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200년, 위스키 발렌타인

2017.11.27손기은

위스키 브랜드 발렌타인 200년 역사상 이건 정말 처음 있는 일이다.

발렌타인에서 200년 브랜드 역사상 처음으로 싱글 몰트위스키를 출시했다. 그동안 발렌타인을 블렌딩할 때 사용해왔던 원액 중 단단한 기둥이 되어주었던 스페이사이드 증류소 세 군데를 골라 ‘발렌타인 싱글 몰트’로 출시한 것이다. 이 신제품은 이름처럼 위스키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아찔함과 한결 새로워진 발렌타인의 매력을 동시에 품고 있다. 글렌버기 15년, 밀튼더프 15년, 글렌토커스 15년은 각기 다른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데, 자세히 뜯어가며 하나하나 마셔보면 발렌타인의 처음, 중간, 끝 맛을 담당하는 세 가지 축이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이 신제품을 꼼꼼히 시음한 뒤엔 발렌타인을 제대로 알게 되는, 기대하지 않았던 학습 효과가 일어난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 출시 행사가 진행된 대만에선 마스터 블렌더 샌디 히슬롭이 이 효과를 좀 더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직접 시음을 진행했다. 각 증류소를 형상화한 간결한 아이콘이 더해진 라벨과 함께 실제 증류소 사진을 대조해보며 시작된 시음 시간에선 세 가지 위스키를 각각 느껴보는 경험을 했지만 동시에 발렌타인을 더 속속들이 알아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발렌타인의 블렌딩을 위해서만 사용되었고, 단 한 번도 세계적으로 상품화되지 않은 위스키라 애호가들에겐 반가운 위스키 일 겁니다.” 샌디 히슬롭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발렌타인은 발렌타인 샌디 히슬롭에게 물었다. 발렌타인은 어떻게 새로워지고 있나?

오늘 세 가지 서로 다른 디스틸러리의 위스키를 맛봤다. 혹시 블렌딩에 사용하는 다른 증류소도 제품으로 개발할 생각이 있나? 글쎄, 지금은 세 가지가 발렌타인 17년을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서로 특징도 다르고 향도 완전히 다르니까.

발렌타인은 블렌디드 위스키인데, 앞으로 싱글 몰트위스키 카테고리를 늘려갈 계획인가? 그렇다기보다는 발렌타인의 기존 고객들에게 좀 더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서 제품을 개발한 것이라는 쪽이 더 맞을 것 같다. 발렌타인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 한잔 속에 숨겨진 맛과 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싱글 몰트위스키 팬들에게는 발렌타인 17년의 균형감과 아름다움을 소개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발렌타인과 같은 클래식 브랜드는 늘 새로워지고 싶어 한다. 발렌타인은 어떤 방식을 찾고 있나? 기존의 핵심 제품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 대신 기존 발렌타인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 신선함을 불어넣고 있다. 나온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된 ‘발렌타인 하드 파이어드Hard Fired’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아주 잘 태운 캐스크에 숙성시킨 위스키로 달콤하고 스모키하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존 발렌타인은 2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같은 맛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근데 정말 그런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물론이다. 마스터 블렌더의 일 중 80퍼센트가 위스키의 맛을 이전과 똑같이 유지하는 것이다. 나머지 20퍼센트가 신제품 개발이고.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정교한 수준으로 이전과 같은 맛을 맞추고 있다. 하나의 원액을 뺀 자리에 세 가지 원액을 넣어야 할 때도 있지만, 같은 맛을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마스터 블렌더로 일했는데 그만두고 싶었던 적은 없나? 한 번도 없다. 월·화는 스페이사이드에서 새 위스키를 맛보고 수·목·금은 글래스고에서 숙성 위스키를 맛본다. 신나고 즐거워 그 생각을 할 틈이 없다.

요즘은 위스키에 음식을 곁들이는 데 관심이 많다. 당신의 추천은? 발렌타인 17년이라면 양고기처럼 향이 강한 육류를 강한 불에 구워서 곁들인다. 레어보단 웰던으로. 고기를 레어로 익혔다면 발렌타인 12년을 추천한다.

글렌토커스 15년 발렌타인의 부드럽고 섬세하며 긴 여운을 담당하던 증류소로, 시트러스한 향과 말린 베리류의 향이 매력적이다.

글렌버기 15년 발렌타인 블렌딩의 주축이자 발렌타인의 진수를 보여주는 증류소다. 벌꿀의 달콤함과 붉은 사과, 배의 향이 어우러진 한잔을 선사한다.

밀튼더프 15년 발렌타인 블렌딩의 시작이자 발렌타인 위스키의 토대라 할 수 있는 위스키. 꽃향기와 계피의 은은한 풍미가 입 안을 부드럽고 온화하게 감싸는 것이 특징이다. 말린 오렌지의 향도 기분 좋게 피어오른다.

    에디터
    손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