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서울을 찾은 디자이너 톰 브라운. 이번에는 골프 컬렉션이다.
2014년에 서울을 찾은 후 4년 만이다. 서울의 변화가 느껴지나? 사실 막 도착해 변화를 알아챌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한국, 서울에 오면 언제나 활기차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공식 일정 외 서울에서 어떤 계획이 있나? 아쉽게도 일정이 짧다. 하고 싶은 것도, 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지만 아무것도 계획할 수 없었다. 시간이 나면 미술관 리움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골프 컬렉션을 론칭했다. 왜 골프 컬렉션인가? 사실 골프를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컬렉션을 준비할 때 스포츠 경기에서 많은 영감을 얻는다. 어릴적부터 운동선수들이 최고의 롤 모델이었다. 그래서 톰 브라운의 색깔을 스포츠와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그 시작이 미국 프로 농구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나 축구 클럽 FC 바르셀로나 등 스포츠팀과의 협업이고, 스포츠 테마의 캡슐 컬렉션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난해 선보인 테니스 캡슐 컬렉션에 이어 골프 컬렉션도 같은 의미다. 많은 사람이 즐기는 골프에 톰 브라운만의 색깔을 더해 컬렉션을 만들고 싶었다.
골프 컬렉션 론칭 소식을 듣고 정체가 궁금했다. 굉장히 커머셜하고 스포티할 줄 알았는데, 정말 ‘톰 브라운’처럼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나만의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다. 물론 골프에서 영감을 얻지만. 스포츠 웨어로서의 골프 웨어를 생각하지 않고 골프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떠올렸다. 물론 나만의 로맨틱한 이미지다.
이번 골프 컬렉션은 유독 체크 패턴이 두드러진다. 뉴욕보다는 런던의 빈티지 프레피 룩이 떠오른다. 사실 어떤 시기나 장소를 참고하지는 않았다. 클래식한 골프 경기 이미지를 찾아 패브릭 선정이나 테일러링에 참고한 정도다. 아가일과 타탄 체크 등 골프 웨어에서 클래식한 패턴이 많이 사용된 것을 봤다. 스포츠 테마 안에서 테일러링에 대해 고민한 것이 이 컬렉션의 가장 큰 핵심이다. 그것이 바로 나만의 방식이고, 뻔하지 않은 흥미로운 골프 컬렉션이라 생각한다.
파리에서 선보이는 레디 투 웨어와 골프 컬렉션은 시작 단계부터 구분되나?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늘 그렇듯 비슷한 방식으로 접근했다. 정확하게 잘 재단된 옷을 만드는 데서 시작하는 것. 테일러링적 관점은 언제나 같다.
시그니처 컬러인 회색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대신 크림, 핑크, 스카이 블루 등 한결 부드러워졌다. 심경의 변화가 있었나? 그런건 아니다. 단지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던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보여주고 싶었다.
삼색 암밴드처럼 골프 컬렉션에만 있는 디테일이나 특징이 있다면? 타탄과 아가일 체크, 골프 클럽을 그래픽적으로 표현한 인타르시아 니트 등 모든 패브릭을 이번 컬렉션만을 위해 개발했다. 골프 클럽과 공 문양이 있는 포켓 크레스트, 골프 티에서 영감을 얻은 골프 공 모티프의 힐 등이 이번 컬렉션 만의 디테일이다.
테니스 컬렉션, FC 바로셀로나 축구 선수단의 수트 유니폼, 서핑 수트 등 어느덧 톰 브라운 스포츠 아카이브가 생겼다. 앞으로도 계속 스포츠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인가? 사실 그다음이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크다.
언제나 레디 투 웨어 컬렉션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어린 시절 동화에 대한 판타지를 컬렉션으로 표현하는 것인가? 동화라기보다 유년 시절의 경험이나 추억의 영향을 받는다. 하지만 컬렉션의 영감은 어느 것 하나로 꼽기 어렵다.
2019 S/S 남성 컬렉션은 더욱 동화 같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남성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메리칸 프레피 도상학 iconography 정원의 땅속 요정, 어린아이처럼 장난스러운 아이디어를 결합해 상상했다. 전통적인 아메리칸 프레피 룩의 집대성을 나만의 시선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프레피 아이콘을 기반으로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프로포션으로 실험해보고 싶었다.
