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때면 도착하는 수입차의 1학기 성적표.
1월부터 6월까지 팔린 수입차는 총 14만109대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퍼센트 늘었다. 상반기에 신차를 내놓은 대부분의 브랜드는 독일차를 경쟁 상대로 지목했다. 고급차든 대중적인 차든, 일단 언급하고 봤다. 하지만 벤츠, BMW로 이어지는 순위에 변동을 주진 못했다. 오히려 벤츠의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9퍼센트 오른 30퍼센트에 가까웠다. 상반기에 팔린 수입차 세 대 중 한 대는 벤츠였다고 어림잡을 수 있다. BMW는 2017년 초에 출시한 5시리즈를 선봉으로 2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520d 한 가지 모델만 6천7백6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렉서스의 총 판매량인 6천2백76대보다 많다. 한동안 조용했던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조심스럽게 돌아오자마자 각각 6위와 7위에 올랐다. 폭스바겐은 2가지 모델(파사트 GT, 티구안), 아우디는 3가지 모델(A4, A6, R8)만 판매했는데도…. 하반기에도 독일 브랜드가 수입차 시장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폭스바겐은 7월이 시작되자마자 크기를 늘린 티구안(티구안 올스페이스)을 출시했고, BMW는 신형 SUV 세 가지로 휘모리장단을 몰아칠 준비를 끝냈다. 벤츠는 ‘EQ’라는 라인업을 구축하면서 친환경 차의 영역에도 진출했다. 점점 늘어나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의 수요를 고려하면 올해 상반기가 벤츠의 정점이었을 리가 없다.
독일차가 빠르게 대중화된 건 10년 전 쯤이다. 2009년 8천9백15대를 판매한 벤츠는 다음 해에 1만6천1백15대를 팔았다. 불과 1년 사이에 판매량이 두 배 가까이 뛴 것이다. 매력적인 브랜드 가치, 탄탄한 성능과 매끈한 디자인의 접점에 절묘하게 자리를 편 덕분이다. 재미있는 건 기름값 상승도 소소하게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다. 2010년 즈음 가솔린 가격이 폭등하자 연료 효율이 좋은 디젤차를 다양하게 보유한 독일차가 경쟁 우위에 설 수밖에 없었다. 입지가 탄탄해지자 점점 다양한 모델이 국내에 들어왔고, 한번 불붙은 기세는 유류비 상승 같은 반사이익과 상관없이 이어졌다. 국내에 진입한 독일차의 현재 위력을 고려하면 그 시대의 끝을 가늠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상반기 TOP 3 점유율
1위 ‘29.3%’ 메르세데스-벤츠, 4만1천69대
2위 ‘24.7%’ BMW, 3만4천5백68대
3위 ‘6.0%’ 토요타, 8천3백50대
상반기 TOP 5 모델
1위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2만56대
2위 BMW 5시리즈, 1만6천3백39대
3위 BMW 3시리즈, 7천20대
4위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 6천3백18대
5위 토요타 캠리, 5천1백55대
하반기 예약자 명단
메르세데스-벤츠 | G-클래스 ‘G바겐’으로도 부르는 G-클래스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다. 최근 점점 둥글어지는 SUV를 비웃기라도 하듯 3세대 G-클래스 역시 본래의 각진 차체를 고수했다. 배기량을 낮추는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배기량 5.5리터였던 엔진을 4.0리터로 줄였다. 최고출력은 422마력, 최대토크는 62.2kg∙m.
BMW | X2, X4, X5 BMW의 하반기는 SUV 라인업을 빼곡하게 구축하는 시기가 될 것이다. 올해 3월에 나온 X3의 쿠페형 버전인 X4가 기다리고 있고, BMW에서 가장 큰 SUV인 X5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된다. X1부터 X6로 구성된 BMW의 SUV 라인업에서 유일한 공석이었던 숫자 ‘2’를 차지할 X2도 올해 판매를 시작한다.
포르쉐 | 카이엔 지금은 거의 모든 프리미엄 브랜드가 SUV를 만들고 있지만, 비판을 견디며 처음 용기를 낸 건 포르쉐였다. 예상치 못한 성공이었다. 카이엔은 포르쉐를 자금난에서 구한 차이자, 프리미엄 SUV의 원조 격인 차다. 취향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여러 선택지를 늘어놓는 포르쉐답게 신형 카이엔에도 다양한 엔진을 올릴 예정이다.
폭스바겐 | 아테온 돌아온 폭스바겐이 올해 준비한 차는 종 5가지다. 북미형 파사트와 유럽형인 파사트 GT, 5인승 SUV인 티구안과 7인승인 티구안 올스페이스다. 마지막 남은 한 발은 쿠페형 중형 세단 아테온이다. 2.0리터 4기통 디젤 엔진을 심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힘을 낸다.
- 에디터
- 이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