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피키 블라인더스 영화의 뉴욕 프리미어에서 그는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열풍에 합류했다. 놀라운 브랜드는 아니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토미 셸비다운 비틀기가 더해졌다.

킬리언 머피는 어떤 면이든 갖춘 입체적인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배우로 통한다. 그가 오펜하이머로 남우주연상 오스카를 받은 것도 결코 단편적인 배우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그의 커리어를 규정하는 또 하나의 축이 생겼으니, 이는 피키 블라인더스의 토미 셸비다. 몰아보기 좋은 TV 시리즈와 권위 있는 할리우드 전기 영화는 분명 다른 장르지만, 마지막 시즌 이후의 이야기를 잇는 영화가 이제 공개될 정도로 피키 블라인더스가 큰 성공을 거둔 데에는 토미의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가 큰 몫을 했다. 그는 냉혹한 잔혹함과 깊은 연민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다.
어젯밤 열린 영화의 뉴욕 프리미어에서 머피는 이 철학을 손목 위에 그대로 요약해냈다. 그가 착용한 시계는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페이스 스몰 세컨즈. 이 복잡한 이름을 풀어보자면, 기본적으로는 고전적인 예거 르쿨트르 리베르소다. 아는 사람만 아는 카르티에 탱크 같은 존재로, 최근에는 레드카펫을 대표하는 시계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이 버전에는 스몰 세컨즈 서브다이얼이 들어간다. 정확히 말하면 서브다이얼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듀오페이스라는 이름 그대로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리베르소는 한쪽 면이 단순한 금속으로 되어 있는데, 원래는 폴로 선수들이 케이스를 뒤집어 안쪽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충격으로부터 시계를 보호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구조였다. 반면 이 모델은 양면 모두 시계 다이얼로 구성되어 있고, 서로 다른 두 시간대를 각각 따로 설정할 수 있다. 한마디로 이브닝웨어에 어울리는 GMT 시계인 셈이며, 머피가 맞춤 제작으로 입은 조르지오 아르마니 수트와도 잘 어울린다.

이런 추측도 있다. 머피가 오펜하이머의 동료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그 영화의 프로모션과 시상식 시즌 동안 손목에 무엇을 차고 있었는지 눈여겨봤을 가능성이다. 당시 다우니 주니어는 크로노그래프와 투르비용을 장착한 리베르소를 포함해 수준 높은 예거 르쿨트르 시계를 연달아 착용했다. 머피가 그 흐름을 따라가기로 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다소 기이한 변주 모델들을 제외하면, 리베르소는 흥미롭지만 지나치게 튀지는 않는다. 자신의 작품이 레드카펫의 과시보다 먼저 말해주기를 바라는 배우에게 딱 맞는 시계다.
듀오페이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의도했든 아니든 다시 그의 연기에 시선을 돌리게 만든다. 머피의 시계 한쪽 면은 검정이고 다른 한쪽 면은 은빛이 감도는 흰색이다. 비유를 너무 밀어붙이고 싶지는 않지만, 빛과 어둠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양면적 안티히어로를 시계적으로 표현한 모델을 꼽으라면 바로 이것일 것이다. 이번에 머피는 은빛 다이얼 쪽을 드러낸 채 등장했다. 이 선택이 영화 속 토미 셸비의 도덕적 여정에 대한 결정적인 힌트를 주는 걸까. 그건 도저히 단정할 수 없다. 하지만 킬리언 머피처럼 섬세한 배우가 또다시 이런 추측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 자체는 전혀 놀랍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