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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니스 여행의 정점, 해외에서 꼭 가봐야 할 인생 사우나 6

2026.01.27.전희란

기꺼이 목적지가 될 곳곳 사우나.

사자에 SAZAE

sanamane.jp

‘예술의 섬’이라는 아름다운 수식어가 붙은 섬 나오시마에 압도적인 건축적 경험이 가능한 사우나가 있다. 글램핑 시설 ‘사나 마네 Sana Mane’의 중앙에 놓인 사우나, 사자에 Sazae. 당도하자마자 살며시 머릿속에 물음표가 뜬다. 혹시? 역시다. 건축가 구마 겐고의 작품인 이 사우나는 짐작하듯 일반 사우나보다 천장이 높은데, 단지 멋을 위해 기능을 소홀히 하지는 않았다.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한 환기 기류 시스템을 설계해 탁월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 부드러운 곡선형 좌석에 앉아 조개 모양에서 영감을 받은 곡선으로부터 새어나오는 독특한 빛과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면, 내면의 시끄러운 소음이 땀으로 배출되는 기분이 든다. 나오시마에 다시 간다면, 그 목적은 목욕을 하기 위해서. 아니, 예술로 목욕을 하기 위해서.

호텔 7132 HOTEL 7132

어느 겨울, 기차로 스위스 전역을 돌기로 결심했던 건, 결국 이곳에 당도하기 위함이었다. 스위스의 작은 마을에 자리한 호텔 7132. 우편번호를 이름으로 옮긴 이곳은 건축가 페터 춤토르가 설계한 신비한 온천을 보물처럼 품고 있다. 종교 시설처럼 영적인 체험마저 가능한 공간. 아이스 풀부터 파이어 풀까지 여섯 개의 서로 다른 온도의 풀, 열두 개의 돌이 스팀을 내뿜는 스팀 룸, 빛과 고요가 가만히 존재하는 내부를 여기저기 유랑하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무엇이 나를 감동시켰나? 답은 페터 춤토르의 책 <분위기> 중 한 대목을 차용한다. “전부 다이다. 모든 사물 그 자체. 사람들, 공기, 소음, 색깔, 물질, 질감, 형태. 내가 인식한 형태, 내가 해석한 형태. 또 무엇이 나를 감동시켰나? 내 분위기, 내 감정, 앉아 있는 동안 내 안에 가득했던 기대감.”

루메이라 웰니스 LUMEIRA WELLNESS

오로지 리추얼이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을까? 이곳이라면 기꺼이 ‘예스’. ‘루메이라 웰니스 Lumeira Wellness’는 2025년 발리 타바난 Tabanan 지역 해안가 마을 브라반 Beraban에 문을 연 웰니스 스페이스다. 예술과 교육, 웰니스가 한곳에 모인 지역 복합 커뮤니티 누아누 빌리지 Nuanu Village에 위치해 있으니, 디톡스의 사관 학교 정도라고 해야 할까. 우드파이어 스팀 돔, 불과 바람이 어우러진 공간, 감각을 깨우는 하이드로 풀 등 자연의 요소를 영리하게 담은 공간에서 명상과 호흡 중심의 프로그램에 임하다 보면, 그간에 나를 어지럽히던 것들이 차차 희미해진다. 발리 전통의 스팀 사우나를 경험할 수 있는 우드파이어 스팀 돔 안에서는 경직된 근육들이 긴장을 풀고 얕은 숨을 쉰다. 내 안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이 멀리까지 왔다.

샤블레 유카탄 CHABLE YUCATAN

yucatan.chablehotels.com

‘테마스칼 Temazcal’은 멕시코 원주민 문화의 살아 있는 유산으로, 정화되어 다시 태어나기 위한 의식이다. 아즈텍 문명의 전통 사우나인 테마스칼 공간에 들어서면, 마치 어머니 자궁으로 돌아가는 기분이 든다. 불지기가 달군 화산석 위에 약초를 우려낸 물이 닿고 향기로운 증기로 바뀌어 퍼져 나가면, 인간을 감싸는 네 가지 원소와 연결된다는 오래된 믿음. ‘월드 50 베스트 호텔 2025’ 리스트에도 오른 멕시코 남동부 유카탄 지역의 샤블레 유카탄 호텔에서 약 3시간 동안 본격적인 테마스칼을 경험할 수 있다. 몸 안의 독소는 빠져나가고, 몸은 강건해지며, 마음은 맑아지고, 이 순간의 감각을 여는 의식. 북소리와 침묵 속에서 우리는 본질을 깨닫고, 오래된 지혜와 만난다. ‘여행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오랜 물음에 천천히 답이 찾아온다.

알멘나 바스툰 ALLMÄNNA BASTUN

goteborg.se

버려진 부두가 이토록 모두를 이롭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 버려져도 좋겠다. 스웨덴 예테보리시 유빌레움스파르켄 공원 내에 독일 건축 그룹 라움라보어 베를린이 설계한 사우나 ‘Allmänna bastun’은 허울만 좋은 공공 프로젝트와는 거리가 멀다. 공간 대부분을 공장과 조선소의 철판, 유리병 등 재활용 자재로 만들었고, 지역 자원봉사자들이 건축 과정에 참여했다. 나의 손때가 묻은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경험, 얼마나 숭고한가? 게다가 이곳은 누구든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문을 활짝 열어둔다. 사우나뿐 아니라 수영, 세일링, 클라이밍 등을 배울 수 있는 아웃도어 클래스룸 등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푸드 트럭에서 음식과 술을 사서 종일 시간을 보내도 좋다. 어쩌지, 스웨덴에 가고 싶은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

제바트 우토콰이 SEEBAD UTOQUAI

“요즘 취리히에선 팝업 사우나가 유행이에요. 특히 호수 근처에 온통 벌거벗은 사람들 뿐이죠.” 취리히 통의 말에 혹해 알아보니, 이미 오랫동안 스위스는 목욕에 ‘진심’이었다. 1890년에 지은 뒤 120년 넘게 취리히의 힙한 거점이 된 목욕 궁전 ‘제바트 우토콰이 Seebad Utoquai’. 취리히 호수 위에 지은 목조 구조의 공공 수영장 겸 목욕시설인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든 일어난다. 호수로 바로 이어지는 수영장에서 물에 뛰어들거나, 30미터 떨어진 호수에 정박한 뗏목까지 헤엄쳐갈 수도 있다. 수영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작은 수영장도 있고, 야외 데크에서는 몸을 감싼 모든 것과 속박을 벗어 던지고 페스탈로치 도서관에서 고른 책을 천천히 읽으며 한갓진 오후를 보낼 수도 있다. 지중해 진미가 넘치는 레스토랑도 놓칠 수 없는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