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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최상급 연기’ 티모시 샬라메의 나르시시즘, 자기 확신? 오만?

2025.12.15.조서형, Jack King

최근 삭제된 한 인터뷰에서 그는 데뷔 후 8년 동안 “최상급의 작업”을 해왔다고 큰소리쳤다. 이런 허세가 누군가에겐 거슬릴 수 있겠지만, 보는 맛만큼은 확실하다.

지난 2월, 음악 전기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밥 딜런을 연기한 공로로 미국배우조합상(SAG)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티모시 샬라메는 충격이 고스란히 드러난 얼굴로 무대에 올랐다. 잠시 비틀거릴 만큼의 놀란 그의 태도는 곧 거침없는 자기 확신으로 바뀌었다.
“이 역할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축소해서 말하는 게 가장 점잖은 태도겠죠. 하지만 진실은, 이 작품에 제 인생 5년 반을 쏟아부었다는 겁니다.” 그가 말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저는 위대함을 좇고 있어요. 보통은 이런 말을 잘 안 하죠. 하지만 저는 ‘위대한 배우들’ 중 한 명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위대한 이들에게서 영감을 받았어요.”

샬라메가 수줍은 적은 사실상 없다.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즈음 본격적으로 스타덤에 오른 이후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모습은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훨씬 노골적인 허풍, 누군가는 ‘자기 확신’이라 부를 테고, 누군가는 덜 너그럽게 ‘오만’이라 부를의 형태였다. 대체로 사람들은 과도한 자부심과 자신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특히 영국에서는, 겸손이 태어날 때부터 두들겨 맞으며 배우는 핵심 미덕이니까. 그런 맥락에서 보면, 샬라메가 공개적으로 “나는 GOAT가 되겠다”고 선언하며 브란도, 파치노, 데이-루이스 같은 이름들과 나란히 할 야망을 밝힌 건 대담했다. 동시에, 왜 어떤 이들에게 거슬렸는지도 이해가 간다.

영화 ‘마티 슈프림’ 프레스 투어에서 샬라메는 이 새로 얻은 허세의 페르소나를 한층 더 밀어붙였다. 유튜브에 올라왔다가 지금은 삭제된 것으로 알려진 인터뷰,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드라인을 만들고 틱톡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그 클립에서 그는 이 영화가 자신의 커리어 최고작이며, 데뷔 후 8년 동안 “헌신적이고, 최상급의 연기”를 계속 내놓아 왔다고 자랑했다.
“이건 입 밖으로 말할 필요가 있어요. 제가 이 일들에 쏟는 규율과 근면성… 사람들이 그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았으면 하고, 저 역시 스스로를 당연하게 여기고 싶지 않거든요.” 그는 덧붙였다. “이건 진짜 상급의 작업이에요.”

틱톡 댓글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우리한테 칸예 모드로 가는 거냐”는 말부터 “과대평가됐다”, “저렇게 건방지기엔 아직 너무 어리다”는 반응까지. 반면 더 호의적인 시선도 있었다. “자기 일에 자신감 좀 가졌다고 뭐가 문제냐”라는 댓글처럼.

사실 허풍만은 아니다. 29세의 샬라메는 이미 두 차례 오스카 후보에 올랐고, 듄과 웡카 같은 블록버스터를 이끌었으며, ‘영화배우는 멸종 위기’라는 말이 나오는 시대에 자기 세대에서 손꼽히는 무비스타가 됐다. 마티 슈프림에 대한 초기 반응 역시, 이것이 그의 커리어 최고 연기라는 샬라메의 자기 평가와 대체로 궤를 같이한다. 2010년대, 열혈 이지 팬들이 그의 나르시시즘을 눈감아준 이유는 그가 세기의 명반들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나 요란하게 떠들었지만, 그 오만함은 대체로 ‘자격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오스카 캠페인 시즌마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그 가짜 겸손의 공식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는 건 꽤 상쾌하다. 샬라메가 SAG 수상 소감에서 스스로 인정했듯, 가장 점잖고 그리고 기대되는 행동은 겸허함으로 반짝이며 자신의 재능을 축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진짜처럼 느껴졌던 적이 있나? 전력으로 자신을 믿는 모습을 보는 건 짜릿할 뿐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솔직하다. 특히 그 태도가 차기 시상식 레이스에 실제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 그가 내년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아카데미의 연장자들이 그의 ‘자기 과시 거부’를 탐탁지 않게 볼 가능성도 충분하다는는 점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여기에는 또 하나 즐거운 반전이 있다. 마티 슈프림 프레스 투어 전반에서 드러나는 샬라메의 태도는 꽤 메타적이다. 영화에서 그는 자신이 ‘역대 최고’ 탁구 선수라는 사실을 조금도 양보하지 않는, 콤플렉스를 안고 있는 1950년대 탁구 스타를 연기한다. 그는 오만하고, 자만하며, 성가신 인물이다. 동시에, 그가 주장하는 만큼이나 실제로 탁월하다. 그렇다면 그 인터뷰에서 샬라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의도적으로 자신의 영화 속 페르소나를 살짝 차용하며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더 넓게 보면, 마티 슈프림의 프레스 과정 자체가 꽤 볼거리였다. 노련한 PR 플레이어답게, 샬라메는 250달러짜리 영화 굿즈를 2025년 최고의 ‘그레일’ 재킷 중 하나로 만들었고, 스포츠계의 GOAT 톰 브래디에게 그 바람막이를 입혀 바이럴 이미지를 만들었으며, 자신이 사실 리버풀 출신 래퍼라는 소문을 장난스럽게 즐겼다. 프리미어에는 여자친구 카일리 제너와 함께 수감자 오렌지 컬러의 커플 룩으로 등장했고, 전반적인 미디어 출연에서는 항상 볼륨을 11까지 올려놓았다. 위대해지려면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그 점에서 샬라메를 탓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