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애주가들을 위한 마라톤 여행

2019.03.04GQ

평소에도 러닝을 즐긴다면 올해 휴가엔 마라톤과 여행을 한번에 즐길 수 있는 이색 투어를 계획해본다. 이 투어에는 ‘음주’가 덤이라 여행 기분까지 한껏 낼 수 있다.

비어 러버스 마라톤
장소 – 벨기에 리에주
날짜 – 6월 9일
예약 – www.beerlovermarathon.be
1500개의 맥주 브랜드가 있는 나라, 벨기에에선 맥덕을 위한 마라톤이 열린다. ‘비어 러버스 마라톤’은 2014년부터 벨기에 동부 리에주에서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마라톤 드 메독’과 비슷한데, 알콜 음료를 마시며 신나게 달리는 것, 와인과 함께 현지 특산물이 곁들여 지는 것, 특정 테마에 맞춰 코스튬을 입고 달리도록 권하는 것, 중간중간 라이브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며 흥을 돋운다는 점에서 주종만 바꾼 채 흡사한 포맷으로 진행된다. 어쨋거나 벨기에를 대표하는 16가지 종류의 맥주를 마시며 42.195km 풀 마라톤에 도전하고 싶다면 비어 러버스 마라톤만한 대회가 없다. 리에주의 가장 아름다운 장소를 전세내고 달리며, 맥주맛에 까다로운 벨기에인들이 사랑하는 맥주 라 쇼페(La chouffe), 라 꼬르네(La corne)와 유명한 수도원 맥주인 쉬메이(Chimay) 등을 맘껏 마실 수 있다. 올해의 테마는 ‘히어로’니 마블이나 DC코믹스의 슈퍼히어로로 변신해 볼 것. 맥주 마라톤을 즐긴 뒤, 가까운 온천 도시 ‘스파(스파라는 단어가 유래한 곳이다)’까지 들르면 완벽한 벨기에 여행이 된다.

란자로테 와인 런
장소 – 스페인 란자로테
날짜 – 6월 15일
예약 – www.lanzarotewinerun.com
란자로테는 모로코 옆에 떠 있는 스페인령 라스팔마스 군도 중 하나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을 보면 란자로테가 얼마나 매력적인 곳인지 확인할 수 있다. 붉은 산, 검은 화산재 해변, 활화산과 초록색 호수. 놀라운 사실은 검은 모래 위 고온 다습한 바람을 맞으며 포도나무가 자라고 화학 비료나 화학물을 사용하지 않고 옛날 방식대로 만든 내추럴 와인이 생산된다는 것. 레드 와인보다는 화이트 와인이 주를 이루는데, 맛이 가볍고 우아하다. 자연보호구역으로 정해진 와인생산지역 라 게리아(La Geria)를 맘껏 활보하려면 ‘란자로테 와인 런’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하프 마라톤, 12km 단거리 경주와 달리기를 두려워하는 사람을 위한 12km 걷기 코스가 준비되어 있다. 가볍게 달린 다음 라 게리아 근처 와이너리나 펍에 들어가 타파스와 란자로테 와인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면 천국이 따로 없다.

PAUILLAC, FRANCE - SEPTEMBER 06: Runners enjoy wine at a chateau during a food and wine break in the Marathon du Medoc race on September 6, 2008 near Pauillac, France. The marathon runs through the famous Medoc wine region prior to the annual harvest. (Photo by Denis Doyle/Getty Images)

PAUILLAC, FRANCE - SEPTEMBER 06: Runners in costume move through the Medoc wine region during the Marathon Du Medoc race on September 6, 2008 near Pauillac, France. The marathon runs through the famous Medoc wine region prior to the annual harvest. (Photo by Denis Doyle/Getty Images)

PAUILLAC, FRANCE - SEPTEMBER 06: Runners move through the Medoc wine region during the Marathon du Medoc race on September 6, 2008 near Pauillac, France. The marathon runs through the famous Medoc wine region prior to the annual harvest. (Photo by Denis Doyle/Getty Images)

마라톤 드 메독
장소 – 프랑스 포이약
날짜 – 9월 7일
예약 : www.marathondumedoc.com
마라톤 드 메독은 현존하는 모든 알콜 마라톤의 어머니이며, 1984년부터 매년 포도 수확이 시작되는 9월에 개최된다. 50여개의 이름난 보르도의 샤토 포도밭과 지롱드강을 마라톤으로 지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마라톤 코스 중간중간 설치된 급수대에서 물 대신 와인을 맘껏 마실 수 있다는 것은 꿈같은 일이다. 코스에 포함된 와이너리에서 와인을 공수받는데 그랑 크뤼와 크뤼 부르주아도 포함된다. 제한 시간이 6시간 30분이니 작정하고 눌러앉아 와인을 마시기로 한 사람들도 종종 있지만 끝까지 달려야 할 이유는 따로 있다. 골인지점에 가까워 질수록 굴, 스테이크, 치즈, 카눌레 등 더 특별한 와인 마리아주를 맛 볼 수 있는 안주가 나오기 때문이다. 술을 먹고도 뛸 수 있을만큼 건강하다는 의료 증명서를 제출해야 참가신청이 가능하지만 걱정하지 말자. 아직까지 마라톤 드 메독 역사상 술을 마시고 달리다 사망한 기록은 없다.

더 드라마톤
장소 – 스코틀랜드 스페이사이드
날짜 – 10월 19일
예약 – www.thedramathon.com
스코틀랜드 북동쪽에 위치한 스페이사이드(Speyside)에서 위스키와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마라톤이 열린다. 42.195km 풀 마라톤과 하프 마라톤, 10km 단거리, 4명이 팀을 이루어 달리는 릴레이 마라톤 등 4가지 종목이 있다. 세계 최초 위스키 마라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출발지는 위스키 증류소다. 풀 마라톤은 글렌파클라스 증류소에서, 하프 마라톤은 탐듀 증류소에서, 10km 단거리는 아벨라워 증류소에서 출발해 글렌피딕에서 끝난다. 마라토너는 스코틀랜드의 아름다운 숲과 언덕을 지나 노칸두, 달무나흐, 발베니 등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유명 위스키 증류소를 따라 달린다. 위스키는 와인이나 맥주처럼 달리면서 마실 수 없지만,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면 자신이 지나온 증류소의 위스키 미니어처를 기념품으로 제공한다. 달리는 거리가 길어길수록 더 많은 위스키를 모을 수 있는 셈이다. 또 피니쉬 라인을 넘은 참가자 전원에게 위스키를 담았던 오크통 조각으로 만든 메달을 수여한다. 스코틀랜드 감성이 듬뿍 담긴 백파이프 음악은 덤이다.

    에디터
    글 / 김윤정(프리랜서 에디터)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