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크고 작은 도시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게 대형 문구점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두 곳의 이름은 이토야와 마루젠&준쿠도. 이토야는 긴자의 한 골목에서 백년 넘게 문구만 팔아온 유서 깊은 대형 문구점이고, 마루젠&준쿠도는 교보문고와 같은 일종의 대형 서점으로 책과 문구를 함께 취급한다. 모두 일본 전역에 체인을 두고 있다. 여행 중 남은 잔돈을 소진할 겸, 지인의 선물도 고를 겸, 대형 문구점엔 보통 여행 마지막 길에 들른다. 각종 만년필부터 세로 줄이 그어진 노트, 리락쿠마나 헬로키티가 그려진 온갖 펜시용품까지, 몇 백 평짜리 건물에 온갖 ‘일제’가 그득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일본 전통 공예사의 지류 제품들이다. 명촌대성당의 포장지며, 편지지, 엽서 등을 단돈 몇백 엔에 구할 수 있다. 빨간 테두리가 칠해진 화선지 엽서는 마루젠&준쿠도에서, 2.0밀리미터 두께의 심이 들어가는 샤프펜슬은 이토야에서 골랐다. 모두 선물할 심산으로 고른 것들이지만 어쩐지 책상 위에 두고, 보고 있다.
- 에디터
- 장승호
- 포토그래퍼
- 정우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