비의 모든 것 ★★★★★
자재 ★★★★☆
서비스 ★★★★★
어메니티 ★★★★★
피트니스 뷰 ☆☆☆☆☆
바이브 ★★★★★

창이 없는 호텔을 상상할 수 있을까? 호텔을 고를 때 뷰와 채광을 무척 중요하게 보는 사람으로서는 하루도 견디기 힘든 조건이다. 그럼에도 호시노야 도쿄에서는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창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밀히 말하면 모든 창은 창호지로 가려져 있다. 전통 료칸의 고전미를 살린 객실에서는 은은히 들어오는 빛만으로 밖의 시간을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나 답답하기보다는 외려 신비롭게 느껴진다. 창호에 어리는 난초 그림자, 은은히 흘러나오는 샤미센 선율은 운치를 더한다. 아마도 호텔에 들어서면서 거친 ‘의식’이 최면을 걸었는지도. 호텔 입구에는 족히 3미터는 될 것 같은 육중한 측백나무 문이 있다. 이를 열면 기나긴 복도가 펼쳐지는데, 마치 손님을 위한 런웨이 같다. 모든 손님은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맨발로 호텔을 누비게 되는데, 호시노야 세계로 들어가는 일종의 의식이다. 호텔은 피트니스 센터는 없지만, 꼭대기 층에 온천이 있고 욕장의 천장이 뚫려 있어 하늘을 그대로 바라볼 수 있다. 숙박에는 일본 전역에서 공수한 식재료로 펼쳐내는 파인 다이닝, 정갈하게 객실에 차려지는 조식까지 포함되어 있어 굳이 호텔을 벗어날 필요가 없다. 이곳에서 하루를 보내는 동안, 그들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문화가 무엇인지 설명 없이도 이해하게 된다. 숙박보다 ‘체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다.


② 르 보라보라

로비의 모든 것 ★★★★☆
자재 ★★★★☆
서비스 ★★★★★
어메니티 ★★★★☆
피트니스 뷰 ★★★★★
바이브 ★★★★★

독보적인 장소를 차지하는 것도 호텔의 경쟁력이다. 타히티의 섬 보라보라에 위치한 이곳에서 머무는 이들은 어느 정도 취해 있는 듯 보였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황홀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펼쳐지니 무리는 아니었을 것이다. 폴리네시아 전통 가옥 스타일로 지은 객실에는 테라스가 딸려 있는데, 바로 바다에 풍덩 뛰어들 수 있다. 몰디브의 얕은 해안과 달리, 가오리와 블랙팁 상어(사람을 해치지 않는 순둥이다!)가 헤엄치는 남태평양의 바다다. 보라보라에는 포시즌스, 콘래드 같은 글로벌 호텔들도 진출해있지만, 현지 기업이 운영하기에 로컬 특유의 문화를 깊이 체험할 수 있다. 환대의 의미를 담아 걸어주는 ‘티아레(타히티 꽃)’ 화관과 조개 목걸이 ‘헤이’, 물고기들과의 수영에 익숙해질 무렵이면 깨닫게 된다. 자연과의 일치감이란 무엇인지. 열대 우림으로 둘러싸인 피트니스 짐 또한 부러 시간을 내어 방문할 가치가 있다.