키다리 아저씨, 화가의 방, 자작나무 숲, 거대한 럭비 선수 등, 어떻게 그런 아이디어가 매번 생기나? 물론 매 시즌 다른 것을 보여주려는 욕심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하지만 영감은 언제나 뜻하지 않게 떠오른다. 거리의 사람들, 영화, 예술, 새로운 소재, 프로포션. 같은 소재라도 그 시기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진다. 아이디어에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더해 나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식이다. 이런 과정이 나에게 가장 중요하다.
최근 빅 사이즈가 떠올랐다. 하지만 톰 브라운은 굉장히 타이트한 시그니처 프로포션을 고집한다. 그것은 타임리스한 것이고, 나만의 것이고, 내가 하는 것이다. 톰 브라운 컬렉션에는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엄청나게 큰 오버사이즈의 톰 브라운 회색 수트를 떠올려봤다. 흥미롭다.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방식과 스타일로 입으면 된다. 내가 만든 프로포션은 내가 입기 좋아하는 방식이기도 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 어울린다. 프로포션, 피트감, 소재와 퀄리티.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이다.
파격적이고 과감해 보이지만 결국 톰의 컬렉션은 테일러링에서 시작된다. 컬렉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판타지와 테일러링인가? 판타지와 테일러링의 완벽한 조합이다.
강아지, 돌고래 등 귀여운 동물 모티프 액세서리가 자주 등장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나? 닥스훈트, 헥터를 키운다. 헥터의 인스타그램(@hectorbrowne) 계정도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것은 맞지만 강아지, 돌고래, 닻 등의 모티프들은 프레피 아이콘에서 시작했다.
밀레니얼 시대, 톰 브라운의 특별한 여성상과 남성상이 있나?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스티브 맥퀸, 존 F. 케네디인가? 그대로이긴 하지만···. 특정 인물보단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더 맞겠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는 우리 주위의 평범한 사람들이 톰 브라운의 뮤즈다.
요즘 스타 마케팅을 빼놓고 패션을 말할 수 없다. 이 시대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스타들이 내 옷을 좋아하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 하지만 스타가 마케팅의 전부가 되는 것은 지루하다.
10대 때는 어떤 소년이었나? 옷에 푹 빠진 패션 학도였나? 사실 전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스포츠에 관심 있는 학생이었다. 형제들과 함께 수영을 비롯해 운동하는 걸 꽤 좋아했다. 패션은 대학 졸업 후 LA에서 연기를 할 무렵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때는 여유가 없어 빈티지 옷을 사 입었다. 그런 수트의 테일러링은 정말 특별했다. LA에서 수트를 입는 사람이 나 말고는 없었다. 빈티지 수트를 지금의 톰 브라운 시그니처 프로포션과 비슷하게 고쳐 입었다.
톰의 평소 스타일은 어떤가? 항상 회색 수트를 입은 모습밖에 보지 못했다. 평소에도 자신의 옷만 입나? 매일 비슷하다. 클래식한 그레이 수트, 화이트 셔츠, 그레이 타이와 타이바, 포켓치프에 블랙 윙팁 스타일이다. 주말에도 그렇게 입는다. 좋아하는 옷은 헤질 때까지 입는다. 뉴욕 사무실에서 팔꿈치와 허리 에 구멍 난 회색 카디건을 입고 다닐 정도다. 직원들은 옷에 구멍이 났다며 핀잔을 주지만 그만큼 좋아하니까 많이 입는 것 아니겠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언제나 한결같다.
경제학을 전공해 배우에서 테일러까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인가? 아직도 잘 모른다. 패션을 선택한 것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10년 뒤 어떤 브랜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전 세계 많은 사람이 톰 브라운의 컬렉션을 보고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 뭔가 다르고 획기적인 패션을 선도하는 브랜드가 되길 바란다. 처음 시작했을 때의 톰 브라운 정신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 에디터
- 방호광, 이지훈
- 포토그래퍼
- 김선혜
- 헤어 & 메이크업
- 장혜인
- 모델
- 봉김, 나재영, 윤ㅂ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