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10명의 남자, 10개의 블랙 아이템

2018.02.05GQ

뭘 좀 아는 요즘 남자 열 명이 말하는 흑과 백의 모습.

유니버셜 프로덕트 블랙 페도라.

손준철 ㅣ 1LDK 서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36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챙 넓은 블랙 페도라. 멋 부려서 쓰지 말고 머리 위에 툭 얹는 게 훨씬 멋있다. 요즘은 컴스 앤 고스와 라 로스의 페도라를 즐겨 쓴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흰색 운동화와 오버사이즈 티셔츠. 특히 송치 털로 만든 반스 어센틱 스니커즈와 유니버셜 프로덕트의 헤비 웨이트 코튼 티셔츠를 좋아한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컴스 앤 고스 페도라. 형태가 예쁘게 잡혀 있고 소재도 좋아서 출장 때마다 빼놓지 않고 가져간다. 머리를 손질하기 귀찮을 땐 이만한 아이템도 없고. 맞는 사이즈를 구할 수 없어 도쿄에서 1시간 거리인 쇼룸까지 직접 가서 샀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플래티넘 LWB. 원래 SUV를 좋아하지만 이 차를 처음 보고선 한눈에 반했다.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뚫어져라 봤다.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검은색 휴대전화.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1LDK 직원들. 안 그래도 얼마 전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샀다. 빨리 찍어보고 싶어 인터넷으로 필름을 주문했는데, 받고 보니 죄다 흑백 필름이었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 틈틈이 직원들을 찍고 있다. 그중 몇 장은 책상 앞에 붙여놓기도 했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모던 타임즈>. 스패니시 레스토랑을 운영했을 땐 한쪽 벽면에 영화를 틀곤 했다. 이 영화를 그때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봤다. 흑백이 아니었다면 그 풍자와 해학을 다 담을 수 있었을까.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요청금지’. 늦은 밤부터 해 뜰 때까지 진탕 마시는 술자리를 좋아하는데, 단골집에선 동이 틀 때마다 이 노래를 튼다. 이제 그만 나가달라는 뜻으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회색 오버사이즈 코트와 검은색 스웨트 셔츠 그리고 검정 바지. 신발은 블랙 컨버스 하이톱을 신고, 여기에 검정 비니와 동그란 안경을 쓴다. 마침 딱 그렇게 입고 있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딥티크의 탐다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해방촌 미수식당.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검은색 소주병. 술이 더 들어갈지 덜 들어갈지 시험해보고 싶다.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프렌치 시크.

 

에드워드 그린 블랙 첼시 구두.

강재영 ㅣ 유니페어 대표, 41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가끔 좋은 구두를 한 켤레 갖고 싶은데 어떤 신발을 사야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땐 무조건 잘 만든 블랙 캡토 옥스퍼드 슈즈를 사라고 대답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것보다는 단정한 걸로.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역시 화이트 셔츠 아닐까? 기본 아이템인 만큼 약간의 변화를 줘도 확 달라 보인다. 내 옷장을 열어보면 소재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 화이트 셔츠로 가득하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에드워드 그린의 블랙 첼시 구두. 에드워드 그린의 대표 모델이자 캡토 옥스퍼드 슈즈의 상징으로 통하는 제품이다. 소재, 디자인, 퀄리티, 다 따져봐도 이만한 신발이 없다. 결혼식 때도 이 구두를 신었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포르쉐 911 카레라 블랙.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러닝 크루들의 검은색 나이키 운동복. 다른 색을 입으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도 있는지 모두들 까만 옷만 입는다.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블랙/화이트 보타이. 보타이는 포멀하고 클래식한 남성복의 상징이다. 보타이가 주는 우아하고 정중한 뉘앙스는 어떤 액세서리로도 대체할 수가 없다. 요즘은 캐주얼한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갖춰 입어야 하는 자리에서도 보타이를 매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이브닝 재킷을 입고 보타이까지 매던 시절이 더 그립다.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사람의 얼굴. 색을 거둬내면 피사체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게 된다. 몰랐던 부분이나 감정도 읽을 수 있고. 그런 의미에서 흑백으로 찍은 사람들의 표정은 굉장히 흥미롭고 강렬하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미셸 하자나비시우스 감독의 <아티스트>. 2011년에 개봉한 흑백 무성영화다. 색과 소리가 없으니 오히려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에 집중하게 되고, 감독의 의도와 스토리도 선명하게 보인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플란넬로 만든 회색 싱글 브레스티드 수트와 검은색 캐시미어 터틀넥 스웨터 그리고 검정 첼시 부츠. 요즘 즐겨 입는 스타일이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아쿠아 플로의 라 하바나. 스파이시하고 묵직한 시가 향이 남성스럽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청담동에 있는 프렌치 레스토랑 레스쁘아 뒤 이브.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발뮤다 에어 엔진. 검정 공기청정기라면 미세 먼지를 모조리 빨아들일 것 같으니까.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시크, 남자, 포멀함.

