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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연애 매뉴얼

2019.05.16GQ

모두가 다 말리는 험한 길을 굳이 가겠다고 한다면, 최소한 아래 문항들 만큼은 지켜보자. 이래도 사내연애를 하겠다고?

아무도 믿지 말 것
사내연애의 생명은 비밀유지다. 이건 연예인들이 비공개 연애를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내 인생에 상관없는 옆 옆 팀 과장에게까지 굳이 사생활을 알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유튜브로 스트리밍할 게 아니라면 아무도 믿어선 안된다. 당신은 친한 동료 딱 한 명에게만 털어놨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전직원들의 축하를 받게 될 것이다.

사생활은 두루 뭉술하게
회사 사람들과 대화 중에 ‘지금 만나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면 최대한 두루 뭉술하게 대답해야 한다. 분명 누구를 만나는 거 같긴 한데 ‘없다’고 딱 잘라 말하면 너무 티가 난다. ‘서로 알아가는 과정’ 정도로 연예인스러운 답변을 하거나, ‘데이트 몇 번 했는데 아직 잘 모르겠다’ 정도로 애매하게 답을 해보자.

카톡 관리는 철저하게
꼭 티 나는 커플 프사를 해놓는 사람들이 있다. 벚꽃 놀이 가서 꽃을 배경으로 서로를 번갈아가며 찍어준다든가, 누가 봐도 데이트 하는 게 뻔한 인스타 감성 카페에서 웃고 있는 사진 같은 것 말이다. 되도록 배경 없이 본인 얼굴로 꽉 채운 사진이나 외국 잡지 화보 컷 같은 것으로 대체하자. 또한 점심 시간에 무방비로 하트 뿅뿅 카톡을 주고받는 일은 자제하도록 한다. 옆에 앉은 대리가 힐끔 볼 확률 99%니까.

식성에 대해 아는 척 말 것
혹시나 다같이 회식을 하게 된다면 서로의 식성에 대해 철저히 무관심해야 한다. ‘매운 것을 잘 못 먹는다’거나, ‘새우를 좋아한다’ 따위의 자잘한 식성에 대해 아는 척을 하는 순간 모두의 의심을 살 수 있다. 부장님이 추천한 마라탕 집에 다 같이 앉아있게 되더라도 절대 ‘매운 것을 못 먹는 연인’을 안쓰럽게 바라보지 말라. 혀가 아려 고생하는 그사람의 모습에 가슴이 찢어져도 그 순간만큼은 참아야 한다.

아플 때 멀리할 것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는 몸살이나 감기 등으로 고생하는 연인을 철저히 모른 척 해야한다. 친절한 과장님이 “오늘은 빨리 조퇴하고 병원에 가봐” 할 때까지 절대 먼저 말을 꺼내는 일이 없어야 한다. 아픈 연인을 정성껏 챙겨주는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 날이 바로 사내 커플 공개하는 날임을 명심한다.

휴가를 맞추지 말 것
뜬금 없는 날짜에 두 사람이 동시에 휴가를 낸다? 이거 뭐 사귀는 거 봐달라고 시위하는 건가? 절대 안된다. 만약 둘이 휴가를 떠나고 싶다면 남들 다 가는 징검다리 연휴나 황금 연휴 등을 노려보자. 그것도 비슷한 시기에 휴가계를 제출하면 안되고 각자 텀을 둬야한다. 비밀 작전처럼.

럽스타그램을 하려면 비공개 계정으로
이미 회사 사람들 일부와 인스타 친구를 맺었다면 이제부터는 아이돌 수준으로 인스타그램을 관리해야한다. 굳이 두 사람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지 않더라도 같은 장소를 태그하는 등 방심하는 순간 티가 확 난다. 사내 커플은 가급적 SNS를 안 하는 것이 제일 좋다. 정 우리 사랑을 추억하고 싶다면 세컨드 계정을 만들어서 비공개로 해보자. 거기서는 실컷 서로에게 댓글 달고 난리쳐도 된다.

눈 마주치지 말 것
아무도 우리의 눈빛 교환을 못 볼 것 같지만 천만에. 360도 시야를 가진 동료들이 얼마나 많은데. 무방비 상태에서 커플끼리 눈을 마주치면서 웃거나 괜히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거나 하면 바로 들킨다. “어? 둘이 뭐야?” 이런 소리 듣기 싫으면 눈도 마주치지 말 것.

평일 저녁 회사 근처에서 손잡지 말 것
퇴근했다고 다가 아니다. 꼭 회사 근처에서 저녁 먹고 손 잡고 돌아다니다 들키는 커플들이 있는데, 그거 하나 못 참으면 사내 연애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주말 인스타 핫플에 주의할 것
평일 퇴근 이후 회사 근처도 문제지만 주말에 성수동 블루보틀이나 데이비드 호크니 전 같은 인스타 핫플레이스 순례시 더욱 주의해야한다. 내 눈에 회사 사람이 안 보여도 회사 사람 눈엔 내가 보인다.

    에디터
    글/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