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닮은 두 곳. 필름카메라로 찍은 여기와 거기. 로마 팡테온과 모스크바 푸쉬킨스카야역.
“로마에 산다는 건 계절마다 팡테온에 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내가 로마에 살았더라면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모스크바에 산다는 건 아침저녁 출퇴근길마다 20세기를 통과하는 일입니다.” 내가 모스크바에 살았더라면 분명 그렇게 여겼을 것이다.
로마는 걷잡을 수 없다. 보이는 모든 게 맹렬히 서로를 침범하려는, 젊음이 무상하고 늙음이 무색한, 문명과 폐허가 내내 같은 기운을 뿜는다. 팡테온은 로마의 유일한 침묵, 하늘로 파들어간 우물이다. 누구든 그 아래에선 멈추어선다. 그리고 전에 없던 생각 하나쯤 길어올리고야 만다.
모스크바. 전쟁이 끝난 도시, 이즘을 끊어낸 도시, 그리고 아무도 웃지 않는 도시. 격동의 20세기를 거치며 ‘방공호’ 개념으로 건설된 지하철역들은 그 자체로 어마어마한 에너지를 분출한다. 에스컬레이터의 경사, 30초가 멀다하고 잇달아 달겨드는 열차, 그 열차가 내는 굉음. 그런데 샹들리에가 있다. 그건 조금 어둡고 조금씩 흔들린다. 낭만적일 수는 없다. 제아무리 대리석으로 도배를 해놓았어도 그곳을 걷는 동안 휘파람이 불어지진 않는다. 과연 폭력적인 아름다움이라 느낀다.
- 에디터
- 장우철
- 포토그래퍼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