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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28미터를 견딘 시계, 오메가 씨마스터 진화의 역사

2026.01.07.정유진

씨마스터는 이렇게 계속해서,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1932년, 오메가 마린 OMEGA MARINE

해양 탐험에 대한 열망으로 방수 기술 연구에 매진하던 오메가는 1932년, 마침내 ‘오메가 마린’을 세상에 내놓았다. 씨마스터 계보의 원류이자 세계 최초 다이버 워치로 기록된 마린은 당시 “50미터 깊이에서도 똑딱거린다”는 광고 문구로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실제 성능은 그 이상이었다. 제네바 호수의 수심 73미터를 가뿐히 넘기고, 스위스 시계연구소에서 실시한 수압 테스트에서는 135미터를 견딘 것. 이 놀라운 타임피스를 시작으로 오메가는 본격적으로 해양 시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1948년, 첫 번째 씨마스터 THE FIRST SEAMASTER

마린의 성공으로 자신감을 얻은 오메가는 1948년 ‘씨마스터’를 론칭하며 방수 시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역사적인 첫 씨마스터는 초침의 위치로 구분되는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했으며, 모두 60미터 방수를 보장했다. 이어 오메가는 실용성을 한층 강화한 ‘씨마스터 300’을 선보였는데, 잠수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회전 베젤과 발광 물질을 코팅한 다이얼을 장착했다. 이를 계기로 씨마스터는 단순한 방수 시계를 넘어 전문 다이버들도 신뢰할 수 있는 다이버 워치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1970년, 프로페셔널 600 PROFESSIONAL 600

1970년, 오메가는 프로페셔널 라인을 통해 씨마스터를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프로페셔널 라인의 첫 모델은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 높은 수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한 모노블록 케이스 구조가 600미터까지 방수 기능을 보장했다. 수압 테스트에서는 600미터 방수 성능을 뛰어넘어 1,370미터에 달하는 압력까지 견딜 수 있음을 입증했는데, 이는 실제 다이버들의 환경보다 훨씬 혹독한 조건이었다. 오메가는 해양 탐험 기술의 최전선에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1972년, 오토매틱 120 AUTOMATIC 120

‘씨마스터 오토매틱 120’은 방수가 가능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다. 다이버 워치 사양에 더한 크로노그래프 기능은 씨마스터가 더 이상 수중 활동만을 위한 시계가 아니라는 일종의 선언과도 같았는데, 그만큼 디자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다. 투박했던 실루엣을 세련되게 다듬고, 다양한 스트랩을 옵션으로 제공한 것. 인덱스와 핸즈의 디자인도 보다 모던해졌다. 이를 초석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다양하게 변주한 씨마스터는 미학과 기능을 두루 갖춘 컬렉션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1981년, 쿼츠 120 QUARTZ 120

120미터 방수 성능에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한 씨마스터가 등장했다. 태엽과 로터를 덜어내며 케이스는 한층 슬림해졌고, 그 덕에 착용감과 휴대성이 대폭 개선됐다. 다이버 워치를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순간이었다. 이 시계는 영화 <그랑블루>의 실제 주인공이자 전설적인 프리다이버, 자크 마욜의 애장품으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는 1981년 이 시계를 차고 이탈리아 해안에서 산소 장비 없이 101미터 프리 다이빙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기능성이 몸소 증명된 순간이었다.

1993년, 헬륨 배출 밸브 THE HELIUM ESCAPE VALVE

잠수 시간을 측정하는 베젤, 심해에서도 가독성을 높이기 위한 야광 인덱스 등 다이버를 위한 기능은 거의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오메가의 고민은 계속됐다. 그러다 1993년, 씨마스터 프로패셔널 300의 모든 시리즈에 헬륨 배출 밸브를 장착하는 것으로 다이버를 위한 기능을 완전히 갖추게 됐다. 헬륨 배출 밸브는 포화 잠수 환경에서 케이스 내부로 유입되는 헬륨 가스를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으로, 깊은 수심에 도달하는 전문 잠수부에게 꼭 필요한 장치였다.

2005년, 플래닛 오션 PLANET OCEAN

2005년, 코-액시얼 2500 칼리버를 장착한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이 등장하며 씨마스터 라인업이 한 단계 더 확장됐다. 시인성이 높은 블랙 다이얼과 화살촉 모양 핸즈는 씨마스터 300의 최초 모델에서 계승한 것으로, 지난 유산을 조명했다. 방수는 600미터. 강력한 방수 내구성을 지닌 만큼 스포티한 인상을 강조하기 위해 베젤과 인덱스, 그리고 핸즈에 오렌지 컬러를 칠해 활력을 더했다. 이런 디테일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오메가의 정체성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2010년, 플로프로프 1200 PLOPROF 1200

2010년은 전설적인 다이버 워치, 씨마스터 프로페셔널 600을 출시한 지 40주년을 맞은 해였다. 이를 기념해 오메가는 한층 진화한 프로페셔널 라인 ‘씨마스터 플로프로프 1200’을 내놓았는데, 오리지널 모델의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해 시계 애호가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화제가 된 건 외형만이 아니었다. 무려 1,200미터까지 보장하는 방수력. 1,200미터라는 극한 수심을 견디도록 자동형 헬륨 방출 밸브를 더해 포화 잠수 환경에서도 별도의 조작 없이 안전하게 내부 압력을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2019년, 울트라 딥 프로페셔널 ULTRA DEEP PROFESSIONAL

해저 탐험가 빅터 베스코보가 파이브 딥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로 향했을 때, 그는 세 피스의 ‘울트라 딥 프로페셔널’과 함께했다. 탐사용 잠수정 선체 일부를 가공해 제작한 이 시계는 로봇의 팔과 착륙선에 부착돼 수심 10,928미터라는 극한의 압력을 견뎠고, 그렇게 세계 최고의 잠수 기록을 경신한 시계로 역사에 기록됐다. 워치메이킹의 한계에 도전한 오메가는 이 경이로운 성공을 기념해 2022년, 상용화 버전인 ‘울트라 딥 6000’을 출시해 당시의 영광을 손목 위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