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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지나가는 게 아쉽다면 보세요, 노아 바움백 신작 영화 추천

2025.12.10.조서형, Jake Kring-Schreifels

배우 조지 클루니와 아담 샌들러, 노아 바움백 감독 외에 주목해야 할 캐스팅이 있다.

Peter Mountain/Netflix

노아 바움백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제이 켈리’ 초반부에는 특유의 미소로 상대를 방심시키는 매력을 가진 조지 클루니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그는 자기 옛 연기 수업 친구인 티모시(빌리 크루덥)에게 살짝 ‘살롱 트릭’을 해보라고 한다. 그 요청에는 묘하게 긴장감이 실려 있는데, 마치 제이가 오래 묻어둔 상처를 슬쩍 건드리는 듯하다. 방금 두 사람은 공통 친구의 장례식장 밖에서 우연히 마주쳤고, 이제는 산타모니카 근처의 ‘Chez Jay’라는 술집에서 마주 앉아 있다. 주변 사람들이 슬슬 둘을 알아보고 셀카를 요청하려 다가오는 와중에 그들은 서로 근황을 나누고 젊은 시절을 회상하려 한다. 제이는 한창 영화배우를 꿈꾸고 있고, 티모시는 업계의 환멸을 느끼고 떠나 어린이 치료사가 되기 전의 그 시절로.

과거를 되짚는 동안, 제이는 티모시에게 옛날처럼 메서드 연기의 ‘가방’을 다시 열어 그를 즐겁게 해보라고 부추긴다. “메뉴를 읽어봐”라고 그는 말한다. 티모시는 장난스럽게 받아준다. 그는 메뉴판을 내려다보고 기본적인 톤으로 읽는다. 마치 크루드업이 예전에 마스터카드 광고를 읽던 방식처럼 안정적이고, 건조하며, 중립적이다. 그러다가 분위기가 진지해진다. 티모시는 잠시 멈추고, “감정적 선택”을 찾으며 예전 선생님이 가르쳐준 것을 끌어내보려 한다. 곧 그는 떨고 흔들리며 음식 항목을 읽어내기 시작한다. “트러플 파마산 프라이. 발사믹 허니 글레이즈와 베이컨을 곁들인 방울양배추…” 그는 마지막까지 흐느끼며 읽는다. “아이스버그 양상추 웨지.” 너무 현실적이어서 제이는 걱정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티모시가 완전히 중립 상태로 돌아오기 전까지. “이게 메서드 연기야,”라고 그는 미소 짓는다.

이것은 숨이 멎을 정도로 대담한 연기다. 예측 불가능하고 눈물 어린 연극성, 멜로드라마적이면서도 깊이 취약한 표현. 이 장면은 영화의 지렛대다. 눈물이 마르고 나면, 티모시는 갑자기 다시 벌어진 상처를 건드리며 둘이 함께 오디션을 봤던 배역을 떠올린다. 그 배역은 그들의 커리어와 인생을 영원히 갈라놓았고, 제이를 스타로 만들었다.

바움백은 적절히 카메라를 테이블 반대편으로 옮기며 주인공을 방어적으로 보이게 한다. “넌 내 직업을 훔쳤고 내 여자친구도 훔쳤어,” 티모시는 독기 어린 목소리로 말한다. “23살엔 난 그 두 가지밖에 가진 게 없었어.” 그 독설은 주차장까지 이어지며, 티모시는 제이를 “빈 그릇”이라고 부른다. 결국 둘은 몸싸움을 벌인다.

이 장면은 단 8분 동안 많은 것을 담아냈다. 아첨으로 옛 친구와 다시 연결되고, 티모시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였음을 암시하고, 실현되지 못한 그의 잠재력을 보여준 다음, 제이가 과거에 대한 그의 비전을 인정하지 않을 때 억눌렸던 질투심을 터뜨려야 한다. 그는 겉보기엔 잘 적응한, 존경할 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보이지만, 티모시의 합리적인 사과 요구와, 그걸 받지 못하면 제이에게 폭발하고 싶어 하는 덜 건강한 충동을 모두 연기했다. 이는 덜 능숙한 배우라면 겁먹었을 법한 외줄 타기이지만, 결국 완벽히 균형을 잡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영화 자체를 훔쳐버린다.

이런 ‘영화 훔치기’는 이제 거의 잊힌 기술처럼 느껴진다. 이야기의 흐름을 깨지 않으면서, 이기적이거나 과장된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퍼포먼스를 ‘도둑질’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고의 사례들조차 볼륨을 너무 높였다는 비판을 들을 수 있다. 예외는 대개 ‘배우가 배우를 연기하는’ 경우다. 거울처럼 그들의 선택을 비교하고, 그 몰입의 힘에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상황 말이다. 요아킴 트리에르의 ‘센티멘탈 밸류’에서 엘르 패닝의 연기를 떠올려보라. 그녀는 노르웨이 감독의 새 영화에서 주연을 맡게 된 유명 스타 레이첼 켐프를 연기하는데, 화면에 등장하는 시간도 충분히 많다. 하지만 가장 오래 남고, 결국 모든 것을 이어붙이는 것은 캐주얼한 대본 연습 중에 찾아온 순간이다. 그녀는 한 구절을 읽기 시작하다 갑자기 무너져 내린다. 피상적인 셀러브리티에서 눈물범벅의 압도된 혼란으로 변해간다. 끝났을 때, 그녀는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처럼 파트너를 끌어안는다.

