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싫은 건 싫다고 고개를 저을 때도 미워할 순 없는 얼굴. 22년 동안 혼자서 살아남은 건 마음을 갈갈이 찢어서 가능했다고 말했으면서…. 이렇게 풍선 같은 얼굴로 웃을 때,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 보통은 죽어서 움직일 수 없는 근육까지 살아서 움틀거렸다.
천정명 다섯 컷에 한 번씩‘까꿍’하는 표정을 짓고는 웃었다. 둘리 같았다. 열 컷에 한 번씩 숨어 있던 쌍꺼풀을 보여주곤 하품하는 아기 표정이 되었다. 담배 물고 인상 쓰던 그보다 해상도가 높아 보였다.
엄태웅 엄태웅은 센 표정과 부드러운 표정이 라르고와 비보만큼 달랐다. 뜯어보면, 기시감이 드는 남성적인 이목구비지만 엄태웅의 표정엔 전형성이없다. “이렇게요?”그렇게 엄태웅은 표정으로 ‘미남’의 외연을 흔들었다.
송승헌 진할 것은 진하고 연할 것은 연한 음영의 ‘하모니’와, 좌우 골격의 대칭. 때문에, 어딘지 완전하지 못한 것들이 갖는 여운은 적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얼굴의 드라마를 스스로 만들었다. 사진 속 송승헌의 얼굴에는 ‘주의깊은사색’이 있다. 그리고 어린 것들은 꿈도 못 꿀 고전적인 풍모가 있다.
송새벽 <마더>에선‘세팍타크로 형사’, <방자전>에선 변학도였다.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해결사>는 동시에 극장에 걸렸다. 하지만 지금도 선인장처럼 낯선 얼굴, 잡히지 않는 표정. 밤샘 촬영으로 마른 목을 달래라고 시큼한 사탕을 건넸더니, 이런 표정이 되었다.
온유 누구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지만 글쎄…. 연예인을 하기엔 평범한 얼굴이라는데 주변에 그런 평범한 얼굴은 없다. 온유는 스스로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옆집 학생처럼 웃는다. 평범하다는 말이 이렇게 좋은 뜻이었던 적이 없다.
종현 “어느 쪽 얼굴이 맘에 들어요?” “어, 글쎄요, 이쪽인가? 이쪽인가?” 그가 머뭇거리는 순간을 비집고 플래시가 터진다. 그는 숨을 크게 쉬는 중이었다. 방금 무대에서 내려온 듯한 헐떡임, 흥건하게 젖은 속눈썹이 불규칙하게 떨렸다
키 “이렇게 해야 사진이 잘 나와요.” 키가 낭창하게 걸어나와 모니터 앞에 섰다. 예리한 조각칼로 음각한 것 같은 얼굴이 말했다. “거봐, 잘나왔잖아.” 다시 카메라 앞으로 걸어갈땐 춤을 추었다. 진짜, 신이 나서 어쩔 수 없다는 듯.
태민 “예쁘다. 진짜 예쁘다.” 사방이‘찌찌뽕’이다. 미간을 찌푸려도, 이를 꽉 물어도, 인공눈물을 뺨에 흘려도, 여전히 예쁘다는 소리. 앞머리를 뱅으로 잘랐던 시절의 통통한 볼살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얼굴에 음영이 생겼다. 열다섯에서 열여덟이 되는 동안 그렇게 되었다.
민호 사진가가 눈빛이 양조위 같다 말했을때, 민호는그게 누군지 아리송한 것 같은 표정으로 연하게 웃었다. 웃음은 분명 소년의 것인데, 윤곽에선 절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아빠 젊었을 때 사진’같달까? 쭉 뻗은 코, 풍성하고 곧은 눈썹, 그리고 ‘안녕하세요’말하는 정중한 목소리.