③ 알트슈타트 비엔나

로비의 모든 것 ★★★★☆
자재 ★★★★☆
서비스 ★★★★☆
어메니티 ★★★☆☆
피트니스 뷰 ☆☆☆☆☆
바이브 ★★★★★

비엔나의 성수동이라고 할 수 있는 노이바우 지구에 있는 부티크 호텔. 객실이 62개뿐인 작은 호텔이지만, 모든 객실이 저마다의 콘셉트를 가지고 다른 컬러와 가구, 배치로 꾸며져 있다. 예를 들어 오페라 스위트룸은 LP 1천 장과 턴테이블을 갖춰놓고, 음악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도록 로브마이어 샹들리에, 임스 라운지 체어까지 들여놓았다. 비엔나 출신인 심리학자 프로이트에게 헌정하는 룸은 생전 그의 연구실 속 가구까지 재현해두었다. 내가 고른 객실은 라이브러리 스위트. 말 그대로 도서관처럼 벽 한 면을 책장으로 가득 채웠다. 나선형 철제 계단을 따라 높은 서가를 거닐 수도 있다. 어릴 적 <미녀와 야수>에서 야수의 성에 있는 거대한 도서관에 반했던 사람으로서, 로망을 실현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호텔 오너가 아트 애호가인 덕분에 곳곳에서 4백여 점의 예술품을 만날 수 있는 점도 눈을 즐겁게 만든다. 대부분이 오스트리아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이라, 현지의 예술 감성을 듬뿍 느낄 수 있다.

📍 이 호텔에서 이건 꼭 하세요
호시노야 도쿄 | 호시노야 도쿄의 온천에서 파란 하늘을 보며 따끈한 물 안에 몸을 담그면, 여기가 도심 한가운데라는 것을 잊게 된다. 이후에는 무료로 홋카이도산 차가운 우유 한 모금으로 땀을 식힐 것.
르 보라보라 | 물고기와 어울려 스노클링을 즐긴 뒤, 테라스에서 로컬 맥주 히나노 한 모금. 청량함이 돋보이는 히나노는 타히티의 국민 맥주로, 객실에 어메니티로 매일 새로 제공한다.
알트슈타트 비엔나 | 해 질 녘에는 호텔의 라운지 공간인 살롱에서 차를 마시자. 투숙객과 비엔나 현지인들이 편하게 어울리는 곳으로, 누군가 피아노로 즉석 연주를 펼치면 예술가들이 어울리던 18세기 비엔나의 카페 속으로 들어온 듯한 낭만을 경험할 수 있다.

김현해, 글로벌 호텔&리조트 홍보 마케팅사 해시컴퍼니 이사

객관적 기준
① 디자인의 완성도 및 시설의 편의성 평가를 주관하는 매체에 따라 기준표는 다르겠지만, 호텔 및 관광 업계 종사자로 가장 많이 통용되는 기준이라고 생각되는 항목은 이러하다. 먼저, 디자인의 완성도. 건축 회사와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의 합작품인 호텔의 디자인 완성도는 지리적인 위치와 오너의 취향, 브랜드 가이드 등 여러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가구 하나의 디자인과 색감, 가격, 배치에 따라 고객이 체감하는 호텔의 경험이 달라지기도 한다. 디자인은 시설의 편의성으로도 연결되어, 실제 그 가구가 얼마나 편안한 투숙에 도움이 되었는지 고객이 가장 직관적으로 체감하는 지표가 된다.
② 맞춤형 경험 제공 여부 맞춤형 서비스는 표현은 흔하게 쓰이지만 직원의 응대가 핵심인 호텔의 본질을 보여주는 기준이다.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응대가 가능한지, 기호를 시스템에 잘 기록해두고 있는지 등의 여부는 호텔의 수준을 가늠케 한다.
③ 주변 명소와의 거리, 위치 어쩌면 호텔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다. 호텔 주변 환경, 유명 관광지와의 거리, 교통편의 접근성, 뷰 등 호텔 디자인은 주변 환경으로 비로소 완성된다. 주변 환경과 외관의 어우러짐도 좋은 호텔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주관적 기준
① 지역적인 정체성 호텔 안에서도 여행지의 문화,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세심한 디자인과 서비스를 좋아한다. 예를 들어 베트남은 지역마다 쌀국수의 레시피가 다른데, 그 지역의 쌀국수를 매일 조식에서 다른 고명으로 즐길 수 있는 코너가 있다거나, 여행지의 신화와 전설을 모티프로 한 그림을 키 카드나 배스 가운 등에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사용했다거나 하는 디테일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② 기억해주는 서비스 리츠칼튼과 같은 럭셔리 호텔 브랜드가 갖고 있는 서비스 철학이기도 한데, 투숙객의 이름 불러주기, 기호가 있다면 어떤 직원이든 응대할 때 기억하기 등 진정성있는 서비스가 결국 마음을 움직인다. 지금은 4세, 1세 아이 둘과 여행을 많이 다니는데, 조식당에 매일 문 여는 시간에 나타나고, 스테이크 굽기는 항상 미디엄 웰던으로 하는 등 우리 가족의 패턴을 모두 기억하고 이튿날이나 셋째 날부터는 특별히 요구하지 않아도 챙겨주는 서비스를 받으면, 그 호텔을 더욱 애정하게 된다.
③ 취향 저격 어메니티 객실 내 워시&로션 어메니티에 대해서는 브랜드를 가리진 않지만 은은한 꽃 향이나 시트러스 향이 개인 취향에 맞아 보디로션까지 꼼꼼하게 바를 수 있는 호텔이면 좋다. 칫솔, 치약과 치실을 함께 주면 편리하고, 빗은 납작한 것 말고 브러시로 제공하면 투숙의 질이 배가된다. 슬리퍼도 도톰해 자기 직전까지 벗고 싶지 않은 포근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거나 (슬리퍼 양쪽에 이름의 이니셜을 붙여주는 호텔도 있었다), 턴다운 서비스로 숙면에 도움이 되는 아로마 어메니티를 선물하는 곳에 끌린다.

