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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북돋는 아날로그적 방법

2019.06.21GQ

수많은 앱과 계속해서 울리는 푸시 알림이 난무하는 오늘날의 피트니스의 세계 속에서 좀 고루하지만 효과적인 운동법을 소개한다.

나는 스스로 동기부여를 잘 하는 타입은 아니다. 건강한 습관을 만들고, 그 습관을 꾸준히 유지하는 부류의 사람들처럼 새롭게 태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지 늘 생각하곤 한다. 신년이 되면 명확하지 않은 새해 계획을 노트 앱에 적어두곤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 한 번도 앱의 내용을 확인한다거나 편집하지는 않는다. 새해 계획은 매년 스스로를 위안하는 위로의 이야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2019년이 시작되기 전 확인해봤다. 지난해에 세웠던 목표 중에 성공한 것은 단 하나였다. 그건 바로 스무 권 독서하기. 이 작은 성공은 한 권의 책을 마칠 때마다 엑셀 시트에 책 이름을 하나씩 추가하는 작업으로 일궈낼 수 있었다. 물론 다른 목표도 있었다. 일주일에 두 번 운동하기. 일주일에 고작 두 번이다! 하지만 이 목표가 나에게는 너무 어려웠다. 너무 뚜렷하고 구체적인 목표 숫자를 어플에다 남긴 후에 한 번도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어플을 켜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곤 너무 쉽게 그 목표는 잊혀졌다.

이런 성공과 실패를 겪고보니 목표를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달성할지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이제 엑셀의 스프레드시트에 목표와 기록을 입력하는 대신, 주방 벽에 걸린 종이 달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종이 달력에 매일매일 기록을 적어나갔다. 자동차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하고 있는 친구들 사진이 새겨져 있는 이 작은 달력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갖게 되었다. 엑셀도 할 줄 모르는 아날로그 인간이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나는 한 해 동안 만들었던 음식의 좋은 레시피를 엑셀에 기록해놓는다. 요리뿐만 아니라 독서 목록도 엑셀에 잘 기록을 해두었지만, 운동은 이상하게도 같은 방식을 사용하기에 애를 먹었다. 나는 내 눈앞에서 바로 볼 수 있는 기록 장치가 필요했다.

우선 달력에 운동 루틴을 기록한다. 15분이 됐든 그 이상이 됐든 간에 운동을 할 때마다 달력에 적어 놓는다. 그리고 달력 페이지의 구석에 나의 운동 기록도 적어둔다. 올해를 시작할 때 나의 목표는 111번 운동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록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른 여름 휴가를 다녀온 후, 정신없이 바쁜 몇 주를 보내면서 운동이 좀 뒤처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백으로 된 달력의 여러 페이지가 마치 나를 경멸하는 듯한 느낌으로 쳐다보는 것 같이 느껴졌고, 결국 나는 동네를 달리기 위해 운동화 끈을 조여맸다. 달력은 휴지통에 버리는 앱이나 귀찮으면 끌 수 있는 푸시 알림이 아니기 때문에, 달력은 나에게 끊임없이 ‘빨리 나가!’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고, 거기서부터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운동을 하지 않거나 글을 쓰지 않으면 공백의 페이지는 계속해서 쌓인다. 그리고 그 공백의 페이지는 아침에 커피를 내리거나 설거지를 할 때마다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달력 기록법은 트레이너를 집에 상주시키거나 동기부여 뉴런이 장착된 새로운 뇌를 이식하는 방법만큼이나, 아니 그 보다 더 효과적이다. 물론 나는 그 두 가지를 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

때로는 운동을 하루에 두 번씩 기록하기도 한다. 날짜에 세부 내용을 적고, 구석에 러닝 기록을 적어놓는다. 마치 어린아이들에게 방청소를 하면 사탕이나 장난감을 준다고 유혹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그리곤 내 인생에서 운동 외에 달력에 추가할 만한 것들이 뭐가 있는지 공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종이와 펜으로 직접 쓸 때 우리의 뇌는 정보 저장 방식을 다르게 작동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심리학자 바바라 마크웨이 박사가 말한다. “직접 쓰는 행위는 우리가 더 잘 기억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또한, 목표 달성을 위한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더욱 강해진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할 때 우리는 앱이 우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대하기 때문에, 우리의 책임을 앱에 넘기려는 경향이 크다.”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모든 곳에 적용시키면, 약간은 우스꽝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운동에 한정한다면 이 방식이 나는 훨씬 좋다. 뇌에 포부를 불어넣는 더 많은 공간이 만들어진다. 자신의 모든 운동 기록을 즉각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는 없다. 나는 이 달력 기록법을 사용해 기록을 적어나가는 데 큰 기쁨을 느낀다. 하루를 시작하면서 운동을 하고 기록을 성공적으로 달력에 옮긴 후에, 나는 그 보상으로 아이스크림을 찾는다. 매달 새로운 사진을 보며 매일 작은 무언가를 달성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보면서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는 것도 덤으로 얻는 행복이다.

    에디터
    글/ 마리안 불(Marian Bull)
    일러스트레이터
    시몬 애브라노이스(Simon Abranowic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