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시의 2020 S/S 컬렉션을 피렌체에서 만났다. ‘그레이트 뷰티’란 매혹적인 단어가 생각났다.
클레어 웨이트 켈러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후, 지방시는 남성 컬렉션을 따로 하지 않고 여성 컬렉션 안에서 대담하고 건강한 클레어의 남자들을 소개했다. 그러다 지난겨울부터 지방시는 남성 단독 컬렉션을 다시 시작했다. 비록 첫 컬렉션은 런웨이 쇼가 아닌 프레젠테이션이었지만, 우아하고 고전적인 지방시 남자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직접 본 사람들은 누구나 다음 컬렉션을 기대하고 기다렸다.
약속대로 클레어는 남성 캣워크 쇼를 준비했고 초대장에는 ‘DE FLORENCE’라고 적었다. 지방시의 2020 봄여름 남성 컬렉션은 피렌체 시내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빌라 팔미에리에서 열렸다. 좁고 울퉁불퉁한 골목길, 젤라토 가게에서 쏟아져 나오는 관광객, 습관처럼 울려대는 택시 경적 소리를 뚫고 도착한 팔미에리는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해 빅토리아 여왕이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자주 방문한 곳이다. 이곳의 상징인 미로 같은 정원 길을 따라 손님들을 위한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졌고, 좁고 긴 흙길을 따라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다마스크 장미, 버터 밀크, 파우더 블루, 토마토 레드 등 그녀가 이름을 붙인 컬러 팔레트는 저녁을 지나 밤이 될 때까지 이어진 서정적인 패션쇼에 더없이 잘 어울렸다. 반짝이는 테크니컬 코튼, 산뜻한 체크, 섬세한 핀 스트라이프의 스리 버튼 수트는 풍성한 실루엣으로 완성되어 무척 우아했고, 더블 브레스티드 소프트 재킷은 더블 벨트와 체인이 달린 스트라이프 혹은 90년대식 와이드 팬츠와 어울려 고전적인 동시에 모던한 멋을 연출했다. 또한 화려한 프린트의 메시와 테크니컬 니트 소재 사이클링 톱은 몸의 곡선을 아름답게 강조하면서 테일러링된 엔지니어 아우터, 오버사이즈 셔츠, 카고 팬츠와 매치됐다. 이어지는 룩에선 악의 꽃이라는 뜻의 Fleurs du Mal 캘리그래피 프린트로 상상력을 자극했고, 실용적인 접착식 파카와 산들바람에도 잘 날리는 얇고 가벼운 파카는 울트라 라이트 소재로 만들어 현실적인 기능에 집중하게 했다. 컬렉션은 막바지에 이르러 위베르 드 지방시의 풍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카이브에 있던 이탤리언 자카드를 재탄생시켜 전통적인 플로럴 패턴의 오버 코트와 팬츠를 완성했고, 지방시만의 정교한 기술이 돋보이는 화려한 글리터링 뷰글 비드 코트로 정점을 찍었다. 여기에 가벼운 크레이프 스카프를 매치해 시적인 이브닝 웨어를 만들었다. 액세서리는 컬렉션과 자연스럽게 보폭을 맞췄다. 낙하산 띠와 탈부착 가능한 파우치 그리고 Givenchy Paris 쿠튀르 태그 장식을 단 체인 자카드 위켄드 백팩과 하이킹 백, 멀티 컬러 하이톱과 로톱 삭스 슈즈, 오니츠카 타이거와 협업해서 만든 블랙과 화이트 가죽 스니커즈는 당장 누구에게든 권하고 싶을 만큼 예뻤다. 바로크풍 진주 체인 주얼리와 마그네틱 위빙 벨트는 또 어떻고!
컬렉션 후 바로 이어진 애프터 파티는 빌라 팔미에리를 순식간에 피렌체에서 가장 힙하고 핫한 장소로 바꿔놓았다. 게스트들은 유서 깊은 고전주의 건축물과 정교하게 다듬은 야외 정원에서, 파리의 하이패션과 트렌디한 음악과 함께 피렌체의 낯선 여름을 누구보다 뜨겁게 즐겼다.
- 에디터
- 박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