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오면서 어떤 노래를 들었나? 이를테면 브라질에 갈 때는 보사노바나 삼바를 듣게 되고, 프랑스에 갈 때는 새삼스럽게 세르주 갱스부르를 찾게 되기 마련이다. 한국 음악을 듣진 않았다. 90년대 뉴욕 힙합. 좀 피곤했고, 에너지가 필요했다.
온라는 힙합 뮤지션인가? 전자음악 뮤지션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레코드에서 음악을 샘플링해서 MPC로 만드니까. 그 작법 자체가 힙합이라 할 수 있다.
‘Chinoiseries’나 ‘1.0.8’은 힙합처럼 들리지만, ‘Long Distance’나 ‘Deep in the Night’는 80년대 부기에 가까워 보였다. 그건 내가 부기랑 알앤비를 샘플링했기 때문이다. 뿌리는 언제나 힙합이다.
‘Long Distance’나 ‘Deep in the Night’도 전부 샘플링으로 만들었나? 거의 다. 신디사이저를 좀 쓰긴 했지만.
80년대, 90년대 하면 대번 떠오르는 소리들이 있다. 당대의 뮤지션으로서, 2010년대의 음악은 어떻게 표현하고 싶나? 완전히 제각각이다. 제일 잘나가는 뮤지션들을 떠올려봐도 그렇다. 캐시미어 캣, 플라잉 로터스, 타쿠…. 전부 다르다. 어떤 음악도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시대다. 전반적으로는 알앤비, 저지 클럽, 트랩 같은 게 마구 섞인 것 같다.
요즘은 저지 클럽이 유독 뜨겁다. 그렇다면 2010년대를 관통하는 장르는 뭘까? 지금 음악 신은 엄청 빠르게 변하고 있다. 저지가 그 한가운데 있고. 그런데 딱 두 달만 지나도 그건 한물간 음악이 될 수 있다. 4~5년 동안의 음악을 하나로 묶는 건 불가능하다. 몇 년 지나면 트랩 같은 건 아예 없어져버릴 수도 있다.
트랩은 이미 좀 식상하지 않나? 맞다. 난 그런 거 아예 안 한다. 너무 만들기 쉽다. 그걸 만들면 사람들이 춤추면서 좋아하겠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니다.
트랩이 만들기 쉽다고? 드럼 프로그래밍에 무거운 베이스 좀 얹고, 피치 낮춘 목소리를 더하고…. 누구나 할 수 있다. 패턴이 확실하다.
세 번째 ‘Chinoiseries’도 계획하고 있나? 조만간. 이미 베트남에서 판을 많이 사놨다. 방콕, 마닐라, 중국에서도. 아마 세 번째이자 마지막 ‘Chinoiseries’가 될 거다.
방콕에선 타이 훵크, 몰람 같은 걸 샀나? 아니. 어딜 가든 중국 것만 산다.
당신은 2006년에 베트남에 방문했다. 중국 음악은 그때 처음 들었나? 완전히 처음. 거기 중국 식당에선 60, 70년대 중국 음악을 틀어놓는데, 엄청 놀랐다. 사실 태국이나 일본보다 베트남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좀 늦었다. 알고 있겠지만, 난 베트남 혼혈이다. 그래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음악에 대한 영감까지 받을 줄은 몰랐다.
처음 중국 음악을 들었을 땐 어떤 기분이었나? 굉장했다. 파리에 돌아와서 3일 만에 음반의 반을 만들었다.
중국어를 모를 텐데 뭘 보고 음반을 골랐나? 당연히 못 읽는다. 그냥 감으로. 살수록 요령이 생긴다. 75퍼센트쯤 쓸 만했다.
서울에서도 레코드를 살 건가? 아니. 끝내주는 70년대 음악이 많다는 얘긴 들었지만, 모레 떠나야 한다. 여자친구랑 같이 왔는데 하루 종일 판 가게에 있을 순 없다. 혹시 중국 레코드도 좀 있나? 그러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거의 없다. 프랑스에서 힙합의 인기는 어떤가? 엄청 많다. 미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전자음악이 압도적으로 강세일 거라 생각했다. 힙합 신이 훨씬 크다. 내부적으로는. 그렇지만 프랑스 힙합 자체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 않다. 누가 프랑스어로 된 랩을 듣고 싶어 하겠나? 알아듣지도 못하는데. 프랑스엔 아프리카 사람이 많다. 그래서 80년대엔 솔과 훵크가 인기였다. 그런 흐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트디부아르, 파리에서 살았고 일본에서 음반을 낸 적도 있다. 지금 가장 흥미로운 도시는 어딘가? 지금은 호주의 어딘가. 저지 클럽의 인기가 굉장하다. 호주 사람들은 언제나 유행을 이끈다. 절대로 특별한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동유럽도 그렇고. 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도시는 도쿄다. 가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서울도 좀 비슷한 것 같다.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이라든가.
서울이 도쿄보다 시끌벅적하지 않나? 글쎄. 난 요즘 방콕에 살고 있는데, 방콕이랑은 완전히 다르다. 물론 이태원 말곤 아직 다른 데를 가보지 못해서 자세히 말하긴 어렵다.
오늘 공연은 어땠나? 이제껏 아시아에서 했던 공연 중 제일 좋았다. 관객들이 정말 굉장했다.
선곡의 핵심으로 한 곡을 꼽는다면 뭔가? 음… 아마도 ‘The Anthem’. 그건 어딜 가나 튼다. 내 트레이드마크 같은 노래니까.
베이징 올림픽을 기념한 코카콜라 광고에 쓰인 후 유명세를 탔다. 그 노랜 이전부터 유명했다. 코카콜라는 구성만 참조했을 뿐, 그 노랠 거의 재조립했다고 보면 된다. 베트남에서 돌아오자마자 만든 노랜데, 잘될 거란 확신이 있었다.
코카콜라의 제안을 바로 승낙했나? 거절했다는 소문도 있다. 아니다. 난 그때 완전히 파산 직전이었다. 얼마 안 되는 돈이었지만, 덕분에 3개월쯤 집세를 낼 수 있었다.
얼마나 받았나? 1천5백 유로 정도.
코카콜라가 겨우? 하하. 너무했지. 그런데 당시 난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다.
지난달엔 편집숍 콜레트의 컴필레이션 음반에 참여했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 쓰는 곡과 음반에 싣는 곡은 차이가 있나? 아니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들어준다.
수정 요청이 오면 어떻게 하나? 엿 먹으라고 해야지.
곡은 전부 MPC로 쓰나? 전부. 믹싱까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해왔다. MPC가 내 악기다.
MPC로 만든 곡의 소리와 컴퓨터로 만든 곡의 소리가 다르다는 말에 동의하나? 어느 정도는. 하지만 소프트웨어만으로도 MPC보다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듣는 귀다.
일본 투어를 마치고서 낸 음반 ‘Edits’가 꽤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응. 들었다. 한 50유로 하나?
40유로 정도. 만족하나? 상관없다. 난 이미 갖고 있으니까.
서울에 뭘 남기고 갈 생각은 없나?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요즘 너무 정신이 없다. 다음엔 꼭 뭔가 만들어서 올 거다.
방콕으로 돌아갈 땐 뭘 들을 건가? 90년대 알앤비. 요즘 그런 음악을 소재로 믹스테이프를 만들고 있다.
- 에디터
- 유지성
- 포토그래퍼
- 이현석
- 스탭
- 어시스턴트 / 박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