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대가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 24.
1. VETEMENTS
vetementswebsite.com
@vetements_official
뎀나 바잘리아와 비전을 공유하는 동료들이 함께 만든 베트멍은 유행에 휘둘리는 디자인과 브랜딩을 거부하고 옷의 본질에 집중한다. 이들은 패드를 두둑히 넣은 어깨와 땅에 끌릴 만큼 긴 소매로 생경한 실루엣을 만들고, 구조를 해체한 다음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옷의 문법을 다시 썼다. 또 여기에 공산권 문화와 자본주의가 결합하던 유년기의 기억과 다양한 서브 컬처를 더해 독특한 스타일을 정립했다.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패션의 새로운 접점이었다. 뎀나는 다른 패션 하우스가 생각하지 못한 아이디어로 베트멍을 더 특별하게 만들었다. 2016년에는 DHL 티셔츠를 선보이고 2017 S/S 시즌엔 아예 리바이스, 헤인즈, 캐나다 구스 등 무려 18개 브랜드와 협업한 컬렉션을 발표했다. 런웨이에는 나이, 키, 인종, 체형이 다른 일반인 모델을 세웠고, 본사를 취리히로 옮긴 후에는 길에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룩북 사진을 찍기도 했다.
2. A-COLD-WALL*
www.a-cold-wall.com
@acoldwall
오프화이트의 컨설턴트였던 사무엘 로스 Samuel Ross가 2015년 론칭한 브랜드. 어 콜드 월이라는 이름은 보이지는 않지만 계층, 인종 사이에 분명하게 존재하는 벽을 의미한다. 브랜드 네이밍에서 짐작할 수 있듯 사무엘 로스는 사회 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옷에 투영한다. 그 역시 유스 컬처와 스트리트 문화를 작업의 키워드로 꼽지만, 다른 스트리트 브랜드와는 접근 방식부터 다르다. 고리타분한 관념이나 선입견을 부수고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것이 이 시대 청년들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에. 어 콜드 월이 자주 쓰는 소재는 PVC와 나일론, 캔버스. 하위 문화 계층의 유니폼을 연상시키는 소재로 유스 컬처를 새롭게 해석하고, 관습적이지 않은 테일러링으로 워크 웨어를 재구성한다.
3. GmbH
gmbhofficial.com
@gmbh_official
2016년 디자이너 세르핫 이식 Serhat Isik과 포토그래퍼 벤자민 알렉산더 허스비 Benjamin Alexander Huseby가 세운 베를린 베이스의 패션 컬렉티브. 독일어로 유한 회사를 뜻하며 게엠베하 라고 발음한다. 이런 이름을 붙인 것은 브랜드의 가치 중립적인 태도를 드러내고, 디자이너보다 옷으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베를린의 언더그라운드 클럽 문화와 테크노 신, 음악과 예술, 워크 웨어와 스트리트 웨어를 현란하게 섞어 문화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이를테면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반짝이는 PVC 바지와 입거나, 야들야들한 메시 톱을 벌키한 가죽 재킷과 대조시키는 식. 또 밀라노의 원단 공장에 방치되어 있는 패브릭을 발굴해 옷을 만드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4. supreme
www.supremenewyork.com
@supremenewyork
현재 스트리트 패션 신에서 슈프림의 위상은 가히 독보적이다. 아이템의 희귀성, 비교 불가한 마니아층,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 그러다 보니 거의 모든 아이템이 발매와 동시에 매진되고, 리셀 가격도 몇 배씩 오른다. 슈프림의 열광적인 팬들은 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만든다 해도 지갑을 열 기세다. 슈프림의 전설이 시작된 건 1994년. 뉴욕 라파예트 거리에 스케이트보드 숍을 연 제임스 제비아 James Jebbia가 캘빈클라인 속옷 광고에 박스 로고 스티커를 붙여 고소당하면서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쿨한 브랜드’ 이미지를 얻었다. 또 이즈음 뉴욕 청소년들의 반항을 담은 영화 <키즈>가 흥행하자 슈프림은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되었다. 슈프림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건 바로 무수한 컬래버레이션. 1996년 반스를 시작으로 나이키, 에어 조던, 노스페이스, 꼼 데 가르송, 심지어 작년엔 루이 비통과도 협업을 했다.
5. 1017 ALYX 9SM
www.alyxstudio.com
@alyxstudio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의 대표 주자 매튜 윌리엄스 Matthew Williams가 2015년 설립한 브랜드. 알릭스라는 이름을 사용하다가 지난 5월 브랜드 이름을 1017 알릭스 9SM으로 바꿨다. 1017은 그의 생일을, 9SM은 브랜드가 시작된 뉴욕 세인트 마크 플레이스의 주소를 의미한다. 레이디 가가와 카니예 웨스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였던 그는 버질 아블로, 헤론 프레스턴과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빈 트릴 Been Trill을 만들었던 노련한 디자이너. 초기엔 여성복 컬렉션만 전개했고, 작년부터 남성복 컬렉션까지 함께 선보이고 있다. 첫 번째 남성복 컬렉션의 제목은 ‘E. 1999 이터널’. 가죽 초커, 체스트 벨트 같은 S&M 요소를 밀리터리 베스트, 클레릭 셔츠와 조합해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6. SUNNEI
2015년 밀라노의 디자이너 듀오 시모네 리초 Simone Rizzo와 로리스 메시나 Loris Messina가 차세대 이탈리아 패션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설립했다. 써네이 Sunnei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사람이 Sunny를 잘못 쓰면 어떻게 될까’ 하는, 다소 엉뚱하고 귀여운 발상에서 시작됐다. 이 브랜드가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바로 SNS. 세련된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을 올리며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한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했다. 써네이는 거의 모든 제품을 이탈리아에서 생산하고 관리하는 것이 특징. 전통적인 이탤리언 스타일에 비비드한 색감, 스포티하고 활동적인 디테일, 스트리트적인 위트를 더해 좀 더 젊고 산뜻한 스타일을 제시한다. 마치 ‘이탤리언의 눈으로 본 동시대적 패션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하려는 듯이.