 

스투시 블랙 머그.

김동률 ㅣ 비이커 마케팅 담당, 35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검은색 데님 팬츠. 수트로 쫙 빼입기 부담스러울 때 재킷과 함께 입으면 근사한 분위기를 낼 수 있다. 잘 만든 데님 팬츠를 몇 벌 사놓고 여기저기에 입는다. 제일 좋아하는 건 A.P.C의 프티 스탠더드. 데님 하나는 정말 기가 막히게 만든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나이키 에어포스원 로 올화이트. 평생 한 켤레의 운동화만 신어야 한다면 고민없이 이 신발을 고를 거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뉴욕 스투시 매장에서 산 검정 머그. 스트리트 브랜드의 소품을 좋아해서 수집하듯 모으는 버릇이 있다. 집 안 곳곳에 장식처럼 두기도 하는데, 볼 때마다 괜히 흐뭇해서 웃음이 난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매년 검은색 다이어리를 사는데, 올해는 아직 못 샀다. 포터의 검은색 백팩도 요즘 눈여겨보고 있는 아이템 중 하나.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검정 슬랙스와 흰색 셔츠의 조합. 지난여름, 길거리에서 1분에 한 명꼴로 봤다.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아내와 나. 흑백 사진은 왠지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재도 언젠가는 추억할 수밖에 없는 과거가 되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을 더 소중히 살자’는 다짐을 담아 우리의 모습을 남겨놓고 싶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노아 바움백 감독의 <프란시스 하>. 방황하는 청춘을 다룬 이야기엔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낸다. 너무 좋아서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을 하고 다녔다.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블랙엔 알로에 블라크의 ‘I Need a Dollar’, 화이트엔 바비 콜드웰의 ‘Open Your Eyes’.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적당히 물 빠진 블랙 데님 재킷, 프린트 없는 흰색 티셔츠, 검은색 데님 팬츠와 나이키 에어포스원 올 화이트. 바지는 너무 달라붙지 않는 걸로 고른다. 여기에 스키니 진은 좀 별로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힐리의 셀 마린.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이태원 맥파이. 피자 한 조각과 맥주 한 잔을 시킨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냉장고. 번쩍이는 것 말고, 광택 없는 검은색이면 더 좋겠다. 냉장고는 인테리어에서 생각보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물건인데, 예쁜 걸 찾기가 굉장히 힘들더라.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근묵자흑.

 

애플 아이팟 클래식 160G.

