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팩을 닌텐도 게임기에 꽂아서 플레이 해 본 기억이 있다면 주목하자. 가상현실 게임이 나오는 시대지만 8비트, 16비트 그래픽의 레트로 게임도 새롭게 개발되고 있다. 21세기에 출시된 레트로 게임 5개를 소개한다.
작년 중순에 닌텐도가 ‘슈퍼 패미컴 미니’를 출시했다. 어릴 적, 레트로 게임기에 대한 향수가 있는 어른들이라면 혹할 만한 물건이다. 그런데 사실 이 게임기는 슈퍼 패미컴의 모양을 복각한 리눅스 게임기에 가깝다. 우선 ‘게임 팩’이라고 불리는 카트리지를 체결할 수 있는 슬롯 자체가 없다. 게임기를 TV에 연결한 뒤, 기기 내에 저장된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다. 이는 무척 편리하고 합리적이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 카트리지 칩에 쌓인 먼지를 후후 입으로 불어서 슬롯에 체결할 때 느끼던 감동은 없다. 그렇다고 진정한 레트로 게임 개발 업체가 완전히 멸종한 것은 아니다. 여전히 레트로 게임을 그리워 하는 마니아들을 위해 카트리지 형태로 게임을 개발하는 업체들이 있다. 최근 출시된 레트로 게임 5개를 소개한다.
1. 키라키라 스타 나이트 DX (콜롬버스 서클, 2016) 키라키라 스타 나이트 DX는 1994년에 출시된 ‘키라키라 스타 나이트’의 후속 작품이다. 원작은 일본의 만화가인 리키가 닌텐도의 첫 번째 가정용 8비트 비디오 게임기인 패미컴의 발매 30주년을 기념해 개발했다. 그러나 이 게임은 마니아들 사이에서만 떠돌았고 정식 출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재작년에서야 콜롬버스 서클이 정식 패키지(포장 박스, 팩, 메뉴얼) 형태로 발매해 인기를 끌고 있다. 게임은 주인공 캐릭터인 나이트의 실수로 밤 하늘의 별이 모두 사라지게 돼 그 별들을 회수하러 다닌다는 내용이다. 나이트를 조작해 날아다니는 별을 먹으면 되는 방식이다. 꼭 해봐야 하는 이유 전체적으로 그래픽과 사운드에 정성을 많이 들였다. 8비트 게임이긴 하지만 표현력과 배경 음악의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아쉬운 점 게임 자체는 너무 단순해서 금방 질릴 수 있다. 날아다니는 별을 먹기만 하면 끝이다.
2. 네오 헤이안쿄 에일리언 (콜롬버스 서클, 2017) 네오 헤이안쿄 에일리언은 1980년대에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헤이안쿄 에일리언’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30년도 더 지나서 콜롬버스 서클이 재 출시했다. 다만 패키지 안에는 원작도 수록돼 있어서 이번 작품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게임의 내용은 주인공이 수백 년 만에 다시 수도가 된 교토에 쳐들어온 우주인을 무찌르는 내용이다. 그 방식은 ‘팩맨’이나 ‘봄버맨’과 비슷하다. 우주인의 움직임을 예측해 함정을 파고 우주인이 그 함정에 빠지면 구멍을 메우는 방식이다. 2인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협동 플레이를 통해 외계인을 격파할 수 있다. 꼭 해봐야 하는 이유 전작은 그래픽이 굵은 점과 선으로만 이루어져 있어 도저히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기가 어려운 수준이었다. 누가 아군이고 누가 적인지 구분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러나 네오 헤이안쿄 에일리언은 8비트 그래픽의 한계 내에서 최선의 표현력을 보여준다. 아쉬운 점 솔직히 원작에 비하면 일취월장한 게임이다. 그래픽이 8비트의 벽은 넘지 못했다는 게 유일한 아쉬움이다. 16비트나 32비트로도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3. 나이트 메어 버스터즈 (슈퍼 파이터, 2013) 원래 이 작품은 닌텐도의 두 번째 가정용 16비트 비디오 게임기인 슈퍼 패미컴 전용 게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개발이 완료돼 가는 시점이 16비트에서 32비트로 넘어가는 과도기였다. 