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끝자락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니커 중 하나인 나이키 에어 맥스 95를 되짚어본다.

아, 나이키 에어 맥스 95. 거대한 스우시가 매년 아무리 새로운 실루엣을 쏟아내도, 누군가 이 신발을 신고 지나가면 나는 여전히 걸음을 멈추고 쳐다보게 된다. 오래 신어 닳아버린 네온 컬러든, 올해 재출시된 새 제품이든 상관없다. 이 신발은 여전히 강력하다.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렇다는 건 꽤 놀라운 일이다. 대부분의 스니커는 이런 생명력을 갖지 못한다. 그중에서도 이렇게까지 살아 있는 느낌을 주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다.
세르히오 로자노가 1995년, 에어 맥스 95를 처음 만들었을 때 그는 얌전하고 무난한 무언가를 만들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근육, 갈비뼈, 척추 등 인간의 해부학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으로, 레이어드 어퍼는 공격적이고 기술적이며 이전의 어떤 것과도 전혀 다른 모습이 되도록 설계됐다. 물론 에어 맥스 1이 이미 ‘보이는 에어’를 선보이긴 했지만, 95는 그걸 한 단계 더 밀어붙였다. 앞발에 가시적인 에어 유닛을 처음으로 적용한 나이키 모델이었고, 그 순간부터 쿠셔닝은 단순한 퍼포먼스 기술이 아니라 디자인의 일부가 됐다. 큼직하고 묵직한 에어 버블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90년대에는 에어 기술에 대한 집착이 있었고, 에어 맥스 95는 앞발의 가시적 에어 유닛을 도입하면서 그 집착을 한 단계 끌어올렸죠. 그건 즉각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밖에 없었어요.” 오프화이트가 아닌 영국 리테일러 오프스프링의 바잉·마케팅·디자인 시니어 매니저 아만 탁의 말이다. “미묘한 그라데이션 컬러와 ‘볼트’ 포인트가 결합되면서, 이 신발은 거리부터 패션 엘리트들의 프런트 로까지 어디서든 신을 수 있는 놀라울 만큼 범용적인 아이템이 됐죠.”
그 범용성이 핵심이다. 에어 맥스 95는 전혀 다른 세계들 속에서도 억지스럽지 않게 공존한다. 트레이닝복에도, 통 넓은 데님에도, 테일러드 팬츠에도 잘 어울린다. 그리고 나이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브랜드 아카이브 안에서 협업 없이도 여러 번, 또 여러 번 재출시되면서 매번 완판되는 실루엣은 극히 드물다.
PR 및 브랜드 컨설턴트 토미 코를리토는 이렇게 말한다. “실루엣 자체의 ‘DNA’부터 지금까지 등장한 컬러웨이까지, 반복적으로 재출시돼도 계속해서 완판되는 스니커는 거의 없어요. 협업 프로젝트가 주류가 아닌 지금 같은 환경에서도 말이죠.”
하지만 에어 맥스 95의 힘은 디자인이나 하입 사이클에만 있지 않다. 문화적인 의미다. 특히 영국에서는 이 신발이 훨씬 더 깊은 의미를 갖는다. 런던에서는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존재해왔다. 아파트 단지의 아이들부터 DJ, 래퍼, 축구 팬, 남성복 애호가들까지 모두가 신었다. 어느 하나의 신에만 속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신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런던을 벗어나면 이야기는 더 풍부해진다. 리버풀 기반 스토어 커쉬킥스의 공동 창립자 샘 커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에어 맥스 95만큼 강력한 유산을 지닌 트레이너는 거의 없어요. 리버풀에서 자라며 이 신발은 정체성의 상징이었죠. 그리고 글래스고와 맨체스터 매장에서도, 이 신발이 축구 문화와 얼마나 깊이 연결돼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어요. ‘네온’, ‘스태시’, ‘발틱 블루’ 같은 특정 컬러웨이는 어느 편이든 가리지 않고 신습니다. 특히 올드 펌 경기에서는요.”
이런 충성심의 개념은 에어 맥스 95를 이야기할 때 반복해서 등장한다. 특정 도시, 특정 컬러웨이, 특정 크루. 한 번 빠지면, 끝이다. 그리고 이건 영국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이 신발은 마르세유나 나폴리 같은 도시에도 뿌리를 두고 있다. 런웨이가 아니라 사람을 통해 스타일이 퍼지는 항구 도시들이다. “시장이 어떤 상황이든, 이 신발에는 항상 충성도 높은 소비자가 남아 있습니다.” 코를리토의 말이다.
힙합 역시 이 신화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래퍼들은 언제나 에어 맥스 95의 거칠고 레이어드된 미학을 사랑해왔다. 그리고 더 게임이 2005년 히트곡 〈Hate It or Love It〉에서 이 신발을 자신의 최애 스니커라고 언급하면서, 그 전설은 더욱 단단해졌다. 태도 있어 보이는 이유는, 실제로 태도를 가진 신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2025년, 에어 맥스 95는 30주년을 맞는다. 나이키는 레트로 발매, 빅 버블 업데이트, 화제를 모으는 협업, 그리고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이 신발에 대한 새로운 조명으로 이 순간을 기념하고 있다. 중요한 건 이것이다. 이건 향수 마케팅이 아니다. 에어 맥스 95는 구제되거나 재해석될 필요가 없다. 여전히 거리 위에 있고, 여전히 제대로 신어지고 있으며, 여전히 일상의 일부다. 다음 30년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