김참 ㅣ 포토그래퍼, 38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검은색 속옷. 색깔이 있는 속옷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백종열 감독이 만든 브랜드 오디너리의 속옷을 추천한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흰색 셔츠. 깨끗하게 세탁해 빳빳하게 다린 것도 좋지만, 자연스럽게 주름이 잡힌 것도 좋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아이팟 클래식 블랙. 아이팟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이걸로 음악을 듣는다. 항상 곁에 지니는 물건 중 하나. 내겐 그냥 아이팟일 뿐인데 이제는 클래식이라는 단어가 따라붙는다. CF 프로덕션의 조감독 시절 스승으로 모시던 감독님이 설날 선물로 주셨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작고 낮은 검은색 스포츠카. 반드시 지붕이 없어야 한다.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직장인들의 검은색 정장. 미학을 철저하게 제거한 옷이란 이런 걸까, 생각한 적이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피아노. 검정 건반과 흰 건반의 뚜렷한 경계가 예쁘다. 소리도 좋고.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딱히 생각나는 피사체가 없다. 사진을 찍는 게 직업이다 보니 이미 많은 것을 찍어봤기 때문일까. 다만 영정 사진만큼은 반드시 흑백이고 싶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케빈 스미스 감독이 1994년에 만든 영화 <점원들>. 작년 6월 <지큐> 화보를 찍으면서 알게 됐다.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블랙은 스웨이드의 ‘My Dark Star’, 화이트는 비치 보이스의 ‘Don’t Worry Baby’.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품이 넉넉한 검정 티셔츠에 울로 만든 블랙 배기 팬츠. 신발은 검은색 플립플롭을 신는다. 내가 가장 자주 입는 룩이기도 하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스킨 향을 좋아해서 향수는 잘 안 뿌린다. BRUT라는 스킨을 추천한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빛이 좋고 햇살이 따뜻한 낮, 사람 없이 조용한 어딘가. 맥주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칫솔을 검은색으로 만들면 꽤 멋지지 않을까. 칫솔모까지 다 검은색이면 좋겠다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허수경의 시 ‘레몬’에 “검은 눈을 가진 올빼미들이 레몬을 물고 향이 거미줄처럼 엉킨 여름밤 속에서 사랑을 한다.”라는 구절이 있다. 충격적으로 아름다운 문장.

 

랄프 로렌 퍼플 라벨 벨트, 타이, 포켓스퀘어.

이상현 ㅣ 패션 브랜드 홍보, 33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남자라면 괜찮은 블랙 수트 한 벌은 있어야 한다. 좋은 수트를 입으면 자세나 태도부터 달라지니까. 남자의 수트는 전쟁터의 갑옷과도 같다는 말, 진부하지만 괜히 나온 얘기는
아니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비슷한 맥락에서 흰색 아이템은 역시 화이트 셔츠다. 얇고 부드러운 코튼 셔츠와 도톰한 옥스퍼드 셔츠, 여름에 입기 좋은 리넨 셔츠까지. 화이트 셔츠는 사도 사도 모자라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랄프 로렌의 실크 포켓스퀘어, 타이, 벨트. 작년 이맘때쯤 뉴욕에서 샀다. 벨트만 하나 살 생각으로 매장에 들어갔는데, 클래식한 분위기에 압도돼 정신을 차리고 보니 포켓스퀘어와 타이까지 계산하고 있었다. 평소 옷을 가볍게 입는 편이라 포켓스퀘어를 할 일도 별로 없는데 말이다. 홀린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때 알았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페라리 488 스파이더 블랙. 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면 얼마나 좋을까.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마크 로스코 작품 속의 블랙. 같은 검은색이라도 질감과 깊이가 다르다.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꽃을 정말 좋아하는데 흑백으로 찍어본 기억이 없다. 흑백으로 찍어도
꽃의 화사함과 아름다움이 느껴질지 궁금하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짐 자무시 영화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커피와 담배>를 아주 재미있게 봤다. 일단 영상미가 굉장히 훌륭하고 배경음악도 아름답다. 테이블 위에 블랙 커피와 흰 담배가 어지럽게 놓여 있는 영화 포스터는 아직까지도 또렷하게 기억난다.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리헤의 ‘Open’과 ‘Fall’. 두 곡 모두 < Woman >이라는 앨범에 담겨 있는데, 여자의 몸을 흑백 필름으로 찍은 커버 재킷이 인상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맣게 입는다. 블랙 수트와 블랙 셔츠, 블랙 타이. 신발은 번쩍번쩍한 검정 페이턴트 슈즈를 고르고, 재킷 주머니엔 내 물방울 무늬 포켓스퀘어를 꽂는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바이 킬리안의 인톡시케이티드. 짙고 강렬한 향이 블랙과 잘 어울리니까.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을지로 동원집. 검정으로 쫙 빼입고 감자탕을 먹으러 가겠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휴지를 검은색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꽤 시크하고 괜찮을 거 같은데.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섹시. 블랙은 항상 섹시하다.