🏆 내 마음속 1, 2, 3등

① 아바니플러스 루앙 프라방

디자인 완성도 및 시설 편의성 ★★★★★
맞춤형 경험 제공 여부 ★★★☆☆
주변 명소와의 거리, 위치 ★★★★★
지역적인 정체성 ★★★★★
기억해주는 서비스 ★★★☆☆
취향 저격 어메니티 ★★★★★

총 세 번 방문한 루앙 프라방과 아바니 호텔은 나의 인생 여행지이자 인생 호텔이다. 작고 고요한 루앙 프라방에서 가장 위치가 좋은 럭셔리 호텔로 손꼽히는 이 호텔에는 자유롭고 느리게 흘러가는 루앙 프라방만의 남다른 시공간 느낌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호텔 중정에서 객실 건물 일부를 드리우는 5백 년 된 반얀트리, 매일 새벽 5시에 호텔 앞을 지나는 승려의 시주 행렬에 조용히 참여해보는 탁밧 체험, 로비 앞에 비치된 자전거를 타고 호텔 바로 앞 시장과 메콩 강변을 따라 천천히 달리기, 밤에 별이 쏟아지는 수영장과 혼연일체 되기 등의 기억들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유독 맛있던 조식의 노란 달걀프라이, 소를 키우지 않는 지역 특성에 인근 버팔로 농장에서 매일 공수하는 버팔로 치즈, 갓 구운 바게트 빵, 그리고 녹차 한잔을 매일 먹고 하루를 시작했다. 녹차가 유독 연하고 은은하니 맛있어서 물어보니 운남성과 마주하고 있는 라오스 북부의 퐁살리주에서 재배한 차라고 했다. 기념으로 구매하고 싶었지만 인근 슈퍼 어디에서도 팔지 않아 포기하고 있던 찰나, 턴다운 서비스로 직원들이 퐁살리 녹차를 선물해주었을 때 받은 감동을 잊지 못한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구역으로 사원의 전통문화와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루앙 프라방은 높은 건물 하나 찾아볼 수 없는데, 호텔도 3층의 ㄷ자 구조로, 모두 지역에서 공수한 식재료, 지역 공예품으로 만든 어메니티를 사용한다. 특히 플라스틱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어메니티는 대부분 대나무, 전통 염색 천, 사원에서 만든 종이 등이 사용된다.


