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구글이 보여준 역동적인 상생의 장

2018.04.27GQ

벌써 세 번째 Google Play 인디게임 페스티벌 결승 행사가 열렸다. 순위를 가려야 했지만, 모두가 웃는 행사였다.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각자 좋아하는 장르, 선호하는 방식은 다르지만, 게임을 싫어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제껏 게임을 소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장은 쉽게 마련되어 왔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졌다. 구글이 진행한 ‘Google Play 인디게임 페스티벌’은 개발자를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한 경우다. 물론 소비자들의 관심과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

강남 넥슨 아레나는 공식적인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분주했다. 수년 동안 고생하며 만든 자식 같은 결과물을 선보이는 만큼 개발사들은 마무리 점검을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Top 20은 올해 2월 1일부터 게임 참가 접수를 하고, 심사를 거쳐 4월 10일에 선정된 까닭에 게임성과 독창성을 인정받은 실력 있는 개발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행사장 입구부터 바깥까지 길게 늘어선 인파는 올해로 3회를 맞이한 구글 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을 입증했다.

오전 10시부터 방문객들이 입장하며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오전 행사는 각 개발사의 게임을 소개하고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쇼케이스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액션, 전략, 롤플레잉, 퍼즐,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기발하고 신선한 형태와 방식으로 방문객들을 즐겁게 맞이했다. 부스마다 설치된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통해 게임의 튜토리얼을 시청할 수 있었고, 3~4대의 스마트폰을 비치해 직접 게임을 체험할 수 있었다. 방문객들이 행사장을 점점 채워 나갈수록 개발사 관계자들의 표정은 들떴고, 게임을 체험한 일반인들이 직접 뽑는 Top 10 선정 투표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9명으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단의 평가와 행사 참가자들이 직접 칩을 넣어 투표한 결과를 합산하여 Top 10이 선정되었다. Top 10 결과가 취합되는 동안 이번 행사를 축하하기 위한 VMC 소속의 래퍼 넉살의 공연이 시작됐다. 처음 얼마간의 시간 동안 쑥스러워하던 관객들은 어느새 넉살의 공연에 심취하여 너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지르고 함께 손을 흔들며 넥슨 아레나를 뜨겁게 달구었다.

곧이어 Top 10에 선정된 개발사들이 호명되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개발사 관계자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하지만 Top 10에 선정되었다고 자만하는 이도, Top 10에 오르지 못했다고 낙담하는 이도 보이지 않았다. 모두 함께 즐거운 경쟁을 하는 축제의 장이었다. 이후 Top 10에 선정된 개발사들은 게임 소개와 개발 비화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하는 피치 시간을 가졌다. 각 팀의 피치가 끝날 때마다 참가자들은 투표기를 이용해 1점에서 5점까지 점수를 부여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Top 3를 선정하는 과정에 참가자들은 지루해하지 않고, 개발사들의 피치에 응원을 보태며 끝까지 집중했다.

Top 3를 선정하기 위해 점수가 합산되는 동안, 제2회 구글 플레이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 3에 선정된 유닛5의 최준원 대표가 무대에 올라 개발사 근황 토크의 시간을 가졌다. 인디게임을 제작하는 개발사의 환경적인 어려움과 함께, 인디게임 시장의 잠재력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 3회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개발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이번 페스티벌이 단지 경쟁이 아니라 개발사와 게이머들이 소통하고 성장하는 시간임을 강조했다. 또한 인디게임 개발사로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는지, 인디게임이 건강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법을 전달했다. 그 답은 브랜드만의 색깔이 강조되어야 하며, 게이머들의 끊임 없는 피드백과 지속적인 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관람객들의 투표와 심사위원의 점수를 합산한 결과로 Top 3는 ㈜자라나는 씨앗의 Mazm: 지킬 앤 하이드, Cosmic Owl의 코스믹워즈와 지원이네 오락실의 트릭아트 던전이 각각 영예의 Top 3를 거머쥐었다. Top 3에 들지 못한 개발사, 일반 참가자, 행사 진행 관계자 모두 진심 어린 격려와 축하 인사를 아낌 없이 건냈다.

단순히 게임 개발의 전문적인 영역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찾은 일반인들도 순수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마련한 것이 이번 행사의 핵심이었다. 게임에 관심이 많은 20~30대부터 부모님과 함께 온 어린이들도 눈에 띄었다. 과거, 게임이 막연히 부정적이라는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창의성, 독창성을 바탕으로 개발자들의 기술과 노력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문화 요소로 소비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전통적인 게임의 영역인 PC와 콘솔을 넘어 모바일 게임 시장의 저변이 확대되는 것을 목격한 순간이었다. 또한 컴투스, 네이버 웹툰, 삼성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해 인디 개발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페스티벌이라는 의미에 온전히 부합하는 행사였다. 제4회는 또 어떤 모습으로 꾸며질지, 어떤 Top 3가 세상을 놀라게 할 지 궁금해졌다.

Top 3 수상자 인터뷰
자라나는 씨앗, 김효택 대표

수상을 축하한다.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MazM: 지킬 앤 하이드라는 게임이고, MazM이 한국말로 열매로 맺는다는 뜻이다. 스토리의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개발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이 스토리라고 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할 때 재미에 집중하는데, 재미라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보면 스토리에 따른 감동이라는 코드가 분명히 있다. 그것을 메인으로 한 게임은 많지 않다. 우리는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감동 포인트, 매력을 살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자 했다.

