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그녀의 웃음소리뿐 Part. 1

2010.03.26장우철

하늘은 맑아있고 햇살은 따스한데, 최강희는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고 말한다. 어쩐지 ‘여배우’ 로부터 멀고 ‘일촌’ 으로부터 가까워 보이는 그녀에게, 4차원이니 5차원이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프린트 실크 톱과 쇼츠는 프라다, 다이아몬드 팔찌와 반지는 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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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 달린 플리츠 드레스는 3.1 필립 림, 해골 펜던트 목걸이는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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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올핸 봄을 기다리지 않았다. 작년부터 약간 사람 기분이 아니다. 세상 위에 살짝 떠 있거나 혹은 가라앉은 느낌. 더위, 추위가 실감나지 않고 뭘 고민하는지도 모르겠다.

작년엔 영화도 제법 성공했고, 책도 냈다. 어떤 인기라는 게 영향을 준 걸까? 그럴 지도 모른다. 잠수를 타야겠다, 쉬어야겠다, 여행을 가야겠다, 그런 생각 자체를 안 했다. 항상 봄을 기다렸는데 이번엔 빌딩과 빌딩 사이 햇빛에 갑자기 방치된 것처럼 당황스럽다. 연애를 해야 되는 건가, 아니면 뭐….

연애가 많은 것의 비상구이긴 하다. 그냥 있어 보려고 한다.

당신에게 내일이며 한 달 뒤며 그런 건. 아예 없다. 오늘만 산다.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당신을 알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 거 되게 좋아한다. 어떤 사람이 뭔가 나에 대해 좀 알 것 같다고 말하는 것. 그게 정확히 나는 아닐 거다. 닮았을 순 있어도. 그럴 때면 난 그 사람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고 싶다. 나쁘든, 괴짜든, 여성스럽든, 톰보이 같든 그 사람이고 싶다.

그것도 일종의 박애일까? 당신에게 성숙하다는 의미는 뭔가? 나이가 드는 건 겁이 느는 과정 같고, 성숙하다는 건 그 겁으로 인해서 뭔가를 새롭게 알아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성숙한가? 겁을 먹고 있는 중이지만, 곧 알 거라고 믿는 중?

사람들은 잘 모르는 당신의 섹시함이 있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배경이 있겠지만 당신을 두고 4차원이니 뭐니 말하기도 한다. 절대 기분 나쁜 말은 아닌 거 같다. 나한테 그 말을 하면서 나쁜 표정을 짓는 경우는 거의 못 봤다.

아까 침대에서 촬영한 사진을 놓고 ‘4차원 최강희, 5차원 포즈’ 이런 말 나올지도 모른다. 하하. 좋다. 이제 한 차원 더 나가는군.

어쩐지 ‘여배우’ 라는 말로부터는 멀고, ‘일촌’ 에는 가까워 보인다. 여배우라는 타이틀은 어떤가? 좋게 다가오진 않는다. 빛나지만 슬픔이 있다. 배우와 여배우는 다른 느낌이다.

〈여배우들〉 같은 영화에 당신이 들어갈 곳은 없어 보인다. 보면서 많이 공감했는데도, 막상 또 내가 여배우인가? 생각하면 좀 그렇다.

그게 매력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스스로 최강희라는 배우의 한계를 생각하기도 하나? 그렇다. 하지만 한계를 안 보여주고 싶다. 안 보여줄 거, 라고 장담은 못하겠네. 안 보여주고 싶다.

어떤 작품을 고르나? 예전엔 하고 싶은 거 했다. 요새는 사람들한테 필요한 게 뭔지 많이 생각하게 된다. 공감을 주고 싶다. 선택의 마지막은 여전히 나 자신이지만.

책임감인가? 영향력을 갖는 사람으로서의? 사람들 세상에서 먹고 살고 있다. 사랑 받고, 동정도 받고, 헤아려 주고, 물론 욕도 먹고. 그런 세상을 최대한 잘 보여주고 싶다. 그게 내가 돈 받고 해야 하는 일이다. 최상의 조건에서 최상으로 쓰였으면 좋겠다. 이제까진 다행히 내가 좋아하는 걸 팬들도 좋아했는데, 팬들도 조금씩은 다를 것이다. 그런 다른 점들을 우선으로 생각하고 싶다.

무슨 뜻인가? 배우로서 갖는 당신의 욕심인가? 그렇다. 잘 풀리지 않을 듯한 이야기다.

풀어볼까? 하하. 예를 들어, 이상은 씨는 처음에 ‘담다디’ 로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았다. 근데 나는 ‘뉴욕에서’ 나 ‘너의 존재’ 이런 노래부터 이상은 씨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게 위로가 됐다. 그런데 이상은 씨는 ‘비밀의 화원’ 부터 좀 더 밝은 데로 나왔다. 그가 밝은 음악을 하고 싶다는 것이 자기만 밝아지고 싶다는 건 아닐 거다. 듣는 이에게 밝음을 선물하고 싶다, 이런 걸 알려주고 싶다, 공유하고 싶다, 그런 게 아닐까? 계절이 조금씩 봄 쪽으로 가는 것처럼 어딘가로 사람들과 함께 가는 거다. 물론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렇게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은 거다.

열등생 이해시키려니 힘든가? 대답해본 적이 없어서다. 내가 말을 힘들게 할 때도 있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목나정
    스탭
    스타일리스트 / 하상희, 메이크업/김수희(조성아앳폼), 헤어/강성희(조성아앳폼)
    기타
    장소 협찬 / 서울 프라자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