② 포시즌스 항저우 앳 웨스트레이크

디자인 완성도 및 시설 편의성 ★★★★★
맞춤형 경험 제공 여부 ★★★☆☆
주변 명소와의 거리, 위치 ★★★★☆
지역적인 정체성 ★★★★☆
기억해주는 서비스 ★★★★☆
취향 저격 어메니티 ★★★★☆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는 것보다 나에게 잘 맞는 지역을 여러 번 가는 것을 선호하는데, 항저우는 남편과 결혼 전 떠난 첫 여행지이자 3년 후 뱃속의 둘째까지 함께한 네 가족의 첫 여행지기도 하다. 태교여행을 겨울의 항저우로 간 데는 이유가 있다. 포시즌스 항저우 웨스트 레이크에서 생일도 보내고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서였다. 포시즌스는 기념일에 선택하기 좋은 호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데, 특히 예약 단계부터 선호사항 체크 Preference Check도 간편하고 유독 설레는 느낌을 주는 매력이 있다. 아름다운 서호의 한편에 자리 잡은 호텔은 항저우라는 도시를 더욱 좋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시설과 서비스를 갖추고 있다. 입구에 도착하면 남송 시대의 풍요로운 문화 감성과 건축 양식을 접목한 모던 인테리어가 서호와 조화롭게 어우러져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크리스마스 장식도 과하지 않으면서 개성 있는 톤으로 곳곳에 가득했다. 체크인하기도 전에 아이를 위해 크리스마스 선물부터 안기고 환영하는 호텔, 마음이 따뜻해진다. 객실에는 이미 생일 케이크와 알록달록한 풍선으로 세심하게 기념일을 축하해주는 메시지가 가득했다. 보통 웰컴 어메니티 서비스로 받는 케이크가 엄청나게 맛있는 경우는 잘 없는데, 싹싹 긁어먹을 정도로 매우 맛있는 (통 크게도) 홀케이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욕실 어메니티도 없는 게 없는, 아이 것조차 집에서 아무것도 챙겨가지 않아도 모두 해결될 정도로 풀세트(세면대 발 받침, 칫솔, 치약, 샴푸, 로션, 베이비 파우더 등등)가 제공되니, 가족 여행객에게 이보다 편리할 수가 없다. 포시즌스 항저우 웨스트레이크에는 서호 위에서 전통 목선을 타고 1시간 정도 즐기는 애프터눈 티가 유명하다. 아이가 어려서 아직 이용해보지는 못했지만 정자, 누각, 소나무 등 서호의 풍경을 누비면서 여유롭게 즐기는 호텔 전용 보트라니, 서호에 진심인 도시의 대표 럭셔리 호텔다운 시설이다.

③ 아테네 호텔 럭셔리 컬렉션 방콕

디자인 완성도 및 시설 편의성 ★★★★☆
맞춤형 경험 제공 여부 ★★★★☆
주변 명소와의 거리, 위치 ★★★★☆
지역적인 정체성 ★★★★★
기억해주는 서비스 ★★★★☆
취향 저격 어메니티 ★★★★☆

라마 5세의 딸 발라야 공주의 궁전이 자리했던 터에 지은 호텔로, 구 르메르디앙이 리노베이션을 거쳐 아테네 럭셔리 컬렉션으로 오픈했다. 대사관이 많은 지역에 있어 비즈니스 호텔로 항시 붐비지만, 사실 태국 왕실의 헤리티지가 디자인 콘셉트에 뚜렷하게 담긴 박물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나에게 이 호텔은 잠시 태국 공주로 만들어준 특별한 ‘로열’ 서비스로 기억된다. 스위트는 모두 각기 다른 테마로 구성되어 있는데, 라마 5세의 여름 궁전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스위트, 발라야 공주의 별장에서 착안한 스위트 등 27개의 스위트가 압권이다. 우연히 이 호텔을 알게 되어 출장으로 투숙한 첫 방문 후, 가족 여행으로 재방문했을 때는 로열 피마이 스위트 Royal Pimai Suite로 업그레이드를 받았는데, 객실에 들어선 순간 충격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크메르 왕조의 피마이 사원에서 영감을 받은 대리석 마감의 이 거대한 투베드룸 스위트는 걸어도 끝이 없는 복도, 응접실, 키친, 다이닝 공간까지, “진정 우리 가족이 이곳에 투숙해도 되는 것인지요” 묻고 싶었고, 실감이 나지 않았다. 특히 아테네 호텔에는 태국 전통 의상을 입고 스위트에서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나만 알고 싶은 프라이빗 서비스가 있다. 직원들이 소개해준 전통 의상으로 갈아입고 스위트의 소파에 살짝 기대면 태국 왕족의 여름 별장에 초대받은 꿈을 꾸는 느낌이다. 또한 방콕의 호텔은 대표적인 몰과의 접근성이 중요한데, 호텔 문을 나서면 시암파라곤 등 유명 쇼핑몰에 걸어서 다녀올 수 있는 환상적인 위치를 자랑한다.