인디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은 무엇인가? 어떻게 하면 인디게임을 확장시킬 수 있나?
인디게임은 실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업 게임은 돈 버는 메카닉을 따르고, 그대로 하면 돈을 번다. 인디게임은 각자의 영역에서 새로운 시도, 실험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직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실험 중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목표는 구글 게임 카테고리 내에 스토리장르가 생기는 것이다. 스토리텔링 카테고리가 생겨서 스토리텔링만 잘하는 게임만 늘어났으면 좋겠다.

어떻게 보면 경쟁사들이 많이 생길 수도 있다. 괜찮은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장이 없으니까 우리만 그 카테고리를 채울 수 없다. 외국이나 한국에서도 간혹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 있다. 그런 게임들이 더 많아져서, 하나의 카테고리, 장르가 되고 우리가 한국에서 그 분야를 리딩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좋겠다.

스토리텔링 기반의 게임은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어려움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극복하고자 하는가?
100% 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처음엔 단순히 번역을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퍼블리싱할 때 현지 문화와 맞지 않아 모두 뜯어고친 적이 있다. 스토리는 번역을 하더라도 직접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으로 게임의 수익성이 보장되면 번역을 검수할 수 있는 인력까지도 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5년 동안 같이 고생한 팀장 둘과 저녁이라도 먹어야 할 것 같다. 다들 그냥 고기라고 하더라. 회식할 때마다 소고기 회식 한번 먹어보자고 했다. 오늘은 정말 그래야 할 것 같다.

Cosmic Owl, 백상진 대표

회사와 수상한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3인으로 구성된 인디게임 개발팀 코스믹 아울이다. 우리 게임 코스믹워즈는 함선을 만들어서 황량한 우주에서 생존하기 위해 모험하는 게임이다.

게임의 모티브가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라고 들었다.
기본적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을 때 진짜 새로운 희망이 생기지 않을까? 멸망 후의 세계에서 사람들이 좀 더 솔직하고 본능에 충실한 모습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영감을 준 작품은 어떤 게 있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스틸컷을 보고 이 게임을 구상하게 됐다. 매드맥스 같이 난장판인 세상, 사람들이 부품으로 쓰이는 설정에서도 영감을 받았다. 카우보이 비밥에서 우주를 여행하면서 현상금 사냥을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이야기가 있다. 게임에서도 우주를 모험하고 여행하는 느낌을 주고 싶어서 착안했다.

인디게임이라는 장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인디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준다면?
아직도 인디게임이 뭔지 잘 모르겠다. 우리는 그냥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고, 우리가 만든 걸 다른 사람들이 재밌게 해준다면 그게 행복이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인디게임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인디게임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인 것 같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일단 우리 게임의 잠재력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부족한 부분도 있다.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상품성으로도 인정받고, 작품으로도 인정받고 싶다. 영화라는 컨텐츠는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는데 게임은 아직까지 그렇지 않다.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아마 술을 마시지 않을까? 그리고 팀원을 비롯해 주위에서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지원이네 오락실, 한상빈 대표

회사와 게임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부탁한다.
회사 이름은 지원이네 오락실이다. 첫째 딸 이름이 지원이다. 어렸을 때는 철수네 마트, 영희네 슈퍼 같은 게 많았다. 그런 것처럼 딸 이름을 따서 게임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딸이 크고, 아빠가 만든 게임을 보여줬을 때 우리 딸도 재밌게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다.

개발할 때 중점적으로 생각한 부분은 무엇인가?
트릭아트 던전을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부분은 첫 눈에 사람들이 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었다. 착시라는 장르는 사람들이 게임을 보자마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르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은 스토리다. 회사 생활하면서 야근을 많이 하다 보니 아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너무 많이 컸다. 아이들 옆에 엄마, 아빠가 없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했고, 그런 생각이 이번 게임에 녹아들었다.

개발할 때 힘들었던 점이나 말하지 못한 비화가 있나?
원래 게임 개발자가 아니었다. 퍼블리싱 회사에서 게임 개발과 떨어져 있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개발 경력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하며 회사를 뛰쳐나왔다. 와이프가 많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에 더 열심히 하게 된 것 같다.

인디게임이라는 장르의 특성은 무엇인가? 인디게임의 저변이 더 확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디게임은 개발자가 시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재밌다고 생각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드는 게임이라 생각한다. 이런 개발 풍조가 대형 회사에까지 옮겨지다 보니 오히려 사람들에게 조금씩 저변이 넓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자분들이 기존에 못 봤던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인디게임이 참신하고 재밌다는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글 플레이라는 플랫폼의 장점은 무엇인가?
구글 플레이의 가장 큰 장점은 접근성이라고 생각한다. 인공지능도 돋보인다. 구글 플레이를 보면 자기가 기존에 했던 게임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저가 좋아하는 게임을 추천해준다. 실제로도 내 취향의 게임이 많이 올라온다. 그런 부분이 다른 플랫폼에 비해서 강점이다. 무엇보다 게임에 대해서 호의적인 분위기가 인디 개발자들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오늘 행사가 끝나면 무엇을 할 계획인가?
사실 오늘 아내 생일이다. 집에서 나올 때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상도 못 받고 집에 가게 됐으면 발걸음이 더 무거웠을 것 같다. 다행히 좋은 상을 받아서 아내에게 자랑도 하고, 힘들었을 아내에게 선물도 사주고 싶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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