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개 브랜드의 좋은 뜻이 모인 자선 행사가 열렸다.
‘우아함의 경연’이라는 뜻의 콩쿠르 델레강스는 클래식카를 평가하는 이벤트다.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열리는데 캘리포니아의 ‘페블 비치 콩쿠르 델레강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일반적인 모터쇼처럼 간혹 콘셉트카나 출시 예정인 차를 공개하기도 하지만, 이 콩쿠르의 핵심은 클래식카의 관리 상태와 순정 부품 사용률 등을 꼼꼼히 따져 수상자를 뽑는 순간이다. 올드카 마니아인 박호원 변호사는 희귀한 클래식카와 슈퍼카가 한자리에 모이는 콩쿠르 델레강스를 오랫동안 꿈꿨다. 수익금을 기부하는 자선까지 더한다면 더욱 뜻 깊은 행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해 해마다 올드카를 활용한 자선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
지난 10월 7일, ‘더 클럽’ 이벤트가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올해는 메르세데스-벤츠, 바카라, 디사모빌리, 란스미어, ODE, 로얄샬루트, S.T. 듀퐁, 러시안 캐비어 하우스, 헬레닉 와인이 참여했다. 수익금을 여성 청소년 보호 시설인 선덕원과 청각 장애인 후원 단체인 사랑의 달팽이에 기부하기로 했다. 사진으로만 봤던 희귀한 차가 행사장에 하나둘 입장하자 참가자들은 내외관을 살펴보고 사진을 남기기 바빴다. 클래식카 오너들끼리는 자동차를 관리하는 방법과 자신의 올드카의 매력에 대해 차를 둘러싸고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가장 아름다운 세단, 가장 아름다운 클래식카 등 여러 부문의 심사와 시상이 끝나자 경매가 시작됐다. S.T. 듀퐁은 한정 만년필을 내놨고, 메르세데스-벤츠는 E클래스 카브리올레를 내놓기도 했다. 경매에 오른 물건은 총 23개. 수익금 역시 기부금으로 쓰일 예정이다. 기부를 위해 열린 만큼 몇몇 물건은 판매가를 넘어 낙찰되기도 했다.
취향의 매개, 수집품, 혹은 단순한 교통 수단…. 자동차를 보는 관점은 여러 가지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모인 사람들과 브랜드는 관점이 아니라 목적을 생각하는 듯했다. 차를 통해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 타인에게도 즐거움을 주고 싶다는 이타적인 목적. 더클럽 자선 행사로 이들의 생각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박물관에도 없어요
페라리 | 348 TS V12가 아닌 V8 엔진을 차체 중앙에 배치한 페라리를 ‘리틀 페라리’라고 부른다.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생산한 리틀 페라리는 348이었다. 쿠페와 스파이더, 타르가 톱 세 가지로 나왔는데, TS는 타르가 톱을 뜻한다.
포르쉐 | 911 Carrera 2 (964) 1989년부터 1993년까지 생산된 포르쉐 911(코드명 964) 시리즈 중 하나. 우뚝 선 헤드램프가 지금의 디자인과는 사뭇 달라 귀엽기까지하다. 포르쉐는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964를 마지막으로 헤드램프를 눕히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벤츠 | SLR 맥라렌 메르세데스-벤츠가 맥라렌과 합작해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생산했다. V8 슈퍼차저 엔진으로 626마력의 괴력을 냈는데, 나비의 날개짓처럼 문이 열리는 ‘버터플라이 도어’도 엔진 성능 못지않게 유명했다.
행사가 열린 AMG 스피드웨이는 더클럽의 자선 행사가 열렸던 곳 중에서도 더욱 의미 있는 공간이었다. 더클럽의 맴버로 참여한 메르세데스-벤츠가 지난 5월부터 전용 서킷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를 제공한 벤츠는 참가자를 위해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시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 시리즈인 AMG로 트랙을 돌고, 전문 레이서가 운전하는 차에 동승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행사장을 휘감은 트랙은 공식 일정이 종료될 때까지 ‘속도의 끝’을 맛보는 소리로 가득 찼다.
- 에디터
- 이재현
- 포토그래퍼
- 설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