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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의 기술

2019.05.03GQ

누군가의 마음을 거절해야하는 것만큼 불편하고 어색한 순간이 또 있을까? 상대를 무안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명확히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몇 가지 기술을 알아둔다.

최대한 솔직할 것
당장 곤란한 순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급조해내는 건 정말 최악이다. 이를테면 본인이 멀리 유학을 떠날 예정이라던지, 이미 사귀고 있는 사람이 있다던지 하는 식의 거짓말은 인스타그램 몇 번만 털어보면 금방 들통이 나게 돼있다.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좁다는 걸 명심하고, 솔직하게 거절에 임한다.

‘너’라서가 아니라는 걸 전달할 것
어떤 식으로든 거절은 상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상처 부위를 최소화 하고 싶다면 다음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나는 지금 연애할 마음이 없다”는 메시지 전달법이다. “왜 나는 안돼? 내가 이렇게 하면 네 마음이 달라지지 않을까?”라고 좀 더 깊숙이 찌르는 상대에게 ‘네가 아니라 그 누구와도 지금은 연애 할 마음이 없다’고 답하는 것. 물론 이래 놓고 한달 뒤 ‘럽스타그램’을 올릴 수도 있지만 뭐,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거니까.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전달할 것
위의 대답으로도 미련을 가진다면, 그 다음으로는 몸 쪽 꽉찬 직구가 필요하다. “실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메시지 전달법이 그것. 너무 안타깝게도 나 역시 호감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람이 있어, 당신의 고백은 거절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명확히 전달한다. 동병상련을 느끼며 쉽게 납득을 할 수 있을지도.

지나치게 미안해하지 말 것
사실 미안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엄청 미안할 일도 아니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것이 그의 자유이듯, 그 마음을 거절하는 것도 나의 의지이기 때문. “같이 밥 먹을래?” “아니, 나 밥 생각 없어” 정도의 느낌으로 덤덤하게 말하는 연습을 해보자.

웃음으로 얼버무리지 말 것
괜히 어색하고 또 미안하니까 웃으면서 얼버무리고 싶은 마음은 누구라도 있다. 하지만 한바탕 웃음으로 모른척 하기엔 사안이 너무 위중하다. 잠시 AI 스피커가 되었다 생각하고, 웃음기 없이 건조하게, “나는 너를 친구(혹은 동료)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지내자” 라는 말을 또박또박 전달해야 한다.

자존심을 지켜줄 것
같은 거절이라도, ‘이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자. 상대가 오답이 아니라는 걸 강조한다면 그의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지켜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너는 분명 좋은 사람이지만 내가 찾고 있는 이상형은 아니다’라는 다소 뻔한 말을 할 필요가 있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 것
우리는 고백을 거절한 거지, 악당을 퇴치한 것이 아니다. 만약 회사나, 학교, 동호회 등 같은 바운더리 안에 속한 사람의 고백이라면 거절 이후 더더욱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또 괜히 미안하답시고 잘 대해주려다가 상대를 헷갈리게 할 수 있으니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수다. 너무 투명 인간 취급을 하지도, 그렇다고 전처럼 너무 가깝게 지내지도 않는다.

    에디터
    글/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