 

반스 블랙 올드스쿨.

식 케이 ㅣ 래퍼, 25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반스의 검정 올드스쿨. 반스는 캐주얼한 차림에 잘 어울리고 편해서 손이 자주 간다. 특유의 젊고 펑키한 느낌도 마음에 들고. 최근엔 반스 운동화를 리폼해서 만든 브랜드 리벤지스톰에 푹 빠져 있다. 리벤지스톰의 번개 무늬가 오리지널 반스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아우터로 연출할 수 있는 큼지막한 흰색 셔츠. 이런 옷은 이너로 입기보다 단추를 풀어 헤치고 티셔츠 위에 걸쳐 자유분방하게 스타일링하는 게 훨씬 더 멋지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벤틀리 벤테이가 블랙 앤 화이트. 아주 오래전부터 생각해온 드림카다. 성공하면 제일 먼저 사려고 벼르고 있다.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통이 넓은 검은색 7부 바지. 와이드 팬츠가 유행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입는데, 정말 내 스타일은 아니다. 특히 어중간한 길이의 바지와 고딕 스타일은 그만 보고 싶다.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몸에 꼭 맞는 화이트 드레스. 사랑하는 여자가 입으면 더 좋겠다.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첫사랑. 오래도록 추억처럼 간직하고 싶으니까.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빌리 와일더 감독의 <사브리나>. 블랙 드레스를 입고 춤추는 오드리 헵번은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 장면이 생각나서 요즘도 가끔씩 찾아본다.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검은색은 엑스엑스엑스텐타시온의 ‘Everybody Dies in Their Nightmares’. 흰색은 파티넥스트도어가 피처링한 마지드 조단의 ‘One I Want’. 둘 다 엄청 좋아하는 노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검정 후드 집업과 흰색 반팔 티셔츠. 여기에 릭 오웬스 회색 카고 팬츠를 입겠다. 신발은 물론 반스 검정 올드스쿨.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톰 포드의 오드우드. 검은색 보틀부터 향까지 다 맘에 든다. 굉장히 세련되고 섹시하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신사동 은행골. 스시를 먹으러 가겠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이 질문을 받고 다음 앨범 피지컬 CD 스페셜 버전을 블랙 에디션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위즈 칼리파의 앨범 Blacc Hollywood.

 

바이 킬리안 머스크 우드.

이광훈 ㅣ<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팀 디렉터, 36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스모킹 재킷. 특별한 날만 입는 옷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외로 활용 범위가 넓다. 블랙의 장점인 엄숙함을 가장 잘 담고 있는 옷이기도 하고.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리넨이나 코듀로이로 만든 흰색 팬츠. 흰색이 없으면 크림색도 좋은 대안이다. 결점 하나 없는 흰색 팬츠는 요란하지 않게 입는 것이 관건. 클래식 아이템으로 착실하게 스타일링하는 것이 이 바지를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방법이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바이 킬리안 머스크 우드를 선물 받았는데,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어 매일 조금씩 뿌리고 있다. 세련된 잔향이 가히 독보적이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화이트 수트. 남자가 입을 수 있는 가장 우아한 수트라고 생각한다. 40대 중반에 접어들면 한 벌 장만할 계획이다.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올 블랙이나 올 화이트 룩. 그게 멋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조금 게을러 보인다.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출력이 무시무시한 검은색 스포츠카. 이런 차는 다른 색깔보다 검은색일 때 훨씬 강렬하고 멋지다. 이를테면 빈티지 머스탱 같은.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빛이나 연기, 안개처럼 형태가 없거나 규정되지 않은 것들. 어떻게 보면 디지털 시대의 흑백 사진은 향수와 감성을 자극하는 것에 불과할 수도 있는데, 그럴 거라면 좀 더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으로 찍고 싶다.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프랑스 영화의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두 배우, 장 가뱅과 알랭 드롱을 좋아한다. 나이 차이가 좀 나는 둘은 종종 한 영화에서 호흡을 맞췄는데 1969년 <시실리안>과 1974년 <암흑가의 두 사람>이 그것.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블랙은 산울림의 ‘독백’. 화이트는 카사 비앙카의 ‘White House’.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모노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안정감을 깨고 싶다. 예를 들어 오버사이즈 재킷에 헐렁한 티셔츠. 여기에 빈티지 가죽 팬츠를 입고 앞코가 뾰족한 검은색 구두를 신는 식으로.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올드 스파이스 향수.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각종 유니폼.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산문집의 제목이다.