크루드업의 ‘메뉴 읽기’는 패닝의 갑작스럽고 변모하는 존재감을 떠올리게 하지만, 두 배우의 테이블 장면은 화이트 로터스 시즌 3에서 샘 록웰의 독백 장면에 더 가깝다.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듯 두 옛 친구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쇼의 하이라이트가 되는 장면 말이다. 월튼 고긴스 맞은편에 앉아 수년간의 기상천외한 모험과 성적 경험을 이야기하는 록웰은 또 다른 영역으로 들어간다.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로 들떠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을 만든다. 올해 초 인터뷰에서, 록웰은 이 장면에서 마이즈너 기법을 사용해 몰입했다고 말했다. 이는 ‘만약’의 상상에 기반을 두는 것으로, “연기의 큰 부분”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는 개인적 트라우마를 장면 전 감정 준비로 끌어오는 스트라스버그식 메서드와는 다르다.

이 대비는 제이 켈리에서의 크루덥의 연기를 더욱 인상적으로 만든다. 최근 인터뷰에서 크루덥은, 티모시와 달리 자신은 메서드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지만, 바움백이 장면을 위해 그에게 완전히 몰입해보라고 격려했다. 그는 자신의 감각 기억에 깊이 잠겨야 했는데, 이는 “캐릭터가 느껴야 할 것과 동일한 생리적 반응을 느꼈던 순간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라고 LA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솔직히 말해, 별로 즐거운 방법은 아니에요. 왜 사람들이 이렇게 연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 장면은 최소 40번의 테이크를 거쳤다고 한다. 결국 새로운 감정 근육을 배우게 되었다. “한번 수도꼭지가 열리고 나니, 멈출 수가 없었어요,”라고 그는 골드 더비에 말했다. “정말 멈출 수가 없었어요. 촬영 끝나고 집에 가도 계속 울었어요.”

영화 후반, 바움백은 그 격렬하고 감정적으로 소모적인 상호작용에 더 많은 맥락을 제공한다. 그는 제이의 시점에서 기억 풍경을 구축하며, 티모시가 제이가 자신의 역할을 훔쳤다고 믿는 운명의 오디션 장면으로 돌아간다. 줄을 서 있는 동안 즉흥 연기를 시도해보려던 티모시는 방에 들어가서는 긴장해버려, 대본에 적힌 그대로 읽는다. 그는 빠르게 퇴짜를 맞는다. 반면 제이는, 단지 친구를 응원하러 온 것뿐이었지만, 즉석에서 자신도 오디션을 보겠다고 요청하고, 티모시의 초기 아이디어를 활용해 대본을 벗어나 연기한다. 이는 성공이자 배신이며, 두 사람의 관계를 빠르게 갈라놓는 변곡점이다. 하지만 제이가 정말 티모시의 일을 ‘훔친’ 걸까? 역할을 누가 소유한다 말할 수 있을까? 어쩌면 제이는 티모시의 해석을 따왔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걸 실제로 해낸 용기도 있었다. 바움백은 이미 티모시가 더 뛰어난 배우였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어쩌면 그는 그 역할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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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점에서, 현실과 기대의 간극, 그러니까 당신이 바라던 것과 당신이 가진 것의 차이는 바움백 특유의 테마로, 오징어와 고래에서부터 그린버그,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거의 모든 불안한 주인공들에게서 드러난다. 그래서 빌리 크루드업을 캐스팅한 것이 영리하고 메타적인 선택처럼 느껴진다. 그의 또래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그 역시 티모시의 불안, 아슬아슬한 실패, 그리고 인생의 갈림길에 공감했을 것이다. 57세인 그는 분명 그의 커리어를 다른 길로 이끌 수 있었던 ‘통통한 역할들’에 몇 번은 오디션을 봤을 텐데, 그 역할은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주어졌던 ‘큰 스타가 될 잠재력’과, 자신이 결국 스스로 구축한 좀 더 조용한 커리어를 균형 있게 관리해야 했다.

최근에서야 그는 자신만의 ‘스위트 스폿’을 찾기 시작했고, 그에 상응하는 상들도 받아오기 시작했다. 애플 TV의 ‘더 모닝 쇼’에서 현실감을 유지시키는 냉소적이고 신랄한 방송국 임원 코리 엘리슨으로서 그는 에미상 2개와 크리틱스 초이스 TV 어워드 2개를 거머쥐었다. 오스카 후보 가능성도 있을까? 그는 제이의 갈등하는 매니저 역으로 더 많은 스크린 타임을 차지하는 공동 주연 애덤 샌들러와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연상’의 정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는다면, 영화의 불꽃을 점화시키는 사람, 주인공에 대한 당신의 감정을 흔드는 사람, 걸출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더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당신이 발사믹 허니 글레이즈와 베이컨을 곁들인 방울양배추를 주문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을 뜻하는 것 아닐까? 그 답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평생 믿을 만한 배우로 자리 잡아온 크루덥은 마침내 더 나은 형용사를 얻었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라는 형용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