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술집, 밥집, 혹은 아지트

2014.11.21손기은

 

한남동 좁은 골목에 문을 연 ‘바라붐’은 설명하기가 애매한 공간이다. 크고 두꺼운 간유리 때문에 속이 들여다보이지 않고, 반 계단을 올라가야 간판이 보인다. 의문을 품은 채로 목욕탕 입구 같은 문을 밀고 들어서도 마찬가지. 와인을 파는 곳인지, 태국 음식점인지, 알쏭달쏭하다. “뭐 하는 곳인지 모르도록 하는 게 콘셉트랄까요? 다른 곳에서 술을 마시다가 배가 고플 때 찾을 법한 곳이라고 해두죠. 고량주, 보드카, 싱글 몰트위스키, 다 있어요.” 공연기획사를 함께 운영하는 손용준 대표의 말이다. 설명은 무뚝뚝하지만, 확실한 몇 가지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마카로니 마켓에서 요리하던 이수환 셰프가 주방을 맡고 있고, 전국을 돌며 바이크를 타는 대표와 대표의 지인들은 제철 식재료를 쉴 새 없이 공수한다. 거대한 빈티지 알텍 스피커가 가게의 모서리를 책임지고 있고, 식탁의 자리는 2인용보단 6인용을 넘어서는 게 훨씬 많다. 결국 제대로 된 음식을 먹으면서 여럿이 북적이며 술 마시고 싶을 때 바라붐이 생각나도록 정교하게 만든 공간인 셈이다. 그러니 이제 생각은 그만, 일단 들어섰다면 그저 편하게 먹고 마시면 된다. 곱창 맛이 감도는 버섯 요리 ‘곱쉬룸’은 1만3천5백원, 가리비 관자와 크림 렌틸콩 요리는 2만9백원. 

BARABOOM

02-749-6868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이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