 

몰스킨 블랙 노트.

김원중 ㅣ 모델 & 87MM 디렉터, 32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단정한 검정 속옷. 흰색 바지를 입을 때 빼곤 늘 입는다. 밖으로 보이는 아이템이 아니라고 아무 거나 입으면 좀 곤란하다. 또 브랜드 로고가 대문짝만 하게 박혀 있거나 색깔, 무늬가 너무 화려한 속옷을 입은 남자도 별로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헤인즈 화이트 티셔츠. 보통 세 장이 들어 있는 티셔츠 팩으로 산다. 몸에 딱 맞는 사이즈를 고르되, 한 사이즈 큰 것도 사두면 의외로 쓸모가 많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검은색 몰스킨 노트. 매년 두 권씩 사서 틈틈이 메모를 한다. 그날 해야 할 일, 떠오르는 상념, 보람을 느낀 순간, 이런 것을 모두 노트에 적는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검정 만년필에 대한 어떤 동경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만년필을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웠다. 관리하는 방법도 꽤 까다롭고. 게다가 물건을 굉장히 잘 잃어버리는 편이라 비싼 만년필을 사도 금방 잃어버릴 듯.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블랙 수영복. 매년 올해는 반드시 수영을 배우겠노라 다짐하면서 새로운 수영복과 수영모를 산다. 그때마다 고르는 색깔은 검정. 그리고 매번 실패한다. 그게 벌써 몇 년째다. 수영을 마스터하려면 수영복부터 다른 색으로 사야 하는 걸까.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블랙 카드. 조금 속물 같지만 솔직한 대답이기도 하다. 가지지 못한 건 늘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니까.

좋아하는 흑백 영화가 있나? 짐 자무시 감독의 <커피와 담배>. 집중해서 보지 않더라도 항상 영화를 틀어놓는 버릇이 있는데, 이 영화는 어째서인지 꽤나 집중해서 여러 번 봤다. 옴니버스 형식이라 다양한 캐릭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재미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품이 낙낙한 검정 재킷과 얇은 블랙 티셔츠에 간결한 흰색 바지를 입는다. 신발은 검정 구두나 운동화로 그날 기분에 따라 정한다. 또 여기에 심심하지 않게 은색 목걸이를 더하는데, 펜던트는 티셔츠 안으로 살짝 감추는 게 훨씬 폼이 난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러쉬의 더티 스프레이. 이미 그 향이 옷장 깊숙이 스며 있어 다른 향수는 필요 없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사무실로 출근한다. 수트를 입어야 하는 회사가 아니라 다행이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여권이나 휴지.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늦잠, 블랙을 주워 입다, 지각, 하루를 버렸다.

 

라미 블랙 사파리 볼펜과 가죽 파우치.

라미 블랙 사파리 볼펜과 가죽 파우치.

권문수 ㅣ 패션 디자이너, 39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블랙 수트. 남자라면 누구나 꼭 한 벌은 있어야 하는 옷이다. 단, 번쩍번쩍 광택 나는 블랙 말고, 차분한 블랙으로.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나이키 에어포스원. 검은색 와이드 팬츠에 신으면 꽤 근사하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라미 볼펜. 간결하고 단정한 디자인과 따뜻한 블랙 톤이 마음에 든다. 게다가 손에 쥐는 느낌도 좋다. 브랜드를 론칭하고 첫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길에 샀는데, 추억이 담긴 물건이라 사무실에 두고 아껴 쓴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얼마 전에 나온 애플의 아이맥 프로. 아이맥뿐 아니라 키보드와 마우스에도 검정색에 가까운 회색을 입혔는데, 굉장히 현대적이고 세련됐다.

‘이런 건 좀 지겹다’ 싶은 블랙 아이템은 뭔가? 검정 휴대전화.