7. OFF-WHITE
www.off—white.com
@off____white
시대가 원하는 디자이너라는 게 있을까? 그렇다면 버질 아블로는 여기에 딱 부합하는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는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있으니까. 버질 아블로는 2014년 패션 프로젝트 파이렉스 비전 Pyrex Vision을 정리하고 오프화이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유스 컬처나 힙합, 스트리트 문화처럼 자신이 생각하기에 근사하고 쿨한 것들로 브랜드를 채워나갔다. 미스 반 데어 로에 Mies Van Der Rohe의 건축물에서 영감을 얻은 사선 줄무늬를 브랜드의 심벌로 정하고, 타이포그래피와 그래픽적 프린트도 여기저기에 집어넣었다. 카니예 웨스트, 제이지, 비욘세 같은 유명한 버질의 친구들이 이 옷을 입었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오프화이트를 열망하기 시작했다. 크롬하츠, 몽클레르, 나이키 같은 브랜드와 쉴 새 없이 협업도 발표했다. 그가 만든 거라면 뭐든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오프화이트는 그렇게 스트리트 패션과 하이 패션을 잇는 가교가 되었다.
8. AMBUSH
www.ambushdesign.com
@ambush_official
일본의 힙합 아티스트 버벌 Verbal과 그의 아내이자 디자이너인 윤 안 Yoon Ahn이 2008년 설립했다. 처음엔 주얼리 브랜드로 시작했으나, 2012년부터 어패럴 라인을 선보여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때부터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앰부시라는 이름이 오르내렸다. 이들은 2015년 파리 데뷔 이후 무대를 전 세계로 돌렸다. 힙합과 팝, 스트리트 문화를 섞은 앰부시의 스타일은 금세 사람들에게 각인되었다. 이후 카니예 웨스트, 리한나 같은 스타들이 앰부시를 찾기 시작했고, 오프화이트, 루이 비통 같은 브랜드와 협업도 했다. 킴 존스의 디올 옴므 컬렉션에 등장한 액세서리 역시 앰부시의 작품이다.
9. Y/PROJECT
www.yproject.fr
@yproject_official
2010년 디자이너 요한 세르파티 Yohan Serfaty가 설립한 유니섹스 브랜드. 그가 타계한 이후 2013년부터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출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글렌 마르탱 Glenn Martens이 와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글렌 마르탱이 합류하기 전까지의 와이 프로젝트는 아방가르드하고 어두운 색깔이 강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의 복식 자료와 서브 문화에서 영감을 얻고 위트를 더함으로써 브랜드의 이미지를 훨씬 신선하게 바꿔놓았다. 고딕 무드와 스트리트 웨어를 결합한 독창적인 스타일, 실험적인 커팅과 과감한 프로포션, 남성성과 여성성의 구분을 무색하게 하는 실루엣으로 자신의 또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10. KAR
www.lartdelautomobileshop.com
@lartdelautomobileshop
요즘의 스케이트보드와 서핑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지지하는 수많은 패션 레이블을 바라보면서 파리의 자동차 딜러 아서 카 Arthur Kar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차야말로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는 대상이 아닌가. 그렇다면 자동차를 향유하는 패션도 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2017년 KAR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여기에 L’Art de L’Automobile, 자동차 예술이라는 부제를 붙인다. 그리고 볼드한 폰트와 레트로 그래픽을 사용한 티셔츠와 후디를 판매하기 시작한다. 이 옷은 금세 새로운 스트리트 웨어를 찾는 사람들의 눈에 띄었다.
11. FEAR OF GOD
신에 대한 경외. 패션 브랜드 이름이라기엔 다소 생뚱맞지만, 피어 오브 갓은 2013년 등장과 함께 스트리트 웨어 신에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브랜드의 설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제리 로렌조 Jerry Lorenzo는 LA 스타일에 힙합과 그런지 문화를 섞어, 누구나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각각의 아이템을 교묘하게 섞거나 더하거나 겹치는 방식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이드 지퍼가 달린 후디와 체크무늬 플란넬 셔츠, 오버사이즈 보머 재킷, 거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티셔츠, 네오프렌 패널이 있는 가죽 하이톱 스니커즈…. 피어 오브 갓의 대표 아이템들은 멋을 아는 청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12. MARTINE ROSE
martine-rose.com
@martine_rose
2007년 열 장의 남자 셔츠로 처음 브랜드를 시작한 마틴 로즈는 지난 10년 동안 묵묵히 자신의 컬렉션을 만들어왔다. 2012년 ‘London Collections: Men’부터 본격적인 컬렉션을 선보이며 남성과 여성, 하이 패션과 스트리트 웨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옷이 하나의 문화적 기표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증명하듯 과거의 모티브를 현재에 맞춰 각색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다. 최근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한 레트로 무드가 유행하면서 마틴 로즈의 이름도 함께 떠올랐다. 프렌치 테리 후디, 어깨선을 강조한 재킷, 스웨트 셔츠와 와이드 팬츠의 조합은 1990년대 초반의 스타일을 마틴 로즈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탈리아 아웃도어 브랜드 나파피리와의 협업 컬렉션도 눈여겨봐야 할 작업.
- 에디터
- 윤웅희, 이지훈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사진
- Courtesy of Supreme, 1017 Alyx 9SMl, Sunnei, Off-White, Ambush, Y/Project, KAR, Courtesy of Fear of God, Martine Rose,Gettyimages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