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자들과 잘 지내는 법은 의외로 쉽다. 친근하지만 깍듯한 선을 지키고 적당한 칭찬을 곁들이면 끝.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의외로 어렵다. 꼰대 예방 차원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직장에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노하우.
굳이 나이를 환기시키지 않는다.
함께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는 자리에서 흔히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 지금 이 노래 나왔을 때 나 인턴이었는데!” “맞다, 아마 유치원 다닐 때라 그 드라마 모르겠네?” 이는 후배가 굳이 나와의 나이 차를 세어보게끔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동시에 마음의 거리를 확 멀어지게 하는 멘트다. 흘러나오는 노래가 좋으면 같이 흥얼거리면 될 일이고, 옛날 드라마 얘기가 나오면 그저 재밌었던 장면에 대해서만 언급하면 될 일이다.
유행하는 동네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는다.
요즘 친구들이 가는 을지로, 일명 ‘힙지로’ 코스는 참 다양하다. 간판 없는 노포 집, 잔술을 파는 와인 집, 춤과 음악이 있는 공간 등등. 이 코스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주 제대로 레트로한 공간을 좋아할 수도 있고, 적당히 레트로 기분을 낸 공간을 좋아할 수도 있단 얘기다. 따라서 과거 데이터 베이스로 을지로에 대해 아는 척 하는 것은 금물이다. “을지로에선 무조건 그 식당 가야돼. 우리 때는 거기가 원조였어”와 같은 나이를 환기시키면서도 별로 가고 싶지 않은 공간 추천은 최악이다.
연애코치를 하지 않는다.
연애만큼 시대를 반영하는 분야도 없다. 가치관과 사상의 변화에 따라 연애의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에게 5년 이상 지난 미팅과 소개팅 경험을 기반으로 연애 코치를 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다. “일단 무조건 답장하지마. 지금 딱 밀당해야 돼” “너무 늦은 시간에 하는 전화는 받지마” 같은 어줍잖은 충고는 절대 하지 말자. 요즘엔 인스타그램 DM으로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는 시대니까.
대답하기 애매한 질문을 하지 않는다.
나이 어린 후배와 단 둘이 있는 상황에서 침묵이 불편해 아무 말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 나올 수 있는 최악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뭐 좋아해?” 같은 추상적이면서 꼰대 같은 질문이다. 아니 젊은 사람들이 다같이 뭐를 좋아하기로 약속하는 것도 아니고,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이건 개인의 개성을 무시하는 질문이자 “내가 바로 이 구역 꼰대다”를 외치는 선언과도 같은 질문이다. 비슷한 사례로 “요즘 회사 생활 어때?” “일하는 거 재밌어?” 등이 있겠다.
‘자기’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게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나이 차가 꽤 나는 후배에게 ‘자기’라고 칭하는 선배들이 간혹 있다. 성을 떼고 이름만 부르기도 애매하다고 생각해서인 것 같은데 듣는 후배 입장에선 충분히 당황스러울 수 있다. “자기가 이 프로젝트 좀 맡아줘요” “문서 정리는 자기가 좀 거들어줘” 라는 식으로 반말과 존댓말을 오가는 ‘자기 퍼레이드’는 좋지 않다. 깔끔하게 ‘00씨’ 라고 부르는 편이 서로에게 좋다.
먼저 인스타 팔로우 하지 않는다.
후배와 함께 일을 하다보면 그가 짬짬이 인스타그램 피드를 훑어 보는 것을 목격하게 될 거다. 이때 섣불리 “인스타해? 팔로우 해도 돼?” 라는 말을 건네지 말 것. 그 질문에다 “아뇨, 절대 안됩니다”라고 답할 수 있는 후배는 아무도 없으니까. 후배가 먼저 인스타 팔로우에 대해 얘기를 꺼내기 전까지는 절대 아는 척하지 말아야 한다. 둘러보기 피드나, 다른 사람 게시물의 댓글에서 후배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선팔’은 금물이다. 직장에선 선을 지켜야한다.
- 에디터
- 글 / 서동현(프리랜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