세상에 존재하는 검정 혹은 흰색 사물 중 가장 아름다운 건 뭘까? 캘리포니아 조슈아 트리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로사 무에르타 Rosa Muerta. 죽은 장미라는 이름처럼 온통 검은색으로 꾸며놓은 건축물이다. 컬렉션 준비로 자료를 찾다가 발견했는데, 한눈에 반해 바로 2013 S/S 시즌 테마로 삼았다. 꼭 한 번 묵어보고 싶은 곳.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15년 넘게 나와 함께한 반려견 엘리자베스. 이제 나이가 들어 앞도 잘 안 보이고 귀도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나에겐 가장 예쁜 피사체다.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와 함께한 시간 속에서’. 중간에 “까만 밤, 아주 까만 밤, 너와 내가 사랑했던 아름다운 밤”이라는 가사가 나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코트를 입고 클리퍼 슈즈를 신는다. 굵은 실로 짠 두툼한 머플러와 페도라로 포인트를 주고. 색은 블랙으로 통일한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샤넬 알뤼르 옴므 에디씨옹 블랑슈. 전부 블랙으로 입은 날은 되도록 무거운 향은 피한다. 그래서인지 흰색 보틀의 향수를 찾게 된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사무실. 컬렉션 준비가 한창이라 달리 차려입고 갈 곳이 없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 아이템이 있나? 필터까지 다 새카맣게 만든 담배. 너무 예뻐 계속 피우고 싶어질 수도 있으니 안 만드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디자이너 강동준의 디그낙.

 

이탈리아 인디펜던트 블랙 카본 헬멧.

허성록 ㅣ 존 화이트 MD, 34세

남자들이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할 블랙 아이템은 뭘까? 디자인이 깔끔한 블랙 레이스업 슈즈. 우아한 남자라면 수트에 어울리는 좋은 구두 한 켤레는 갖고 있어야 한다. 자주 신는 편은 아니라 카르미나 슈즈를 좋아한다.

꼭 하나쯤은 있어야 할 흰색 아이템은? 흰색 브리프. 관리가 쉽진 않지만, 속옷은 역시 흰색이어야 한다. 흰색이 주는 깨끗하고 정결한 느낌은 다른 색으로 대체할 수 없다.

갖고 있는 블랙/화이트 아이템 중 유독 애착이 가는 물건은 무엇인가? 이탈리아 인디펜던트의 헬멧. 검은색 카본으로 만들어 남성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 아주 춥거나 눈비가 쏟아지는 날이 아니면 항상 바이크를 타기 때문에, 나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생명을 지켜주는 든든한 물건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무광과 유광, 두 모델 전부 가지고 있다.

지금 갖고 싶은, 혹은 언젠가 꼭 손에 넣고 싶은 블랙/화이트 아이템이 있나? 롤스로이스 레이스 블랙배지. 이보다 근사한 차는 본 적이 없다.

반드시 흑백 사진으로 찍고 싶은 피사체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을 찍어보고 싶다. 흑백 사진으로 보면 평소에 몰랐던 다른 부분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블랙/화이트에 어울리는 노래는 뭘까? 화이트는 김종서의 ‘겨울비’, 블랙은 BWB의 ‘Human Nature’. 둘 다 평소에 즐겨 듣는 노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노톤으로 입는다면, 어떻게 스타일링하는 게 좋을까? 검정 후디와 터틀넥을 입고 블랙 재킷을 걸친다. 바지는 검은색 와이드 팬츠. 신발은 발렌시아가 스피드 러너를 신는다.

그 룩엔 어떤 향수를 뿌릴까?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우드 사틴 무드. 짙고 풍성한 우드 향이 블랙 룩과 잘 어울린다.

그 옷을 입고 가고 싶은 곳이 있나? 존 화이트 매장이 있는 압구정 로데오. 내겐 가장 일상적인 장소다.

블랙 에디션으로 보고 싶은아이템이 있나? 화폐. 지갑에서 꺼낼 때 구별이 어려운 게 흠이겠지만, 새롭고 예쁠 것 같다.

‘블랙’ 하면 떠오르는 단어나 문장은? 걸크러시.

    에디터
    신혜지, 이지훈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