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아이스하키 3인방 “우리 충분히 메달권이에요”

2018.02.10GQ

스키가 눈 위에 궤적을 그리고, 스케이트가 빙판을 갈아엎는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들이 진짜 보여주고 싶은 건 0.1초를 단축하고, 더 힘껏 퍽을 후려치는 것이다. 메달은 두 번째 목표다.

이돈구, 조민호, 김원준 ㅣ 아이스하키

스틱의 길이가 다 달라요. 포지션에 따라 차이가 있는 건가요? 조민호 왼손잡이냐 오른손잡이냐에 따라 방향이 다르고, 길이는 선수의 경기 스타일에 따라 달라요. 스틱이 길면 슛이나 긴 패스를 하기 좋고, 짧으면 섬세하게 드리블하기 좋아요. 골프채를 생각하면 쉬워요. 김원준 옛날에는 나무로 만들었는데, 요즘은 카본으로 만든 스틱을 많이 써요. 하나에 30만~40만원 정도 해요. 퍽을 워낙 세게 때리니까 아무리 탄성이 좋아도 산 지 일주일 만에 부러지지는 경우가 많죠.

올림픽 아이스하키는 본선 진출 방식이 특이합니다. 4개 국씩 3개 조를 이루고 각 조의 1위가 8강 본선에 진출해요. 2위 중에서 승점이 가장 높은 한 나라도 진출하고요. 나머지 8개 나라는 단판 패자부활전을 거쳐요. 조민호 그래서 3패하고도 패자부활전에서 한 번 이기면 8강에 나갈 수 있어요. 반대로 두 번 이기고도 떨어질 수 있고요. 만나는 상대마다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하지만, 쟁쟁한 나라가 많은 올림픽에서 우리에게 유리한 규칙이 맞긴 해요.

이번 올림픽에서 ‘이 정도면 잘한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기준은요? 조민호 목표는 물론 금메달이지만, 현실적으로 8강 진출이면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이돈구 비슷한 생각이에요. 우리는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계속 그렇게 주입하고 있고요. 허풍이 아니라 우리 충분히 메달권이에요. 김원준 첫 진출이니 1승이요!

예선 첫 경기에서 만날 캐나다는 세계 최강이에요. 하지만 이번에 NHL 선수들이 불참하니 힘이 좀 빠진 것 아닌가요? 조민호 캐나다는 NHL 선수들이 빠져도 잘하지만 그나마 다행이긴 해요. 이번 올림픽 최강팀은 러시아예요. 러시아 아이스하키 리그인 KHL에서 뛰는 선수가 많은데, 리그 수준이 NHL 못지않아요. 이돈구 러시아는 세계 랭킹도 높아요. 경기도 거칠게 하고. 그런데 우리에게 버거운 스타일의 팀이면 랭킹에 상관없이 경기가 어려워요. 예선을 통과하고 본선에서 만난다면 배짱 있게 밀어붙이고 몸을 날려 막는 수밖에 없어요.

이돈구 선수의 오른쪽 눈 밑이 좀 검네요? 이돈구 2년 전에 퍽에 맞은 건데 아직도 멍이 안 빠졌어요. 심판이 경기를 멈추기 전에는 계속 뛰어야 해서 피를 많이 흘렸더니 피부색이 돌아오지 않네요. 김원준 저랑 조민호 선수는 치아가 참 고르지 않나요? 퍽에 맞아 이가 빠져서 브리지한 거예요.

보호 장비도 소용없네요. 조민호 아마추어는 얼굴 전체를 덮는 보호망을 쓰지만 프로는 눈만 보호하는 바이저를 써요. 잘 보이고 숨 쉬기도 편해요. 그리고 프로 사이에선 보호망을 쓰면 겁쟁이라고 생각해요. 선수마다 이런 상처 하나씩은 다 있을걸요.

아이스하키 말고 동계올림픽에서 다른 종목도 하나 더 나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요? 조민호 피겨 스케이팅. 그중에서도 남녀가 함께하는 페어 경기를 보면 정말 아름다워요. 그리고 제가 하면 선이 참 고울 것 같지 않나요? 이돈구 봅슬레이에 나가고 싶어요. 신체 조건이 잘 맞을 것 같아요. 그리고 봅슬레이 선수들은 썰매를 자기 몸처럼 생각하더라고요. 기계와 교감한다고 해야 하나? 왠지 멋있어 보였어요. 김원준 알파인 스키요.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선수였고 동계 전국체전에도 나갔어요.

    에디터
    손기은, 이재현
    포토그래퍼
    안하진
    헤어&메이크업
    홍민철, 김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