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보트 슈즈의 시작

2018.07.10GQ

서머 룩에 방점을 찍는 아이템과 비하인드 스토리.

서머랜드 보트 슈즈 1백16만원, 루이 비통.

서머랜드 보트 슈즈 1백16만원, 루이 비통.

Boat Shoes
1930년대 미국 코네티컷 뉴헤이븐에 폴 스페리라는 남자가 있었다. 아내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큰맘 먹고 스쿠너 한 척을 구입한 참이었다. 그런데 요트 위에 오르니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그를 괴롭혔다. 젖은 갑판이 너무 미끄러워 제대로 서 있을 수조차 없었던 것. 그러던 어느 날 스페리는 빙판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 자신의 애완견 프린스를 보다가 힌트를 얻는다. 그는 여러 갈래로 갈라진 강아지 발바닥에서 착안해 밑창에 헤링본 같은 무늬를 새겼다. 또 갑판에 지저분한 자국이 생기지 않도록 흰색 고무 밑창을 썼다. 보트 슈즈의 시작이었다. 이 신발은 요트를 즐기는 부자들과 선원들 사이에서 금세 입소문을 탔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39년엔 미 해군의 신발을 만들어달라는 제안까지 받게 된다. 이후 스페리의 신발은 미국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1950년대부터는 거리에서도 자주 보였다. 1960년대엔 아이비리그 학생들이 열심히 신었다. 이 신발은 시어서커 재킷이나 마드라스 셔츠, 버뮤다 쇼츠와도 썩 잘 어울렸다. 그렇게 보트 슈즈는 프레피 룩의 상징이 되었고, 이후 다른 패션 브랜드들도 경쟁하듯 보트 슈즈를 만들기 시작했다.

 

Errol Flynn

Errol Fly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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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바닥의 마찰을 높이기 위해 고무에 홈을 내는 방식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사실 스페리가 아니다. 이미 1923년에 존 사이프 John Sipe라는 남자가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특허를 냈다. 자동차 타이어의 가는 홈을 뜻하는 용어 사이프 Sipe가 그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2 스페리가 만든 최초의 프로토타입은 지금 같은 모카신 형태가 아니었다. 캔버스로 발등 부분을 덮은 옥스퍼드 슈즈에 가까웠다. 1935년부터 1937년까지 그는 몇 차례 디자인을 수정했고, 가죽 갑피와 고무 밑창, 새들 레이싱을 적용한 현재의 형태를 완성했다.

3 보트 슈즈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1940년대에 할리우드 어드벤처물을 이끈 배우 에롤 플린 Errol Flynn이다. 그는 실제로도 모험심이 넘쳤다. 게다가 엄청난 요트 마니아이기도 했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신의 요트 자카 Zaca를 타고 바다로 나섰다. 포말처럼 하얀 보트 슈즈를 신고서.

 

가격 미정, 크리스찬 루부탱.

20만원대, 쿼디 at mrporter.com.

13만9천원, 스페리 at ABC마트.

가격 미정, 살바토레 페라가모.

    에디터
    윤웅희, 이지훈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