이로 인해 개발 막바지에 출시가 취소돼 버린 비운의 게임이다. 그러다 레트로 게임 붐이 다시 일기 시작하면서 당초 거의 마무리 돼 있던 프로그램을 미국 슈퍼 파이터가 이어 받아 2013년에 출시했다. 게임을 개발한 지 약 20년 만에 세상에 나온 것이다. 아마추어 마니아가 개발한 게임이 아니라, 닌텐도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개발하던 게임이기 때문에 그 완성도는 무척 뛰어나다. 아일랜드 민속 설화의 요정인 레프러콘 형제가 아이들의 악몽을 사라지게 해준다는 내용이다. 게임 방식은 전형적인 액션 아케이드로, 16비트 그래픽의 ‘메탈 슬러그’를 떠올리면 된다. 꼭 해봐야 하는 이유 20년 전만 해도 레트로 게임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몸집이 매우 작았다. 8비트, 16비트로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게임에서는 상당히 거대한 보스 캐릭터가 등장한다. 덕분에 시원한 타격감이 특징이다. 아쉬운 점 일본에서 출시한 게임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북미 성향의 캐릭터 디자인이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아일랜드 요정은 너무 앞서 나가지 않았나 싶다.
4. 개조정인 슈비빔맨 제로 (콜롬버스 서클, 2017) 개조정인 슈비빔맨 제로는 오래 전 출시되었으나, 실제로 플레이 해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이 게임은 1990년대 중반, 슈퍼 패미컴의 주변기기로 등장한 사테라뷰 전용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사테라뷰는 슈퍼 패미컴에 장착해 위성 방송 신호를 수신하기 위한 모뎀을 말한다. 이 게임은 위성 방송 신호로 다운 받는 방식이었는데 서비스 이용료가 너무 비쌌다. 결국 얼마 가지 못해 판매를 종료했다. 그러나 게임 자체는 꽤 할만 했다. 덕분에 작년, 콜롬버스 서클이 완전히 새로운 패키지로 출시하기에 이른다. 게임은 주인공 슈비빔맨이 세계 정복을 꿈꾸는 악의 무리 BB단으로부터 지구를 지키는 내용이다. 게임의 진행 방식 등이 최근의 게임들과 비교해봐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세련된 모습을 보여준다. 꼭 해봐야 하는 이유 주먹이 적에게 닿는 거리가 굉장히 짧은 편인데, 그 부분이 답답하다기 보다는 액션 게임으로서 적당한 긴장감을 전달해준다. 아쉬운 점 전작은 CD를 미디어로 사용하는 게임기를 위해서 출시했기 때문에 이야기의 구성이 더 탄탄했다. 그러나 카트리지 게임으로 출시하면서 용량의 한계로 인해 대부분의 이벤트가 축소됐다.
5. 언홀리 나이트 : 다크니스 헌터 (폭스뱃, 2017) 개인적으로는 레트로 게임기로 출시된 최근 작품 중 가장 세련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기존의 게임을 리메이크한 작품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을 가진 게임이다. 이 게임은 뱀파이어, 늑대 인간 등 인간들을 해치는 괴물과 그들을 잡으려는 사냥꾼들의 전투를 테마로 했다. 여러 모로 ‘킹 오브 파이터’와 비슷하지만 무기를 들고 싸운다는 점은 다르다. 꼭 해봐야 하는 이유 대전 게임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용호의 권’과 ‘사무라이 쇼다운’등을 제작한 바 있는 구 SNK의 스태프들이 디자인과 개발에 참여했다. 덕분에 오래 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공중 콤보, 반격기 등 복잡한 움직임을 구현했다. 아쉬운 점 캐릭터의 종류가 적은 편이다. 캐릭터의 크기도 작아서 대전 게임으로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게 아쉽다.
- 에디터
- 글 / 이원택 (레트로 게임방 '레트로션' 대표)
- 사진
- 콜롬버스 서클, 슈퍼 파이트, 폭스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