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달랑 티셔츠 하나 입고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몸을 숙이고 앉았을 때, 번개처럼 어떤 얼굴이 떠올랐다.
“나 오늘 제임스 딘 같지 않아요?” 새로 바꾼 헤어스타일은 이병헌에게 잘 어울렸다. 전통적인 미남의 기준일 각진 턱은 이젠 도도새처럼 멸종된 탓인지, 더 ‘클래식하게’ 분명했다. 고개를 어느 방향으로 돌리건 초점은 언제나 정확하게 그의 눈동자에 맞춰져 있었다. 모니터를 확인하면서 감탄하는 스태프들에게 그는 워낙 상이 잘 맺히는 눈이라고, 사랑니까지 보일 듯 크게 웃었다. 미국과 일본, 서울을 앞마당 뒷마당 오가듯 하는 일정이어도 특유의 에너지는 여전했다. 잘 웃고 잘 먹고 남자들끼리 우르르 나가서 담배 나눠 피우고 어깨를 걸고 들어오는 것도 여러 번. 공동작업에서 조금 더 피로한 사람이 보이기 마련인 이기심을 경멸하는 그는, 뭐든지 다 아는 이웃 형처럼 너그럽고 담대했다. 그리고 컷이 바뀔 때마다, 그게 찰나여도 더 나은 뉘앙스를 표현하기 위해 분투하는 순간은 꼭 있었다. 덕분에 이병헌의 컷들은 어느 것 하나도 같은 표정이 없다. 그건 뒷모습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컷은 그가 조용히 한숨을 쉴 때 찍었다.
- 에디터
- 강지영
- 포토그래퍼
- 김영준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정윤기(Jung Yu n Ki), 헤어/민영일, 메이크업/방수경, 어시스턴트/ 최아름, 하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