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만 온기가 있는 것은 아니다.
BMW X3의 그릴 자동차에서 BMW의 그릴처럼 디자인이 일관적으로 유지된 예는 없다. 변형은 있어도 폐기는 없었다. BMW의 그릴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고 선명해져 앞모습을 더 공격적으로 다듬었다. 덕분에 그릴이 앰블럼 못지않은 상징이 됐다. 3세대 X3의 전면부 역시 그 모양 그대로의 그릴이 차지했다. 전보다 커진 차체처럼 그릴 역시 더욱 웅장해졌다. SUV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빠르고 날렵한 X3의 주행 실력에 맞춘듯 어울린다.
포르쉐 718 박스터 GTS의 휠 박스터 GTS는 박스터가 ‘보급형 911’이라는 수식에 날리는 한 방의 펀치다. 2.5리터 터보 엔진으로 내는 365마력의 최고출력처럼 단순히 수치의 문제가 아니다. 치밀하게 설계한 차체와 서스펜션은 코너와 직진 어떤 코스에서도 빈틈을 보이지 않고, 속도를 보채는 배기음은 ‘4기통 스포츠카’의 새로운 정의를 말한다. 박스터 GTS의 휠엔 급한 성미를 달래는 붉은 캘리퍼가 침착하게 브레이크 디스크를 물고 있다.
캐딜락 CTS-V의 보닛 자동차의 성향 역시 만든 사람의 성향을 따라간다. CTS-V가 나왔을 때, 그래서 의아했다. 그동안 캐딜락은 여유롭고 편안한 주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만든 차였다. 반면 CTS-V는 캐딜락의 완전히 바뀐 목표를 대변한다. 최고출력이 648마력, 최대토크가 87.2kg·m. 빠르다 못해 난폭하다. 마음 놓을 여유를 주지 않는다. 보닛에 뚫린 구멍은 결코 디자인을 위한 기교가 아니다. 쉴 새 없이 뜨거워지는 6.2리터 슈퍼차저 엔진을 식히는 설계다.
포드 머스탱의 리어 스포일러 5리터를 넘나드는 큰 배기량이 아메리칸 머슬카의 기준이라면 머스탱 2.3 에코부스트는 머슬카에 맞지 않는다. 하지만 근육질의 체형과 효율에 무게를 둔 2.3리터 엔진을 보면 머슬카와 데일리카가 똑똑하게 타협한 것처럼 느껴진다. 외형뿐 아니라 머슬카의 본성도 그대로 지니고 있다. 최고출력 291마력에 최대토크 44.9kg·m의 당당한 힘과 고성능 차의 상징인 리어 스포일러가 그 증거다. 이러니 머스탱을 타면 우선 마음껏 달리고 싶어질 수밖에.
- 에디터
- 이재현
- 포토그래퍼
- 이신구
- 플로리스트
- 정혜린, 김융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