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인 정보부터 마니아도 모르는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데님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여기에 모았다.
What is Denim?
염색사와 비염색사를 섞어 능직으로 짠 트윌의 일종. 보통 날실은 파란 염색사를, 씨실은 염색하지 않은 흰 실을 쓴다. 데님이라는 이름은 프랑스 남부 님 지역의 직물인 서지 드 님 Serge de Nîmes에서 유래했다. 이들은 제노바의 코튼 코듀로이를 모방하다가 데님과 비슷한 원단을 만들어냈고 여기에 님에서 만든 서지, 서지 드 님이란 이름을 붙였다. 이것이 시간이 흐르며 축약되어 현재의 데님이 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누가, 언제 처음 만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8세기 쯤엔 유럽의 여러 지역으로 수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좀 더 현대적인 데님이 등장한 건 18세기 후반. 뉴잉글랜드 메릴랜드의 제조업자들이 면으로 만든 서지를 데님이라고 부르며 지금의 모습으로 굳어졌다. (원래 서지 드 님은 양모로 짠 직물이었다.) 그래서 엄밀히 구분하면 면으로 만든 능직만을 데님이라고 부른다. 21세기에 들어 데님의 형태와 종류, 쓰임이 다양해지자 의미도 조금씩 확장되었다. 요즘은 신축성을 높이기 위해 엘라스틱 원사를 넣은 원단과 폴리에스테르, 레이온 같은 합성 섬유를 섞은 것까지 모두 데님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바뀐 것은 염료. 전통적인 데님은 인디고페라 Indigofera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푸른빛의 인디고로 염색했지만, 이제는 대부분 합성 인디고를 쓴다. 다른 색깔을 내기 위해 황화 염료를 쓰거나 독특한 효과를 주기 위해 아크릴 수지로 코팅을 한 제품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염료는 세탁을 할 때마다 조금씩 실에서 떨어진다. 물 빠짐이라고 부르는 이런 현상이 데님에 독특한 개성과 매력을 부여한다.
Ounce
데님의 두께나 무게를 얘기할 땐 온스라는 단위를 쓴다. 1온스는 약 28.35그램. 데님에선 1제곱미터당 무게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12온스 이하의 데님은 라이트웨이트, 12온스와 16온스 사이는 미드웨이트, 16온스보다 무거운 건 헤비웨이트로 분류하며, 일상적으로 입는 청바지는 대개 미드웨이트 데님으로 만든다. 당연히 고온스 데님 청바지는 저온스로 만든 것보다 무겁고 치밀하고 뻣뻣한데, 이를 선호하는 청바지 마니아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캐나다의 데님 브랜드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는 무려 32온스 헤비웨이트 데님으로 청바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름은 몬스터. 말 그대로 괴물 같은 청바지다.
Denim Pants
아무리 옷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두 벌쯤은 갖고 있는 아이템. 이브 생 로랑이 “청바지를 발명한 것이 나였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을 만큼 데님 팬츠는 현대 패션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청바지 얘기를 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이름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반면 제이콥 데이비스 Jacob W. Davis는 존재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19세기 중반 골드러시 얘기를 듣고 사업 기회를 포착한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샌프란시스코에 직물 도매점을 차렸을 때, 제이콥 데이비스는 네바다주 리노에서 텐트나 마차 덮개 같은 걸 만들어 파는 상점을 운영하고 있었다. 어느 날 제이콥은 튼튼한 바지를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받고 스트라우스의 직물점에서 텐트 제작용 데님을 구매한다. 그는 이 원단으로 바지를 만들고 이음새가 쉽게 터지지 않도록 특별히 황동 리벳을 박았다. 이 디자인으로 특허를 내고 싶었으나 충분한 자금이 없었던 제이콥은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와 함께 1873년 5월 20일 특허를 취득하고 본격적으로 데님 팬츠를 만들기 시작한다. 이후 리바이스 청바지는 광부와 노동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또 1930년대를 지나 서부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며 랭글러, 리 같은 데님 브랜드까지 대중들에게 퍼지기 시작한다. 1950년대, 말론 브란도가 <위험한 질주>, 제임스 딘이 <이유 없는 반항>에서 입고 나오면서 데님 팬츠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얻게 되었다. 1960년대 이후엔 뮤지션과 히피들에게, 1980년대엔 다양한 디자이너에게 사랑을 받으며 패션의 영역으로 정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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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데님 팬츠의 또 다른 이름은 진이다. 데님의 기원이 된 제노바의 코튼 코듀로이 바지를 Jean 혹은 Jeane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2 현존하는 데님 팬츠 중 가장 오래된 것은 1879년에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가 만든 청바지다. XX라는 별칭이 붙은 이 바지는 불에 타지 않는 박스에 담겨 리바이스 본사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다. 3 작년엔 미국 애리조나의 족 테일러라는 남자가 대대로 물려받은 가족의 트렁크에서 거의 입지 않은 빈티지 데님 팬츠를 찾아냈다. 1893년 모델로 추정되는 이 바지는 지금까지 발견된 20세기 전 청바지 중 가장 상태가 좋았다. 리바이스는 테일러에게 5만 달러를 제시했으나, 그는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이 제안을 거절했다. 4 2005년 6월 15일, 이베이에서 115년 된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의 데님 팬츠가 무려 6만 달러에 팔렸다. 이 바지는 모하비 사막의 폐광에서 발견된 것이며, 낙찰자는 익명의 일본인으로 밝혀졌다. 이 기록은 ‘경매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청바지’로 아직까지 기네스북에 남아 있다.
