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아닌 뉴욕에서 생 로랑의 2019 S/S 남성복 컬렉션이 열렸다. 충분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안토니 바카렐로의 생 로랑 컬렉션은 늘 에펠탑과 센강이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늦은 저녁에 시작했다. 덕분에 쇼가 끝나고 사람들이 우르르 나갈 때면 저 멀리, 혹 운이 좋을 땐 바로 눈앞에서,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짝이는 에펠탑을 눈에 가득 담을 수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6월, 생 로랑의 2019 S/S 컬렉션이 뉴욕에서 열렸다. 뉴욕에서 열린 첫 생 로랑 컬렉션이자 바카렐로의 첫 단독 남성복 컬렉션이기도 했다. 에펠탑 대신 얼마 전 다시 재건한 월드 트레이드 센터가 멀리 보이고, 허드슨강의 물결이 센강의 정취를 대신하는 곳. 리버티 스테이트 파크는, 엠파이어 빌딩에서 내려다본 뉴욕의 스카이라인과는 또 다른 맨해튼의 야경을 마주 볼 수 있는 장소였다. 생 로랑 쇼를 보기 위해 배터리 파크에서 페리를 타고 온 사람들은 한참 동안이나 사진을 찍었다. 좀처럼 사진 찍기를 귀찮아하는 빈센트 갈로, 강 건너 브룩클린에 산다는 에즈라 밀러, 파리에서 아들과 함께 온 샤를로트 갱스부르. 하지만 눈보다 좋은 사진기는 없다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매서운 강바람을 견디기 힘들어질 때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등지고 불쏘시개처럼 마른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바카렐로는 미드나잇 어번 카우보이를 주제로 70년대 웨스턴 스타일을 선보였다. 하이 웨이스트 와이드 팬츠에 짧은 재킷과 톱을 입는 실루엣은 카우보이를 생각나게 했고, 이브 생 로랑의 아이코닉이었던 사하리안 콘셉트는 황량한 웨스턴 무드를 만들었다. 카우보이 모자와 프린지 스카프, 가죽과 인디언 실버를 사용한 액세서리, 삼각형으로 접어 목에 두른 반다나는 바카렐로의 생각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주었다. 생 로랑의 이번 시즌 또 하나의 주제는 앤드로지너스. 남자와 여자가 옷장을 공유한다는 의미였다. 여성복보다 장식과 세부가 화려한 남성복과, 남성복보다 실루엣이 크고 심플한 여성복은 서로의 옷을 바꿔 입는다고 해도 전혀 어색할 것 같지 않았다. 레논 갤러거가 입은 레오퍼드 실크 셔츠와 카이아 거버의 화이트 톱처럼 말이다. 실제로 정교하게 자수를 놓은 점퍼, 비딩 장식의 블루종, 리얼 파이톤 재킷, 시스루 레이스 셔츠, 별빛이 쏟아져 내린 듯한 톱은 오히려 여자의 옷장에 더 잘 어울릴 정도였다. 중성적인 룩의 모델이 지나고 글리터 보디 페인팅을 한 모델들이 피날레를 장식했다. 작은 조각을 이어 만든 검정 대리석 바닥 위로 반짝거리는 모델들이 걸어 나오자 마치 뉴욕의 스카이라인이 허드슨강의 물결을 따라 움직이는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그날만큼은 이곳이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다.
-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