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도 러닝을 즐긴다면 올해 휴가엔 마라톤과 여행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이색 투어를 계획해본다. 이 투어에는 ‘음주’가 덤이라 여행 기분까지 한껏 낼 수 있다.
비어 러버스 마라톤
장소 – 벨기에 리에주
날짜 – 6월 9일
예약 – www.beerlovermarathon.be
1500개의 맥주 브랜드가 있는 나라, 벨기에에선 맥덕을 위한 마라톤이 열린다. ‘비어 러버스 마라톤’은 2014년부터 벨기에 동부 리에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마라톤 드 메독’과 비슷한데, 알콜 음료를 마시며 신나게 달리는 것, 와인과 함께 현지 특산물이 곁들여 지는 것, 특정 테마에 맞춰 코스튬을 입고 달리도록 권하는 것, 중간중간 라이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는 점에서 주종만 바꾼 채 흡사한 포맷으로 진행된다. 어쨋거나 벨기에를 대표하는 16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시며 42.195km 풀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다면 비어 러버스 마라톤만한 대회가 없다. 리에주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전세내고 달리며, 맥주맛에 까다로운 벨기에인들이 사랑하는 맥주 라 쇼페(La chouffe), 라 꼬르네(La corne)와 유명한 수도원 맥주인 쉬메이(Chimay) 등을 맘껏 마실 수 있다. 올해의 테마는 ‘히어로’니 마블이나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로 변신해 볼 것. 맥주 마라톤을 즐긴 뒤, 가까운 온천 도시 ‘스파(스파라는 단어가 유래한 곳이다)’까지 들르면 완벽한 벨기에 여행이 된다.
란자로테 와인 런
장소 – 스페인 란자로테
날짜 – 6월 15일
예약 – www.lanzarotewinerun.com
란자로테는 모로코 옆에 떠 있는 스페인령 라스팔마스 군도 중 하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을 보면 란자로테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확인할 수 있다. 붉은 산, 검은 화산재 해변, 활화산과 초록색 호수. 놀라운 사실은 검은 모래 위 고온 다습한 바람을 맞으며 포도나무가 자라고 화학 비료나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만든 내추럴 와인이 생산된다는 것.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주를 이루는데, 맛이 가볍고 우아하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정해진 와인생산지역 라 게리아(La Geria)를 맘껏 활보하려면 ‘란자로테 와인 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하프 마라톤, 12km 단거리 경주와 달리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12km 걷기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가볍게 달린 다음 라 게리아 근처 와이너리나 펍에 들어가 타파스와 란자로테 와인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 천국이 따로 없다.
마라톤 드 메독
장소 – 프랑스 포이약
날짜 – 9월 7일
예약 : www.marathondumedoc.com
마라톤 드 메독은 현존하는 모든 알콜 마라톤의 어머니이며, 1984년부터 매년 포도 수확이 시작되는 9월에 개최된다. 50여개의 이름난 보르도의 샤토 포도밭과 지롱드강을 마라톤으로 지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마라톤 코스 중간중간 설치된 급수대에서 물 대신 와인을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코스에 포함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공수받는데 그랑 크뤼와 크뤼 부르주아도 포함된다. 제한 시간이 6시간 30분이니 작정하고 눌러앉아 와인을 마시기로 한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끝까지 달려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골인지점에 가까워 질수록 굴, 스테이크, 치즈, 카눌레 등 더 특별한 와인 마리아주를 맛 볼 수 있는 안주가 나오기 때문이다. 술을 먹고도 뛸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는 의료 증명서를 제출해야 참가신청이 가능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아직까지 마라톤 드 메독 역사상 술을 마시고 달리다 사망한 기록은 없다.
더 드라마톤
장소 –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날짜 – 10월 19일
예약 – www.thedramathon.com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스페이사이드(Speyside)에서 위스키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라톤이 열린다. 42.195km 풀 마라톤과 하프 마라톤, 10km 단거리, 4명이 팀을 이루어 달리는 릴레이 마라톤 등 4가지 종목이 있다. 세계 최초 위스키 마라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출발지는 위스키 증류소다. 풀 마라톤은 글렌파클라스 증류소에서, 하프 마라톤은 탐듀 증류소에서, 10km 단거리는 아벨라워 증류소에서 출발해 글렌피딕에서 끝난다. 마라토너는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숲과 언덕을 지나 노칸두, 달무나흐, 발베니 등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유명 위스키 증류소를 따라 달린다. 위스키는 와인이나 맥주처럼 달리면서 마실 수 없지만,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면 자신이 지나온 증류소의 위스키 미니어처를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달리는 거리가 길어길수록 더 많은 위스키를 모을 수 있는 셈이다. 또 피니쉬 라인을 넘은 참가자 전원에게 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 조각으로 만든 메달을 수여한다. 스코틀랜드 감성이 듬뿍 담긴 백파이프 음악은 덤이다.
- 에디터
-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