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을 말할 때, 당신에게 얘기하고 싶은 액세서리 4.
Louis Vuitton
킴 존스는 남자도 ‘잇 백’이 있음을 수차례 증명했다. 빨간 로고를 넣은 키폴, 코끼리와 팜트리가 그려진 포트폴리오, 크리스 네메스와 작업한 유려한 백팩. 그 가방을 탐내지 않았던 남자(사실은 여자도)는 참으로 검약하거나 어떤 수행 중인 도인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킴의 마지막 루이 비통 쇼에서도 가방은 단연 돋보였다. 티타늄과 글레이즈 모노그램 시리즈, 하드케이스 카메라 백, 네온색 토트백. 옷보다 더 예쁜 가방들이 줄지어 등장했다. 럭스와 스트리트, 레더와 패브릭, 프린트와 솔리드. 이런 가방들을 보면 한두 개 말고 열 개쯤 살 수 있을 만큼 성공하고 싶어진다. 박나나
Y/Project
한동안 가방에 끌렸으나, 요즘은 신발이 좋다. 발렌시아가의 트리플 S를 처음 본 순간을 잊을 수 없지만, 이제는 지겹다. 꽃도 단 열흘 붉을 뿐이라고 했으니. 변덕이라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와이/프로젝트의 롱 부츠가 눈에 쏙 들어온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길이와 자연스럽게 주름지고 구겨진 형태가 꽤 조형적이다. 한때 유행하고 슬그머니 사라진 어그와 함께 만들었다. 안감 역시 어그 부츠처럼 하얀색 양털이다. 반바지 혹은 청바지와 입어도 근사하겠지. 그런데 과연 정말로 신을 수 있을까? 방호광
Fendi
비 오는 날 우산을 챙기는 게 세상에서 제일 귀찮다. 어차피 또 잃어버릴 바에야 아예 들고 나가지 않겠다는 이상한 자존심도 한몫한다. 삼단 우산은 가방에 쉽게 들어가지만 쪼그라들며 생기는 주름이 보기 싫고 폼도 안 난다. 이번 시즌 펜디의 우산 모자를 보는 순간 웃었다. 헤어 밴드에 연결한 초소형 우산. 하늘이 개면 착 접어 바지 벨트 루프에 키링처럼 끼우면 끝. 단출하고 간단하다. 장우산의 축소판이라 펴고 접을 때 나름의 절도도 있고, 요상하지만 귀엽기도 하다. 올가을엔 비가 많이 온다는데, 서둘러 사야 하나. 안주현
Gucci
전통적인 패션의 문법과 규율은 더 이상 구찌에게 의미가 없다. 남성복과 여성복의 이분법적 구분을 거부하고, 여러 문화권과 신화, 판타지를 뒤죽박죽 섞어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었기 때문에. 정교한 옥 목걸이와 재킷 소매 위로 찬 뱅글, 축구공처럼 생긴 가방도 눈길을 끌지만, 이 룩의 백미는 역시 치렁치렁한 크리스털 헤드피스다. 어떤 남자가 이런 액세서리를 소화할지 고민할 필요는 없다. 구찌 안에선 모든 게 가능하니까. 1920년대 쇼걸이 했을 법한 장신구를 씌운다 해도 구찌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생긴다.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대범한 상상력 덕분이다. 윤웅희
- 에디터
- 박나나, 방호광, 안주현, 윤웅희
- 사진
- Indigit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