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이렇게 좋은 흐름을 타고 높은 관심을 받는 게 얼마 만인가. 올해 러시아 월드컵과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이라는 두 개의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고, 그 모두에 한 명의 선수가 있었다.
이미 답을 알 것 같긴 하지만, 올해 가장 뿌듯했던 일이 뭐예요? 당연히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 승리와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으로 금메달을 딴 거죠. 대표팀을 응원해주신 국민 여러분들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특히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들 모두가 유니폼의 태극 마크 하나만 생각하고 한 경기 한 경기 치러 나갔는데, 결국에는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대회 2연속 우승을 했잖아요. 한국 축구의 힘을 다시 한 번 널리 알릴 수 있었다는 점이 정말 자랑스러웠어요.
가장 벅찬 감정을 느낀 순간이 있다면요? 국가대표 경기에서는요,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벅차요. 또 그 멀리까지 정말 많은 관중 분들이 오시잖아요. 그분들의 함성과 응원 아래 경기를 뛰면서 어느 한순간을 꼽기는 어렵죠.
가장 뿌듯했던 일이 사실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들과 맞닿아 있을 것 같은데 어때요? 올 여름 중요한 대회를 두 개나 앞두고 심적 부담감을 느낀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막상 대회가 시작되니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좋게 봐주셔서 금세 압박감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러시아 월드컵에서 손흥민 선수가 보여준 눈물이 화제가 되긴 했지만, 사실 손흥민 하면 웃는 얼굴이죠. 올해 가장 크게 웃었던 순간을 한번 떠올려보겠어요? 소속 클럽과 재계약했을 때, 월드컵 앞두고 팬 분들과 팬미팅 할 때,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목에 걸었을 때가 생각나네요.
독일전에서 첫 월드컵 세리머니라고 할 수 있을만한, 엠블럼 키스 세리머니를 선보였어요. 준비한 건가요? 어떤 의미였어요? 즉흥적으로 나왔어요. 유니폼의 태극마크가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기성용 선수가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그 세리머니 이후 기성용 선수에게 달려가 안기기도 했죠. 기성용 선수가 가진 주장으로서의 장점은 뭔가요?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이끌어내는 부분이 정말 독보적이에요. 필드 위에서나 락커룸에서나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캡틴이 있다는 건 실제로 엄청난 도움이 되거든요.
아시안게임은 주장 손흥민을 살짝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죠. 후배들을 하나의 팀으로 리드하면서 자신보다는 후배들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주장 손흥민’은 어떤 리더십을 펼칠까요? ‘다 같이 잘하자’는 말을 반복해서 했어요. 후배들이 잘 따라와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아시안게임 이후 “손흥민을 좀 쉬게 하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어요. 그리고 파마나 전이 끝난 뒤 손흥민 선수도 처음으로 “진짜 힘들다”고 말했죠. 한 번 쉬어가는 A매치 경기기간에 뭘 할 계획이에요? 체력적으로 좀 지쳤던 건 사실이지만, 저는 축구 경기를 뛰는 게 정말 즐거워요. 많은 대회와 경기를 치를수록 저의 행복한 시간은 더 늘어나는 거죠. A매치에는 나가지 않지만 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경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몸을 만들고 개인 훈련을 할 계획이에요.
손흥민 선수가 ‘집돌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어요. 집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가요? 게이밍 컴퓨터요. 하하. 요즘에는 쉬는 시간에 동료 선수들과 함께 온라인 게임을 해요. 게임을 얼마나 잘하느냐가 로커 룸에서 선수들과 나누는 주요 대화 주제예요.
반대로 원정이든 여행이든 꼭 빼놓지 않고 챙겨 가는 게 있다면요? 제 베개를 항상 가지고 다녀요. 장거리 이동에도 이 베개만 있으면 편하게 쉴 수 있거든요. 아마 익숙해서가 아닌가 싶어요.
독일전 승리의 분위기가 벤투호의 A매치 경기까지 쭉 이어지고 있어요. 단지 분위기만은 아니죠. 많은 사람들이 벤투호의 축구에 재미를 느끼고,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까지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손흥민 선수도 “벤투호가 좋은 길로 가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죠? 벤투 감독님은 볼 소유와 전환을 통해 경기를 지배하는 확고한 ‘공격 축구’ 철학을 가지고 있어요. 선수들에게 원하는 것과 이끌어내려는 게 상당히 정확하고요. 지금 한국 축구 대표팀에는 어리고 영리한 선수가 많잖아요? 테크닉과 개인 기량은 물론, 전술적 이해도나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벤투 감독님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잘되고 더 효율적인 경기를 하죠. 한국 축구의 미래가 밝아요.
나중에 손흥민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2018년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겠죠? 손흥민 선수가 떠올리길 바라는 이미지 혹은 모습이 있어요? 순수하게 축구를 사랑하고 즐겼던 사람?
- 에디터
- 박나나(패션), 신혜지(패션), 정우영(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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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곽기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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