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우리나라의 반려동물은 서울시 인구보다 많다. 사람을 위한 온갖 기계가 발명되는 동안 반려동물을 위한 기발한 펫 테크(Pet-tech) 제품도 여기까지 왔다.
반려동물과 놀아주는 자율주행 로봇
주인이 외출하고 집에 혼자 남겨진 반려동물에겐 로봇 친구가 필요하다. 국내 벤처기업인 바램시스템에서 반려동물의 놀이와 운동을 책임지는 자율주행 로봇, 바램(Varram)을 개발했다. 원리는 로봇청소기와 비슷하다. 공간 내에 있는 장애물을 인식한 다음 알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반려동물의 관심을 끈다. 잘 따라온 반려동물에게 간식을 하나씩 떨궈준다. 충격에 강한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어 반려동물과 격하게 놀다 계단에서 낙하하거나, 강아지에게 물어 뜯겨 망가질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배터리 완충 시 10시간 정도 작동하지만, 그렇게까지 오래 반려동물을 혼자 두진 말자.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주인이 직접 조종하거나 특정 동작으로 움직이도록 알고리즘을 지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려동물 전용 얼굴인식 밥그릇
무키(Mookki)의 ‘A.I. 펫 보울(The A.I. pet bowl)’은 식탐을 부리는 반려동물을 위해 태어났다. 2마리 이상 반려동물을 키울 때 서로의 음식을 훔쳐먹거나, 한 녀석이 음식을 독차지해 골치가 아팠다면 이 제품이 문제를 말끔히 해결해준다. 무키 스마트 펫 보울에 탑재된 인공지능 카메라가 반려동물의 얼굴을 인식한다. 강아지인지, 고양이인지, 보더 콜리인지 포메라니안인지 확인하고 지정된 반려동물이 밥그릇 앞에 왔을 때에만 뚜껑이 열린다. 주인이 각 반려동물이 언제, 얼마나 많이, 얼마나 자주 먹는지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참고로 무키 스마트 펫 보울은 올해 열린 세계 최대 IT 가전 전시회 CES 2019의 스마트 홈 부분에서 ‘올해의 혁신 상’을 수상했다.
고양이용 IoT 스마트 화장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귀찮은 일은 밥을 주는 일과 화장실을 처리하는 일이다. 인간은 첨단기술의 힘을 빌려 가장 귀찮은 일부터 기계에 일임한다. 골골송작곡가라는 회사의 라비봇(LavvieBot)은 IoT기술 기반의 고양이 전용 배설물 자동 처리기기다. 고양이가 라비봇 안에서 배설을 하면 자동으로 배설물을 치워주고 모래를 보충한다. 또 고양이의 몸무게와 배변 횟수를 점검해 고양이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비뇨기 질환을 미리 관리할 수도 있다.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더라도 체중에 따라 특정 고양이를 식별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부피가 좀 큰 게 단점이지만 집 안에 반려동물 배설물 냄새가 줄고, 2~3주 한 번 배설물이 모인 통을 비우면 끝이라 고양이 집사들의 노동이 반으로 줄 예정이다.
소음 청정지역, 노이즈 캔슬링 개집
개는 사람보다 더 넓은 음역의 소리를 듣기 때문에 소음에 민감하다. 특히 영국에선 새해 카운트다운과 함께 벌어지는 불꽃놀이의 굉음 때문에 반려견들이 단체로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적도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는 이점에 착안해 소음이 차단되는 개집, 콰이어트 켄넬(The Quiet Kennel)을 만들었다. 이는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과 마찬가지 원리로, 외부의 마이크가 소음을 파악해서 내부 오디오에서 이를 상쇄하는 주파수를 방출하면 소음이 줄어든다. 게다가 반려견의 움직임을 감지해 문도 자동으로 여닫힌다. 다만 시범용으로 만든 프로토타입이라 정식 출시가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반려동물 전용 스마트 워치
‘대륙의 실수’ 샤오미에서 반려동물 전용 스마트 워치를 출시했다. 산책 중에 강아지가 다람쥐를 따라 뛰어가 버렸거나 열린 문틈으로 도망간 경험이 있다면 반려동물 위치 추적기 출시 소식이 찬송가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샤오미의 동물용 미밴드, 펫빗(Petbit)은 GPS와 IoT 기능이 부착된 개 목걸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반려동물의 위치를 찾을 수 있으며, 만약 개를 잃어버린 경우 누구나 기기의 QR코드를 스캔해 소유자의 연락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착용하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처럼 소모된 열량, 도보 시간, 이동 거리 등을 데이터를 저장, 관리하는 기능도 갖고 있다. 26g으로 가벼운 무게와 30일간 지속가능한 배터리 용량도 장점이다. 장마철 산책도 문제없다.
고양이를 위한 러닝머신
고양이 확대범의 고민을 해결해 줄 기구가 여기 있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인 펫딩(Petding)에서 만든 리틀캣(The Little Cat)은 고양이 전용 러닝머신이다. 거대한 햄스터 쳇바퀴처럼 생긴 리틀캣은 고양이가 스스로 바퀴를 돌리면서 운동하도록 고안됐다. 이 기계는 다이어트 사료와 산책을 거부한 뚱뚱한 고양이에겐 개인 트레이너와 다름없다. 리틀캣의 휠 가운데는 LED 램프가 있는데, 빛에 반응하는 고양이가 이 LED 램프에 반응해 자연스럽게 리틀캣 위에 올라타 운동 겸 놀이를 하게 되는 원리다. 주인이 회사에서 일하면서도 미리 녹음된 사운드로 고양이를 부를 수 있고 전용 앱을 통해 고양이의 운동 상태를 확인한 뒤 운동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또 IoT 기반의 기술이 스마트폰과 연동되어 고양이의 체중, 체지방, 운동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우리집 고양이에게 맞춤형 운동 습관을 제안한다. CES2019에서 처음 선보인 리틀캣은 올 3월 출시 예정이다.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