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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홉 & 니고 인터뷰: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HUMAN HOPE

2025.12.03.임채원

니고의 축적된 시간과 제이홉의 흐르는 시간. 시간의 교차점에서 탄생한 협업 발매를 앞두고 지큐가 단독으로 그들을 만났다.

GQ 어떤 음악에 빠져 있나요?
JH 로잘리아의 <LUX>요. ‘La Perla’를 제일 좋게 들었고요.
NG 오늘은 존 레넌의 <Power To The People(Home Jam)> 트랙들을 들었습니다.

GQ 비틀스의 팬이시죠. 존 레넌을 가장 좋아하세요?
NG 멤버 전부 좋아합니다. 한 명을 고르기는 어려워요.

GQ 둘의 첫 만남을 회상할 수 있나요?
NG 초반에는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그러다 1년 전, 도쿄의 저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여러 친구에게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실제로 ‘스타다!’라는 생각보다 훨씬 친근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빠르게 친해진 것 같아요.
JH 워낙 어릴 때부터 니고 상을 좋아했기 때문에 잔뜩 긴장했어요. 멋진 장소에 초대해 주셔서 엄청 좋았던 거죠. 카레가 진짜 맛있었던 기억이… 밥을 먹으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막 물어봤어요.

GQ 어떤 질문을 던졌어요?
JH 니고 상은 창작에 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결과물이 세상에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두렵지 않은지요. 인상 깊었던 말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해야 사람들도 좋아한다는 것. 저도 똑같이 생각했거든요. 내가 좋아야 나의 표현이 선명해지고 진정성이 담기니까요.

GQ ‘HUMAN HOPE’ 컬렉션은 어떻게 탄생하였나요?
NG 제이홉이 휴먼메이드의 오랜 팬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자연스럽게 공동으로 무언갈 만들자고 논의하게 되었죠. 아주 스무스하게 이뤄졌습니다. 로고의 다람쥐는 제이홉의 캐릭터에서 따왔어요. 우리는 두 사람이니까, 두 마리.
JH 휴먼메이드를 입으면 되게 자연스러운 제 모습이 드러나요. 본연의 나인데 자신감이 샘솟고, 꾸밈없지만 활기찬 그 에너지를 장착하게 되어요. 그래서 협업 컬렉션을 구상하기 시작했을 때, 제 이름의 ‘희망’이라는 의미가 고스란히 느껴졌으면 했어요. HUMAN HOPE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이거 미쳤다!” 했죠. 단순하지만 직관적이고, 무엇보다 밝고 낙관적인 분위기를 풍기잖아요? 다람쥐 주변에 있는 나무와 풀, 도토리 같은 그래픽들도 마음에 무척 들었어요.

GQ 이번 협업에 별명을 붙여보자면요?
JH ‘Dreams come true’. 베이프 때부터 니고 상의 팬이었고 퍼렐과도 친한 아티스트라 멀리서 그를 지켜봤어요. 니고 상의 크리에이티브를 리스펙해서 인터뷰도 찾아보고 휴먼메이드를 공부하는 나날들이 있었거든요. 그러다가 이런 순간이 왔고, 저는 성덕이 된 거죠.
NG 우정이라고 할까요. 다른 사람과 함께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저에게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만남은 더욱 특별한 느낌이죠.

GQ 제이홉이 무대에서 가장 공들이는 패션 아이템은 뭐예요?
JH 퍼포먼스에서 옷은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요. 어떤 옷을 입느냐에 따라 춤의 선, 각, 분위기, 시너지 이런 것들이 많이 달라지거든요. 무엇보다 신발이 가장 중요해요. 춤의 종류와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GQ 그러고 보니 오늘 두 분이 같은 신발을 신었네요?
JH 제가 신은 건 나이키 x 니고 x 리바이스의 데님 에어 포스 3예요. 니고 상이 선물해줬어요.
NG 나이키와 제가 협업한 킨츠기(Kintsugi) 모델이에요. 깨진 도자기를 수리하는 일본의 전통 도예 기법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했습니다.

