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나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 순간이 있다. 아쉽게도 이런 때 어휘력이 마음의 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상황을 위해 준비했다. 연인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할 시 4가지. 마음에 들었다면 시집에서 전체를 찾아볼 것.
심보선, 「첫 줄」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써진다면
첫눈처럼 기쁠 것이다.
이 시는 연애 초반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할 때 같이 읽으면 좋다. 상대방이 좋기는 하지만 아직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두근거리는 순간, “나는 네가 좋다”라는 평범한 말 대신 이렇게 말해보자. 나는 지금 당신이라는 첫 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당신의 첫 줄은 지금 어떠냐고 말이다. 조금 쑥스러울 수도 있지만, 멈추지 마시라. 그 쑥스러움이야말로 연애 초기에 누릴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다.
최백규, 「아름다움이 이곳에 있다」
네 눈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백 전체가 흔들린다
안고 싶다는 마음이 피어오른다
말없이 그냥 안는 게 더 좋을 때도 있지만 때로는 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럴 때 이 시를 읽어보면 어떨까. 이 시는 안고 싶다는 마음을 “네 눈을 들여다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정리한다.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 눈을 쳐다본다. 눈빛에서 다정함과 사랑을 느낀다. 상대의 눈빛이 다정하면 나 또한 그것을 주고 싶어진다. 받은 만큼 주고 싶은 게 사랑이니까. 내가 받은 눈빛을 눈으로는 돌려줄 수 없는 순간, 우리는 눈빛이 아니라 다른 것으로 사랑을 표현하게 된다. 그 표현 중 하나가 바로 안는 것이 아닐까. 이 시는 그 때의 그 눈부신 마음을 “혼백 전체가 흔들린다”고 표현하고 있다.

김은지, 「픔」
보고픔
12월 마지막 주에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겨우 찾은 단어를
보낸다
이시는 ‘픔’이라는 말이 들어가는 단어들에 대해 살펴본다. 많은 단어들 중에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보고픔’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12월 마지막 주에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그 단어를 보낸 것이다. 왜 하필 12월 마지막 주에 만나고 싶은 사람일까. 그건 당신과 연말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말을 돌려 한 것이다. 당신은 내가 보고 싶은 사람이고, 연말을 같이 보내고 싶은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 어쩌면 새해까지도. 몇 줄 안 되는 이 이 문장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 나의 특별한 사람에게 이 시를 보내보는 건 어떨까.
이기현, 「빛과 사랑과 당신」
검은 개울가가 박명을 받아들이며
썩어 가는 육체를 드러나게 할 때
내가 떠올렸던 건
빛도 사랑도 당신도 아니었어
빛과 사랑과 당신의 곁이었어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 생각나는 순간이 언제일까. 행복한 순간에도 생각나겠지만, 아무래도 괴롭고 힘든 순간에 가장 생각이 많이 날 것이다. 의지하고 싶고, 기대고 싶고, 곁에 있고 싶고. 이 시는 공포와 죽음의 순간에 당신의 곁에 있고 싶다고 말한다. 그 옆에는 빛도 있고 사랑도 있다. 화자는 자기 삶의 고통을 이겨내게 해주는 건 빛이자 사랑인 당신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당신이 내 삶의 가장 큰 행복이라는 뜻이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떠올리는 사람이 당신이라니 멋지지 않는가. 그러니 지금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오늘 이 시를 읽으며 그 사람이 주는 행복을 다시금 되새겨보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