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최수인이 봉하 마을에서 본 것

2018.03.13정우영

최수인 작가에게는 김해 봉하 마을에 다녀와서 그린 작품이 있다.

‘신의 역할’, Oil on Canvas, 145×95cm, 2017.

‘신의 역할’, Oil on Canvas, 145×95cm, 2017.

봉하 마을에 갔던 날. 한 죽음이 기록된 자리를 봤다. 단단한 돌산 아래였다. 산은 아주 오랜 세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던 것 같았고, 사람들이 기억을 위해 치르는 의식, 기록을 조롱하는 듯했다. 차마 가늠하기 어려운 큰 힘이 있었다. 산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의 방어적 관계와 그 관계를 지켜보는 신, 귀신, 광대에 대한 그림을 그렸다. ‘신의 역할’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작업이다. 사람들 사이의 깊은 슬픔, 고뇌와 같은 감정의 역경을 조소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느낀다. 나는 그것의 위치와 역할을 그려보려 애쓴다.

    에디터
    정우영
    최수인(미술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