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지방시에서 발렌시아가까지, 가을겨울 베스트 룩

2018.08.25GQ

9월을 말할 때, 당신과 얘기하고 싶은 2018 F/W 베스트 룩 6.

Givench 클레어 웨이트 켈러의 두 번째 지방시 컬렉션에서 그녀에 대한 편견이 깨졌다. 상냥하고 고상한 소파 위 강아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도도하고 화끈한 평원의 표범이었다. 클레어는 이번 시즌 오만하고 퇴폐적인 룩을 쏟아냈다. 이전보다 섹시하고 그 이전보다 매혹적이었다. 여성복에 밀리지 않는 남성복은 그녀가 제대로 작정했다는 증거. 특히 재규어를 떠올리게 하는 이 룩이야말로 클레어의 다른 마음, 환한 미래를 보여준다. 날카로운 코트 실루엣, 더 예리한 가죽 팬츠, 그리고 가슴에 새긴 타투 HOWL. 타투 대신 목걸이를 했으면 이 정도로 예쁘진 않았겠지. 박나나

Balenciaga 겨울이 싫다. 매해 겨울이면 더 두껍고 따뜻한 코트를 찾아 헤매는 것도 지겹다. 바보 같아 보이지 않으면서 보온성도 좋은 아우터를 찾기란 어려운 일. 하지만 이번 겨울은 기다려진다. 발렌시아가에서 선보인 레이어드 파카가 있으니까. 후디, 플란넬 셔츠, 트랙 재킷, 트렌치코트를 겹겹이 쌓은 아우터는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더욱 놀라운 사실? 7~9겹의 아이템을 따로따로 겹쳐 스타일링하는 대신 한 피스로 붙여 만든 것. 한 가지 단점은 엄청난 무게. 어깨에 담이 걸릴까 두렵지만, 올겨울이 아니면 이런 아우터는 또 없을 것 같다. 방호광

Dunhill 던힐 컬렉션은 간단하지만 힘이 있다. 지난 시즌부터 합류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크 웨스턴은 클래식에 약간의 변주를 더할 줄 안다. 요란한 타이나 굉장한 양말을 매치하는 뻔한 트위스트를 말하는 게 아니다. 서늘한 취향의 빈티지를 아주 살짝만 더하는 식인데, 이 룩으로 설명이 충분하다. 전형적인 코트지만 어깨는 약간 크게, 터프하기 쉬운 가죽 바지는 고급스럽게 재단했다. 셔츠는 풀어헤치고 액세서리는 생략. 간결하고 고급스러운 빈티지 룩이란 이런 것. 키만 좀 크다면 여자가 입어도 아주 멋지겠다. 안주현

Berluti 스트리트 스타일이 잠식한 요즘 패션 신에서 벨루티는 좀 더 고전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특별함을 증명한다. 눈이 돌아갈 만큼 고급스러운 소재, 세심한 재단, 완벽에 가까운 마감. 이들은 유행에 편승하는 대신 전통적인 남성 복식의 문법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벨루티의 서른여덟 벌의 옷 중에서 이 룩은 유독 윤택하고 호화롭다. 부티 나는 커피색 무통 코트, 우아한 광택의 군청색 벨벳 수트, 반짝이는 에나멜 블랙 부츠…. 그 흔한 패치나 프린트가 없어도 충분히 화려하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럭셔리이자 남성복의 쿠튀르다. 윤웅희

Lemaire 크리스토퍼 르메르는 요란스럽지 않고 담담하게 오래 두고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든다. 눈 깜빡할 새 지나가 버리는 유행에 휘둘리거나 시끌벅적하게 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도 없다. 잘 정돈된 실루엣과 고급스러운 색만으로 서정적인 감성을 차분히 옷에 담아낸다. 이번 시즌 유독 눈에 들어온 이 룩은 바람이 찬 공기를 머금을 때쯤 옷장에서 바로 꺼내 입고 싶다. 부드러운 코듀로이 재킷과 네크라인이 깊게 파인 모헤어 니트, 그리고 잘 재단된 와이드 팬츠 한 벌. 다른 건 다 없어도, 이 룩이면 한 계절이 행복하겠다. 신혜지

Dior Homme 추운 계절에는 옷자락을 휘날려야 제멋이다. 하다못해 머플러라도 길게 늘어뜨리면 기분부터 달라진다. 하지만 흔한 코트 자락 대신 모델의 머리칼을 휘날린 이 룩의 매력은 생경하고도 난폭하다. 적당히 풍성한 실루엣과 아주 치밀하게 계산되었을 핀 스트라이프의 간격을 주의 깊게 봐야 하는 팬츠가 없었다면 머리카락만으로 어쩌진 못했을 테지만. 게다가 몸에 부드럽게 붙는 니트에는 디올의 전설적인 뉴 룩이 떠오르는 레터링을 또박또박 써 넣었다. 이쯤 되면 크리스 반 아셰의 정성스러운 작별 인사 아니었을까? 이지훈

    에디터
    박나나
    사진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