힐리언스 선마을
공정성을 위해 홍보를 담당하는 호텔은 제외하는 조건이었으나, ‘내 마음속 1등 호텔’은 고객사 이전에 진정으로 아끼는 인생 호텔이기에 제외할 수 없었다. 이에 번외로 한 곳 더 추천한다. 강원도 홍천에 자리한 힐리언스 선마을도 가치 높은 경험을 선사하는 숙소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디자인 완성도 및 시설 편의성 ★★★★☆
맞춤형 경험 제공 여부 ★★★★☆
주변 명소와의 거리, 위치 ★★★★☆
지역적인 정체성 ★★★★★
기억해주는 서비스 ★★★★☆
취향 저격 어메니티 ★★★★☆

홍천의 산기슭에 위치한 웰에이징 리조트의 시초와 같은 곳이다. 이 호텔을 좋아하는 이유는 제약회사가 만든 건강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는 모습이 콘셉트에 매몰되지 않고 진짜 자연스러운 건강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이다. 우선 디지털 디톡스로 호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며, 객실은 의도적으로 비탈길에 위치해 약간 땀이 날 정도로 걸어 올라가야 한다. 객실 내부에 냉장고가 없고, 외부 음식 반입도 금지된다. 식당에는 저염식으로 맛있게 차려지며, 요가와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세 번의 투숙 경험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 순간을 꼽자면 이러하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온돌방에서 보디 필로를 끼고 두툼한 이불 속에 눕는다. 스마트폰은 터지지 않고 전기 잡음도 없는 객실에서 푹 자고 일어나면 이보다 개운할 수 없다. 다음 날 아침, 저염식으로 이렇게 맛있게 할 수 있을까 싶은 조식을 먹고 난 후 공용 사우나 오픈 시간에 맞추어 목욕까지 개운하게 즐기면, 웰니스가 별것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 공기는 차갑지만 신선하고 몸은 한결 가벼워진다.

📍 이 호텔에서 이건 꼭 하세요
아바니플러스 루앙 프라방 호텔 | 게스트라면 태국에서 라오스까지 메콩강을 따라 유람하는 ‘집시’ 크루즈를 선셋 시간에 맞춰 4시간 정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 메콩강 위에서 선셋을 감상하는 것은 명상과 같다. 에너지가 코어에 모이고 오직 존재만 또렷하게 남는 경험을 했다.
포시즌스 항저우 앳 웨스트레이크 | 조식에서 딤섬은 별도 메뉴판이 있어 원하는 대로 주문할 수 있는데, 인생 샤오롱바오를 만나게 된다. 갓 찐 딤섬이 조식에서 찜기째 서빙되는 조식당은 중국에서도 매우 드물다.
아테네 호텔 럭셔리 컬렉션 방콕 | 시그니처 중식당에서 베이징 카오야를 꼭 주문해보길 추천한다. 태국 최고의 베이징 카오야를 귀여운 ‘불쇼’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에 맛볼 수 있다.
힐리언스 선마을 | 디지털 디톡스와 저염식에 몸이 익숙해질 즈음 체크아웃을 하게 될 텐데, 호텔을 빠져나오는 길목에 유혹하는 홍천 숯불닭갈비 집 하나가 눈에 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들어가더라도 후회는 없다. 춘천 출신으로서도 인정하는 훌륭한 닭갈비 맛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