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동대문 DDP에 이케아 물건이 가득 찼다. 갖가지 콘셉트로 꾸민 쇼룸은 물론이고 앞으로 출시할 가구와 오브제가 촘촘하게 정렬했다. 스웨덴 영 디자인 어워즈에서 수상한 디자이너의 작품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의 당선작도 빼곡했다. 한국과 스웨덴의 문화 교류를 위해 스웨덴 디자인 협회와 주한 스웨덴 대사관, 그리고 이케아가 주최한 ‘스웨덴 코리아 영 디자인 위크’였다. 행사 공동 주관사인 이케아의 글로벌 디자인 총괄 마르쿠스 엥만도 이날을 위해 기꺼이 날아왔다. 간결한 멋을 추구하는 이케아 디자인을 몸을 던져 보여주려는 것처럼, 한겨울에도 반팔 티셔츠만 걸치고서. 그는 “이번 행사가 젊은 디자이너를 새로 발굴하고, 풍요와 여유의 상징이 된 북유럽 디자인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고 운을 떼더니, 이케아의 디자인 철학에 대해 저장해 두었던 생각을 사탕처럼 쏟아냈다. “우리는 디자인에 기준을 세우고 이에 부합하는 제품을 만듭니다.
기능적이면서도 디자인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한 물건이죠”. 이어서 최근 집중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말했다. “아이디어만 얻을 수 있다면 전문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도 얼마든지 이케아의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개인이 아닌 중소기업과도 함께할 수 있죠. 특정 지역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아프리카에 있는 한 시장 한복판에서 치르던 의식을 보고 생각이 반짝 떠올라 이케아식으로 디자인한 제품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케아의 물건은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는 그 말 할 줄 알았다는 듯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이케아에는 조립품이 많습니다. 제품 구조상 한계가 있을 수 있지요. 하지만 끊임없이 신소재를 개발해 이를 보완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이케아의 디자인 리더는 언어를 가득 쌓아두고 있었다. 이윽고 20킬로그램은 덜어낸 듯 퇴장하는 걸음걸이가 너무 가뿐해 보였다. 그의 손을 거치는 디자인 역시 앞으로 할 말이 참 많겠다.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