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나 2

2011.07.01손기은

여배우는 알 수 없는 여자다. 그래서 동네 친구 앞에서 어떤 얼굴로 웃는지, 집에 있을 땐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눈으로 창밖을 보는지 물었다. 그제야 김하늘이 빼꼼히 보였다.

사진을 확인한 김하늘이 에디터의 팔뚝을 찰싹 때리며 외친다. “어머, 너무 예쁘다. 진짜 너무 예쁘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이 맞나 싶어 다시 물었더니 카메라 앞으로 돌아가며 말한다. “내가 원래 좀 이래요.”

사진을 확인한 김하늘이 에디터의 팔뚝을 찰싹 때리며 외친다. “어머, 너무 예쁘다. 진짜 너무 예쁘다.” 자신의 얼굴을 보고 하는 말이 맞나 싶어 다시 물었더니 카메라 앞으로 돌아가며 말한다. “내가 원래 좀 이래요.”

그래서일까? 회사원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떤 건가? 회사원 같다는 게?

세상 떠들썩하게 한 루머나 큰 슬럼프도 없는데다, 14년 동안 한 해도 쉬지 않고 일을 하지 않았나? 물론 초우량 기업의 회사원이겠지만..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연기자 생활을 돌아보면, 나같이 편하게 온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나름대로 아픔도 슬럼프도 있었다면 있는데, 그냥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니 회사원같이 보이는 게 아닐까? 좀 다른 게 있다면 회사원들은 일주일에 토요일, 일요일밖에 못 쉬지 않나? 난 뭐, 몇 개월씩 쉬어도 되는 거? 그러고 보면 난 참 회사를 잘 다니고 있다.

때려 치우고 싶을 땐? 없다. 정말. 힘들 땐 쉬면 되니까, 그리고 쉬다 보면 또 욕심나는 작품들이 들어오니까.

스스로를 통제하는 데 익숙한가? 나이가 들면서 더 그렇다. 감정적으로 약간 우울해질 때는 그 생각들이 내 삶에 물들게 하지 말자, 작품으로 표출하자, 자꾸 그렇게 된다. 그래서 작품을 할 때나 그런 감정을 쏟아 붓지, 그게 아닐 때는, 누구보다 밝다. 가끔 사람들이 ‘너 왜 그러니, 너 뭐가 그렇게 즐거워? 너 지금 코미디야?’ 이렇게 말할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선 어떤가? 좀 리드를 한다고 그래야 되나? 아무래도 내가 친구들 사이에서 가장 바쁘니까, 스케줄 빼기가 제일 힘드니까, 항상 주도해야 된다. 언제 언제 만나자, 빨리 날짜를 박아, 빨리 박아, 이렇게. 내가 며칠 며칠 딱딱 돼. 그러니까 빨리빨리 니네들이 해결해, 뭐 그런 거.

요즘 친구들과 하는 얘기는 뭔가? 난 언제 결혼을 할까,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언제 낳을까, 그런 것들? 이렇게 디테일한 얘기까지 해도 되나? 진짜 어릴 때부터 친한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가 하루는 나한테 이런 말을 했다. “네가 애기를 낳을 때쯤 나도 둘째를 낳고 싶어”라고. 어릴 땐 정말 단짝 친구랑은 옷도 똑같이 입고 다녔다. 헤어스타일도 똑같이 하고, 남자친구도 같은 시기에 사귀어야 한다고 말했던 친구들이다.

그 친구도 따로 인터뷰해야 할까? 친구들을 만나면, 정말 배우가 아닌 그냥 친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힘들거나 웃고 싶을 때는 친구 집에 간다. 광릉수목원 근처에 사는 친구가 있는데, 거기 가면 친정집 같은 느낌이 든다. 가끔씩 아, 내가 결혼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한다니까. 힘들 때 전화해서 가겠다고 하면 그 친구가 내가 좋아하는 음식 쫙 해놓는다. 그러면 가서 그거 먹고 밤에 이렇게 소주를 마시는 거다. 애기랑 신랑은 재우고. 그냥 둘이 그렇게 얘기를 한다, 새벽까지.

그래도, 외롭다. 외롭… 다. 많이 외롭긴 한데… 하…그냥….

땅이 꺼진다. 그랬나? 하하. 당연히 외롭다. 요즘에는 밤에 자다가 그렇게 자주 깬다. 정말 웃기는 이야기인데, 깨보면 내 한쪽 손이 이렇게 이불 밖으로 딱 나와 있다. 그럴 때 아, 진짜 누가 내 손 좀 잡아줬으면…. (손을 옆으로 빼며 덜덜 떤다.)

슬립은 아장 드 보카퇴르, 블라우스는 에빌 트윈 BY 블러쉬, 팔찌는 스수와.

슬립은 아장 드 보카퇴르, 블라우스는 에빌 트윈 BY 블러쉬, 팔찌는 스수와.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영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