Detail
RIVET 청바지 주머니에 붙어 있는 동그란 구리 부속.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주머니가 터지는 것을 막고 바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기능적인 세부다. 초창기 리바이스 청바지는 앞주머니와 뒷주머니에 모두 리벳을 사용했지만, 안장이나 의자에 너무 많은 흠집을 낸다는 불만이 거세져 뒷주머니의 리벳을 숨기게 되었다.
SELVEDGE 원단의 가장자리. 데님에선 위 사진처럼 마감한 부분을 의미하며, 이런 원단을 셀비지 데님이라 한다. 1895년부터 데님을 만들어온 미국의 콘 밀은 흰색 셀비지 라인과 빨간색 스티치를 시그니처로 삼았다. 요즘엔 다양한 색깔과 스티치의 셀비지 원단이 나온다. A.P.C., 빅 존,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의 셀비지 데님도 유명하다.
COIN POCKET 앞주머니 위에 자그맣게 달린 포켓. 원래 회중시계를 쉽게 꺼내볼 수 있도록 만든 세부다. 요즘엔 동전이나 티켓, 콘돔 따위를 넣는 용도로 더 많이 쓰면서 코인 포켓, 티켓 포켓이라고도 한다. 한쪽 주머니에만 코인 포켓이 달린 청바지는 ‘Five Pocket Jeans’로, 양쪽 주머니에 모두 있으면 ‘Six Pocket Jeans’로 부른다.
Your Choice
Denim Jacket
데님 팬츠와 마찬가지로 데님 재킷 역시 워크웨어로 시작했다. 지금의 형태와 비슷한 데님 재킷이 나온 건 1905년. 리바이스가 506이라고 번호를 붙인 모델을 선보이면서부터다. 후에 타입 Ⅰ이라는 별칭이 붙은 이 재킷은 오픈 프론트 포켓과 버클 벨트가 있는 형태였고, 청바지로 데님의 실용성을 확인한 광부와 농부, 철도 건설자들이 많이 입었다. 20세기 초반에는 리바이스뿐 아니라 리 Lee도 다양한 데님 재킷을 선보였다. 이들은 1921년 로코 재킷이라는 이름의 청 재킷을 철도 건설자들에게 팔았고, 이후로도 지퍼로 여닫는 91 재킷, 카우보이를 위한 웨스턴 재킷, 칼라와 소매 끝에 코듀로이를 덧대 보온성을 높인 스톰 라이더 재킷 등 다양한 모델을 출시했다. 1950년대에 들어 데님이 대중문화와 결합하면서 데님 재킷은 워크웨어와 카우보이 이미지에서 벗어나 드디어 일상복의 성격을 띠기 시작한다.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빙 크로스비 같은 당대의 아이콘이 데님 재킷을 더 유명하게 만들었다. 1953년엔 리바이스가 두 개의 프론트 포켓을 달고 백 벨트를 없앤 타입 Ⅱ, 507XX를 내놓는다. 그리고 마침내 1962년 트러커 재킷이라고 불리는 전설적인 모델 타입 Ⅲ, 557XX이 등장한다. 전작과 달리 가슴 주머니엔 뾰족한 덮개를 달고, 14온스의 방축 가공 데님을 사용했다. 1970년대쯤엔 <이지 라이더>의 데니스 호퍼, <리틀 파우스 앤 빅 핼시 Little Fauss and Big Halsy>의 로버트 레드포드가 입고 나오면서 자연스레 바이커 문화와 결합했다. 1980년대엔 캘빈클라인, 디젤, 게스 같은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데님 재킷에 성적인 매력을 덧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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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506이 리바이스 최초의 데님 재킷은 아니다. 리바이 스트라우스 앤 코는 19세기 후반부터 워킹 블라우스라는 데님 재킷을 만들었는데, 이 옷도 청바지를 즐겨 입던 노동자들 사이에선 꽤 인기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건 1874년형 트리플 플리츠 블라우스. 빈티지 데님을 발굴하기 위해 전 세계의 폐광을 찾아다니는 수집가 마이크 해리스 Mike Harris가 네바다주에서 발견한 재킷이다. 앞쪽 여밈에는 세 개의 플리츠가, 뒤쪽엔 허리 밴드가 있다. 셔츠처럼 몸에 딱 맞게 디자인되어 블라우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2 19세기 일본의 한텐을 데님 재킷의 시초로 보는 사람도 있다. 1800년대 에도 시대의 소방수들이 인디고로 염색한 파란색 겉옷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 옷은 언뜻 보면 지금의 데님 재킷과 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이 옷의 소재는 울. 당시 하층민은 부드러운 옷감을 입는 것이 금지되어 있어서 기능적이지 못하더라도 울로 방화복을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엄밀히 따지자면 이 옷을 데님 재킷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프랑스의 프렌치 워크 재킷, 블루 드 트라바일 Bleu de Travail 역시 마찬가지다. 19세기 말부터 등장한 이 옷도 데님 재킷과 꽤 흡사하지만, 소재는 데님이 아니라 캔버스나 다른 코튼 원단으로 만든 것이 일반적이다.