GQ 그럼 평소 옷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션을 차지하는 아이템도 있나요?
JH 저는 바지를 굉장히 중요시해요. 바지 핏이 사람의 분위기를 만든다고 생각 들어요. 오래 입을 바지를 사려고 하죠. 옷이라는 건 열심히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구매하는 것이어서 그 의미가 저에게는 큽니다. ‘이 옷을 평생 간직할 수 있을까?’ 스스로 물어본 다음에 결정해요.
NG 제 옷장에서 선글라스, 캡, 스니커즈 세 카테고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거의 비슷합니다.
JH 니고 상은 빈티지, 아카이브 피스가 진짜 많아요. 작업실에 놀러 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빈티지에 대해서 잘 몰랐는데, 요즘은 시간이 지난 뒤에 남은 흔적이랄까, 클래식한 바이브를 선호하게 되었어요.
NG 사실 요즘은 바빠서 중고 의류를 사러 갈 시간이 없어요.

GQ 크리에이티브를 대하는 두 분의 감각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은데요. 니고 상은 음악, 도예 등 예술 전반, 호텔과 편의점 등 공간과 머천다이징까지 디렉팅의 세계를 뻗어 나갑니다. 먼 과거에 이런 크나큰 확장을 예상했나요?
NG 에디터로 커리어를 시작할 때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매일 차곡차곡 쌓아가는 과정이었어요. 저는 일을 할 때, 머릿속에서 정리되면 바로 빠르게 손을 움직입니다. 물론 스스로 진화를 체감한 순간도 있습니다. KENZO의 첫 패션 쇼가 그랬고 휴먼메이드의 IPO, 상장도 그렇죠. 이제 옷을 잘 만들지만, 여전히 도예는 잘 못합니다.

GQ 창작에 관한 니고의 정의가 있을까요.
NG 라이프스타일. 창작은 제 생활 안에서 쉬지 않고 일어납니다.

GQ 한편 제이홉의 뉴런이 깜빡일 때는 언제인가요?
JH 사람이요. 저는 멋있는 사람을 보면 뇌에 찌릿찌릿 자극이 와요. 니고 상과 퍼렐처럼.

GQ 그 둘과 함께 휴먼메이드 압구정 스토어를 돌아봤는데. 매장에서 마음에 드는 디테일을 발견했나요?
JH ‘The Future is in the Past’. 휴먼메이드의 모토가 1층 카운터 앞에 네온 사인으로 빛나고 있잖아요. 미래는 과거에 있다는 말은 그 자체로 엄청난 영감이에요. 내가 행동하는 하나하나가 나의 자산, 가치가 된다고 생각하면 오늘은 더 신중하게, 현재를 더 멋지게 살아야 해요. 시간은 축적되고 또 흐르니까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요.
NG 성수점보다 좀 더 전통적인 건물을 물색했어요. 압구정 스토어는 그런 장점을 살려서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매장과 HUMAN HOPE 컬렉션을 동시에 공개할 수 있도록 일을 추진했습니다.
JH 휴먼메이드의 미감이 성수와 압구정에서 서로 다르게 구현되는 점이 재밌어요. 제가 오랜 팬이었던 브랜드가 한국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고 신기해요.

GQ 두 분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인가요?
NG 전 세계에서 지금 가장 파워 넘치는 도시. 제가 제이홉 나이였을 때는 도쿄가 그랬어요. 요즘은 파워가 조금 다운된 느낌이지만요. 서울에 오면 익사이팅해져요. 텐션이 올라가는 느낌입니다. 그러한 점이 굉장히 부러워요.
JH 이제는 제 삶 그 자체가 되었어요. 나를 위로해주고, 감싸주는. 편안해지고 나를 충전시키는. 그래서 더 사랑하게 되는. 제가 움직이는 모든 순간이 서울에서 비로소 완성돼요. 저의 모든 에너지가 연결되는 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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