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서 농구를 배운 김철은 공을 잡은 지 25년 만에 프로가 됐다.
공이 조금 작네요? 3×3 전용 농구공은 일반 농구공보다 작아요. 손으로 쉽게 잡을 수 있는 크기로 만들어 빠른 패스를 유도하는 거죠. 골도 더 잘 들어가고요.
1월에 3×3 농구 ‘트라이 아웃’에 참가했죠? 78명의 참가자 중에는 얼굴을 알리거나 자신의 실력을 검증해보려고 온 사람도 있을 거예요. 진짜 프로가 되고 싶어서 참가한 건가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프로가 되는 유일한 기회여서 오랜 시간 준비했고요.
결과가 나왔어요? 살면서 이렇게 노심초사했던 적이 없어요. 한 달 동안 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로 어제 한 구단에서 입단 제의가 들어왔어요. 아직 계약서를 쓴 건 아니지만 고민할 이유가 없죠.
프로가 되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해야 하지 않나요? 3×3 프로 리그는 주말에만 경기가 열려요. 평일에 초등학교엔 방과 후 농구 수업을 하고 있지만 주말엔 자유니까 활동을 겸할 수 있죠. 규정상 허용되기도 하고요.
지금 3×3 농구 리그에서 뛰는 선수 대부분이 KBL 출신이에요. 비선수 출신은 찾아보기 힘들죠. 엘리트 체육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기가 쉽지 않았어요. 거의 다 프로 농구 팀이나 대학 농구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들이니까요. 한 발 더 뛰고, 더 힘껏 점프하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아주 옛날부터 대회가 열린다고 하면 팀을 구성해 빠지지 않고 나갔어요. 3×3 프로 리그가 열릴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그동안 저도 모르게 농구 선수를 직업으로 삼을 준비를 한 것 같아요. 작년에 ‘ISE 볼러스’에서 대체 선수로 뛴 것도 이력이 됐을 거고요. 프로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당 수당을 받는 조건으로 참가했거든요. 리그가 출범한 첫 해였는데, 운 좋게 우승까지 해서 주목받았죠. 3×3 농구 연맹과 지금까지 함께 뛰었던 동료들의 도움이 컸어요.
농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고요? ‘반코트’라고 하죠? 야외 코트에서 농구를 하면서 동네 형들한테 배우기 시작했어요. 중학교 땐 선수가 되려고 농구부에 들어갔는데, 아버지한테 들켜서 4일 만에 끌려 나왔죠. 핸드볼을 하셔서, 엘리트 체육을 절대 못 하게 했거든요. 힘든 걸 아니까요. 그런데 미련을 못 버리고 대학 때 다시 농구부에 들어갔어요. 그때 전북대가 대학 2부 리그에 속해 있었는데, 군대 갔다 오니까 팀이 해체됐더라고요. 지금은 하루에도 몇 시간씩 유튜브 강습을 보거나 제일 좋아하는 선수인 드웨인 웨이드의 경기를 보면서 자세를 따라 해요.
올해 서른일곱 살이 됐어요. 종목 특성상 프로로 데뷔하기에 젊은 나이는 아니죠. 체력적인 부담은 없나요? 이제 시작하는 단계여서 그런가? 나이에 대한 걱정은 별로 해본 적이 없어요. 갓 어른이 돼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스무살 때의 마음이 다시 들더라고요. 3×3 농구는 일반 농구 코트의 반만 사용해요. 활동 범위가 넓지 않아 지구력보단 순간적으로 온 힘을 끌어내야 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아직 힘에 부치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KBL 리그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했나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요. 비선수 출신이면 사실상 문을 두드리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그리고 일반인의 도전이 허용된다고 해도 오랫동안 3×3 농구만 했기 때문에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5×5 농구의 대안으로 3×3 농구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3×3 농구를 5×5 농구의 아류로 보는 사람들도 있어요. 길거리에서 하는 ‘간이 농구’라고 여기는 거죠. 5×5 농구에서 파생된 종목은 맞지만 성격은 많이 달라요. 경기 시간이 10분이에요. 1점, 2점 슛이 있는데 21점을 먼저 내면 경기가 끝나죠. 몸싸움이 5×5 농구보다 격렬하고, 진행 속도도 훨씬 빨라요. 슈팅 가드, 파워 포워드, 센터 같은 포지션 구분도 없어요. 골을 넣기 위해 3명 모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달려들어요. 좀 더 ‘거친 맛’이 있죠. 경기를 직접 관람해보면 5×5 농구와 전혀 다를 거예요.
3×3 농구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2020년 도쿄 올림픽부터 열리죠. 세계적으로 저변이 점점 넓어지면서 크고 작은 국제 대회가 많아지고 있어요.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은 욕심은 없나요? 당장은 올해만 생각하고 싶어요. 팀 전력에 보탬이 되는 게 중요해요. 우승해야죠. 기회가 온다면 물론 도전하겠지만, 방금 큰 벽을 넘어서 아직 얼떨떨하거든요.
- 에디터
- 이재현
- 포토그래퍼
- 표기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