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는 알 수 없는 여자다. 그래서 동네 친구 앞에서 어떤 얼굴로 웃는지, 집에 있을 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눈으로 창밖을 보는지 물었다. 그제야 김하늘이 빼꼼히 보였다.
아무래도 당신이, 김하늘은 김하늘인 것 같다. 어쩐지 마주하고 있으려니 입술이 잘 안떨어진달까? 무섭진 않은데, 뭔가 센 게 온다. 하하.
‘1박 2일’에 나왔던 처음 10분 동안의 김하늘 같다. 힘껏 감추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땐 엄청 긴장을 해서 그랬다. 카메라가 들어오는데 목소리를 어떻게 내야 할지…. 방송이 10분이나 20분으로 끝이었다면 사람들이 날 오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게 꼭 오해일까? 그냥, 그런 이미지로 보는 게 아닐까? 어딘지 좀 차가울 것 같은 이미지? 새침할 것 같고, 좀 도도할 것 같고, (<온에어>에서의) 오승아 이미지처럼 강한 여배우 같은 느낌?
왠지 오승아 씨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사실, ‘1박 2일’이 나다. 그런 프로그램에서 진짜 내 모습을 감출 수 없지 않나? 차에 타는 순간 카메라가 있다는 걸 잊어버렸기 때문에….
진짜 김하늘을 보여주고 싶다는 그런 고민이 있었을까? 전혀 없었다. 하하. 내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나를 지금처럼 그대로 노출해야 했다면, 되게 두려웠을 것 같다. 근데 지금은 나이도 있고, 30대니까‘, 1박2일’ 섭외를 딱 받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바로 하겠다고 했다.
양치질하는 민얼굴이나, 맨손으로 포기 김치를 찢는 모습도 새로웠지만 여배우들끼리의 충돌을 보는 게 더 흥미진진했다. ‘최지우랑 김하늘이 같이 있다고?’ 그럴 것 같다. 여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다 그러니까. 그런데 다른 여배우를 바라볼 땐 나도 마찬가지다. 나도 선입견을 가질 수도, 그들을 오해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같이 하루 지내고 나니 이 사람들이 다 연예인이 아니었다. 완전히 곯아떨어진 여배우들을 옆에서 보는데, 그냥 편한 언니 동생 같아서 갑자기 정이 확 느껴졌다. 그래서 새벽에 혼자 씨익 웃었다.
연예인 친구가 없다고 말하는 걸 자주 봤다. 없다. 지금도 없다.
1박 2일 만에도 정이 샘솟는 당신에게? 그게, 좀…. ‘다른 연예인들이 나한테 선입견이 있어서야’ 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내가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다가가면 저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날 새침데기로 생각해서 내 말을 가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식으로 먼저 나를 감췄던 것 같다. 어릴 때는 그게 나를 보호하는 방패고 벽이었다.
스무 살이었으니까? 맞다. 교복만 입고 살다가 갑자기 프로의 세계에 딱 뛰어들었으니까. 다른 연예인들과 눈만 마주쳐도 난 그냥 상처를 받았다.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거나 내 표정을 보고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동료에게 말 한마디라도 먼저 걸어볼 여유조차 없었다. 어쨌든 욕 먹지 않고, 버텨나가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서,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10년 넘게 온 것 같다.
- 에디터
- 손기은
- 포토그래퍼
- 김영준
- 스타일리스트
- 서은영(Agent de Bettie)
- 헤어
- 한지선
- 메이크업
- 오미영
- 어시스턴트
- 박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