3 빈티지 리바이스 마니아들은 1950년대부터 1971년까지 만든 모델을 빅 E 재킷, 그 이후의 모델을 리틀 e 재킷으로 구분한다. 레드탭에 LEVI’S라고 적혀 있는 재킷은 빅 E로 부르고 Levi’s라고 쓰여 있으면 리틀 e 재킷이라고 부른다.
Your Choice
Double Denim
청바지와 진 재킷이 탄생했을 때부터 두 아이템을 함께 매치하는 건 데님을 입는 아주 보편적인 방식이었다. 존 웨인은 <역마차>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제일하우스 록 Jailhouse Rock>에서 위아래로 데님을 입고 나왔고, 이후로도 로커와 히피, 방황하는 청춘들이 더블 데님을 즐겨 입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와 1990년대 초반까지 ‘청청 패션’이 유행했다. 21세기에 들어 데님 온 데님은 한물간 패션처럼 여겨졌지만, 요즘 다시 여러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더블 데님을 선보이고 있다.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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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57년 <제일하우스 록>에서 엘비스 프레슬리는 네이비 데님 재킷과 팬츠 차림으로 등장했다. 사람들은 그가 입은 것이라면 뭐든 따라 입을 준비가 돼 있었다. 유행을 감지한 리바이스는 서둘러 엘비스 프레슬리 진이라는 데님 라인을 출시했고, 결과는 당연히 대성공. 역사상 최초의 연예인 데님 라인이었다.
2 더블 데님을 상징하는 옷은 뭐니 뭐니 해도 캐네디언 턱시도 Canadian Tuxedo. 1951년 빙 크로스비가 데님을 입었다는 이유로 캐나다 밴쿠버 호텔에서 입장을 거부당하자(잠시 후 그를 알아본 직원에 의해 가까스로 체크인하긴 했지만) 이 소식을 들은 리바이스는 아예 데님 턱시도를 만들어 그에게 보냈다. 재킷 안쪽에는 이런 재미 있는 패치를 붙였다. “모든 호텔 종업원들에게 고함: 이 옷을 입고 있는 사람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제대로 된 응대와 따뜻한 환대를 받을 권리가 있음.”
3 2001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선 저스틴 팀버레이크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데님 커플 룩이 큰 화제가 됐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데님으로 무장한 이들의 모습은 지금 다시 봐도 화제가 될 만하다.
Denim Accessories
파우치 4만2천원, 스탠리 앤 선즈 at 블루스맨. 데님 벨트 15만2천원, 부후토 at 아이엠샵. 버킷 햇 가격 미정, 루이 비통. 연필 케이스 1만8천원, 밴 데이비스 at 이티씨 서울. 퀼팅 데님 팟 스탠드 4만8천원, 리빙 컨셉 at 1LDK. 에스파드류 9만9천원, 브룩스 브라더스 레드 플리스. 데님 스카프 11만2천원, 웨어하우스 at 조스개러지. 앞치마 4만2천원, 밴 데이비스 at 이티씨 서울. 데님 야구 모자 4만7천원, 데우스 at 블루스맨. 헬멧 백 34만원, 사무라이 진스 at 조스개러지. 로고 장식 데님 슬립온 79만원대, 토즈.
Care Guide
→ 새로운 생지 데님 팬츠를 샀다면, 첫 세탁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최대한 자주 입어 몸에 바지를 맞추는 수고와 노력이 필요하다. → 어쩔 수 없이 빨아야 할 때가 오면 바지의 안과 밖을 뒤집고 미지근한 물에 데님 전용 세제를 살짝 풀어 45분 내지 1시간 정도 담가놓는다. 손으로 비벼 빨거나 문지르는 건 최소화한다. → 바지는 짜지 말고 그대로 평평하게 말리거나 거꾸로 매달아 그늘에서 말린다. 바지가 심하게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두툼한 수건으로 돌돌 말아 물기를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꼭 건조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최대한 낮은 온도로 맞추고, 바싹 마르기 전에 바지를 꺼낸다. → 새로 산 바지를 수선해야 한다면 세탁 후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을 감안해야 한다. 방축가공을 하지 않은 생지 데님은 보통 두 번째 세탁까지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 에디터
- 윤웅희, 신혜지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사진
- Gettyimages Korea, Everett Collec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